▲ 미 코넬대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코넬대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행 의혹 사건이 묻히지 않고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엔 사건을 끝까지 추적한 코넬대 학생 기자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넬대 학생 신문인 '코넬 데일리 선'은 2024년 처음 교내 집단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최근까지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보도를 주도했습니다.
진실을 찾아가는 긴 여정은 202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코넬대 학생들은 이메일로 발송된 '성폭력 범죄 경보'를 받고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해당 경보는 한 여성이 코넬대 경찰에 사교클럽 건물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한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캠퍼스에는 큰 분노가 일었고, 학생들은 해당 여성이 지목한 사교클럽인 '카이 파이' 건물에 달걀을 던졌습니다.
학교 측은 성폭력 대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이 태스크포스는 학생들에게 성적 동의 개념과 성폭력 신고 절차를 교육하기 위한 일련의 권고안을 마련했습니다.
그 후 캠퍼스의 관심은 대부분 다른 일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당시 코넬 데일리 선의 기자였던 4학년생 시리즈 쿠스바는 이 사건에 대한 우려와 의문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쿠스바는 익명의 사건 피해자인 '제인 도'와 연락을 취했고, 그의 변호사와도 관계를 쌓아갔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징계 문제와 관련해 대학 행정 담당자들도 인터뷰했습니다.
차곡차곡 정보를 모아 온 쿠스바는 올해 초 20세의 소피아 대서 신임 편집장이 신문사를 맡게 되자 호주 유학 중임에도 국제 전화를 걸어 사건을 보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힙니다.
대서 편집장은 "'더 선'(코넬 데일리 선)은 이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쿠스바는 지난달 14일 피해자가 가해자로 지목한 7명과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그간의 취재 내용을 묶어 사건 당일 밤 상황을 상세히 추적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신문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사건 가해자들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합니다.
가해자들에게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만, 대학 지도부가 쉬쉬하는 것과 달리 교내 구성원들에게 사건을 투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코넬 데일리 선과 소셜미디어(SNS)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실명이 공개된 상태입니다.
이 씨(Lee) 성을 지닌 한국 학생 1명도 해당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대서 편집장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책임성"이라며 "그것이 많은 사람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내용이든, 혹은 많은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이든 우리는 그에 대해 보도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의 문제 제기와 학생신문의 끈질긴 추적 보도에 이어 미국 주류 매체들까지 이 사건을 다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현지 검찰은 관련 수사를 재개했습니다.
사건 당시 20세였던 피해자는 이후 학교를 중퇴했습니다.
피해자의 변호인은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7명 중 2명만 퇴학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는 정학이나 에세이 작성 등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학생들이 가입해 있던 사교클럽 '카이 파이'의 전국 본부는 2024년 피해자가 당국에 성폭행 피해를 신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넬 지부가 당사자들을 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카이 파이' 전국 본부 측은 성명에서 "카이 파이는 우리 형제애의 가치를 저버렸다고 의심되는 회원들을 제명하기 위해 자체 권한 내에서 조처했다"며 "그들은 우리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항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