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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이민진 "신작의 메시지는 희생 감수하는 사랑"

김민표 기자

입력 : 2026.09.29 10:38


▲ 이민진 작가

한국계 작가 이민진이 새 소설 '아메리칸 학원'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는 희생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민진은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신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희생을 감수하게 만드는 사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메리칸 학원을 집필하면서 이전 어느 작품보다 희생의 문제를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메리칸 학원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존심과 개인적인 야망을 포기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한 아버지는 금융위기 이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생선 튀김 가게 주방에서 새우를 튀기고 생선 샌드위치를 만드는 일을 선택합니다.

주변에서 고학력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만류하지만, 그는 머리망과 무릎까지 올라오는 고무장화를 착용하고 불평 없이 일을 시작합니다.

이민진은 "희생은 늘 나쁜 평가를 받지만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NYT는 아메리칸 학원에 한국과 미국의 교육과 물질주의에 대한 명백한 비판이 담겼지만, 그 밑바탕에는 희생과 사랑, 가족의 의미에 대한 탐구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희생이라는 주제는 이민진의 이전 작품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일부 인물은 가족을 위한 희생을 거부하고, 다른 인물은 희생 때문에 파멸하기도 합니다.

반면 고통스러운 자기희생을 통해 삶의 목적을 발견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이민진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경제적 생존과 가족을 위한 희생은 그의 개인사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민진은 일곱 살이던 1976년 부모와 두 자매를 따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서울에서 이민진의 아버지는 마케팅 임원이었고, 음대를 졸업한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이주한 뒤 가족이 처음 정착한 곳은 쥐와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침실 하나짜리 낡은 아파트였습니다.

보석 도매점에서 일자리를 구한 부모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야 했습니다.

희생에 대한 탐구는 차기작에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민진은 '마셜 플랜'으로 알려진 다음 소설에서 196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해외에 거주하던 한국인들이 고국으로 보낸 송금의 역할을 조명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민진은 미군과 결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여성들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한국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과거 미군과 결혼해 텍사스에서 살면서 사람들에게 매춘부라고 불렸던 술집 여성들은 떠오르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사촌과 남자 형제들을 미국으로 초청하거나 교육비를 보내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민진은 이 여성들이 많은 것을 희생하고도 다른 한국인들에게 모욕당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NYT는 이민진이 차기작 집필을 위해 사무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책장에 관련 연구자료를 채우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