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86㎏ 이상급 경기 결승. 한국 박혜정이 인상 3차 시기 133kg을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라는 대기록 도전은 아쉽게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박혜정(23·고양시청)이 들어 올린 메달의 가치는 찬란합니다.
박혜정은 오늘 일본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6㎏ 이상급 결승에서 치열한 혈투 끝에 은메달을 수확했습니다.
여자 역도 전설 리원원(중국)이 인상 140㎏, 용상 170㎏, 합계 310㎏로 금메달을 가져간 가운데 박혜정은 인상 133㎏, 용상 167㎏, 합계 300㎏로 은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입니다.
박혜정은 인상과 합계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는 성과도 냈습니다.
'복병'으로 손꼽히던 우이살 이클레프(카타르)는 인상 120㎏, 용상 153㎏, 합계 273㎏로 박혜정에게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박혜정은 2024 파리 올림픽 은메달에 이르기까지 주요 국제 이벤트마다 시상대를 놓치지 않으며 한국 역도의 굳건한 기둥임을 다시금 증명해 냈습니다.
이날 결승 플랫폼은 그 어느 대회보다 치열한 격전지였습니다.
2020 도쿄, 2024 파리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고 잠정 은퇴 수순을 밟던 세계기록 보유자 리원원이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깜짝 복귀를 선언하면서 체급 판도가 요동쳤습니다.
여기에 지난 5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세계랭킹 2위 이클레프의 존재 역시 큰 압박이었습니다.

1년에 20㎏씩 기록을 끌어올리는 이클레프와 백전노장 리원원 사이에서 박혜정은 극심한 중압감과 싸워야 했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항저우 대회 금메달 이후 두 번째 아시안게임이라 부담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다"던 박혜정은 흔들림 없이 바벨을 마주했습니다.
잡념을 없애기 위해 경기 전 루틴이나 징크스조차 일부러 만들지 않는 특유의 뚝심은 나고야에서도 발휘됐습니다.
강자들의 기록 경쟁 속에서도 박혜정은 오직 자신이 연습해 온 호흡과 타이밍을 믿고 묵직하게 쇳덩이를 들어 올리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승부를 펼쳤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던 14세 때 유튜브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장미란의 경기 영상을 보고 전율을 느껴 무작정 안산시체육회를 찾아갔던 박혜정입니다.
바벨을 잡은 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한국 최중량급 일인자로 우뚝 섰지만, 그의 여정이 늘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만큼 훈련할 수 없었던 지독한 부상의 터널 속에서 답답함에 눈물짓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조급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며 박혜정을 다잡아준 것은 가장 소중한 존재인 친언니의 격려였습니다.
언니의 응원을 디딤돌 삼아 인내심과 몸 관리의 중요성을 터득한 박혜정은 이번 대회 역시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자신이 흘려온 땀방울의 가치를 플랫폼 위에서 오롯이 증명해 보였습니다.
박혜정은 평소 "단순히 결과만 좋은 선수보다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해왔습니다.
비록 2연패의 문턱은 높았지만, 성실함과 침착함으로 무장한 20대 초반의 젊은 역사에게 이번 대회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할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