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전 사령부 신설 발표하는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미국 국방부가 드론과 로봇,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체계의 구매·시험·배치를 전담할 4성 장군급 자율전 사령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새 사령부는 2027년 10월까지 가동을 목표로 하며 미군의 무인체계 확보 방식을 대폭 바꾸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피트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버지니아주 미 해병대 기지에서 "자율전 사령부가 새 드론과 로봇 장비를 도입하는 데 현대 군사 역사상 가장 빠른 평시 전환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율전 사령부의 초기 설립 작업은 전 해병대원이자 전 국방부 차관보인 오언 웨스트와 해군 특수부대(SEAL) 출신 시험조종사 맥스 스트래서가 맡습니다.
새 조직이 정식 출범하면 사이버사령부, 우주사령부와 비슷한 위상의 독립적 군사 조직이 될 전망입니다.
미 국방부는 이를 위해 '프로젝트 아쟁쿠르'를 가동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드론과 로봇 등 무인체계의 시험, 구매, 실전 배치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국방부는 드론과 드론 대응 기술에 740억 달러(약 100조 5천억 원)를 배정하는 예산안을 제안했고, 자율전 관련 지출을 세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쟁쿠르 전투는 1415년 백년전쟁 중 영국군이 장궁을 활용해 수적으로 우세한 프랑스군을 물리친 전투로,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드론과 AI 같은 신기술이 전력 열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비유로 사용했습니다.
핵심은 기존의 장기 무기개발·조달 절차를 줄이고, 민간 기업의 상용 기술을 신속히 전력화하는 것입니다.
미 국방부는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의 장비를 실제 작전 환경에 가까운 조건에서 경쟁시키는 '건틀릿'(gauntlet) 방식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성능이 입증된 제품은 결과 발표 뒤 수 주 안에 주문하고 평가 순위도 공개한다는 구상입니다.
최근 콜로라도에서 열린 시험에서는 쿼드콥터 드론들이 차량 공격, 터널 통과, 건물 내부 비행과 표적 탐색 등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참가 드론은 4천 달러(약 543만 원) 미만의 가격 조건과 미국 내 생산, 미국산 부품 사용 요건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국방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 대의 로봇 시스템이 이미 부대에 보급됐으며 일부는 중동 작전 지원에도 투입됐다고 밝혔습니다.
웨스트는 앞으로 폭격용 드론과 무인정 등 더 다양한 무인체계도 같은 방식으로 시험할 계획이라며 "과거 작전부대는 원하는 장비를 대량으로,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유연성이 거의 없었다"고 WSJ에 말했습니다.
국방부는 미래 전쟁의 장기적 변화도 별도로 연구합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일론 머스크, 팔머 럭키 등 기업가와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메리디언'도 발표했습니다.
국방부 최고기술책임자(CTO) 에밀 마이클이 이들과 함께 미래 전장의 변화를 검토하며, 연구 결과는 120일 안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미군 기지 방어를 강화하는 '포트리스 아메리카' 조직도 신설합니다.
이 조직은 사이버 공격이나 파괴 공작으로 민간 전력망이 마비돼도 군사기지가 자체 전력으로 작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군 기지의 전력 자립, 공급망 강화, 드론·사이버 공격 방어 능력 향상이 주요 과제입니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은 드론이 현대 전쟁에서 소모성 장비이면서도 전장의 감시, 정찰, 공격, 보급, 전자전 등에 폭넓게 쓰이는 핵심 수단으로 떠오른 데 따른 것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비교적 저렴한 드론을 대량으로 생산·개량하고, 전장 상황에 맞춰 운용 방식을 빠르게 바꾸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국방부는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기존 무기 조달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무기체계는 개발부터 시험, 계약, 생산, 배치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지만, 드론 기술은 짧은 기간에도 성능과 대응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전 사령부 창설은 미국이 저가 무인체계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AI와 결합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내부 반대도 있습니다.
WSJ에 따르면 미 합참은 올해 초 드론 전담 통합전투사령부 신설이 기존 육·해·공군의 시험·구매 권한과 충돌해 지휘 및 권한 체계에 혼선을 낳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기존 체계의 저항을 감수하고서라도 무인체계 중심의 군사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