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항의 컨테이너선
한국 경제의 '5040 클럽' 진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때 멤버였던 일본의 탈락 과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구 5천만 명에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뜻하는 '5040 클럽'은 2025년 기준 전 세계 200여 개국 가운데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국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아시아 최초로 이 고지를 밟았지만, 지금은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대로 밀려난 상태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엔화 가치가 하락한 영향입니다.
1960∼19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친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1990년대 중반 기록적인 엔화 초강세 현상을 겪었습니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들이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외환시장 정책 공조에 나선 것을 말합니다.
달러 환산 소득이 많이 늘어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4만 3천58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1995년 4월 주요 7개국(G7)이 과도한 엔고 현상을 막기 위해 나선 이른바 '역플라자 합의'로 불리는 국제적 정책 공조 이후 엔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세계은행 통계 기준으로 1998년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5천530달러로 3만 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가 이어지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2000년대 초 다시 주춤했으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반등했습니다.
당시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이 외화자산을 팔아 엔화 자금을 확보해두려 하면서 엔화가 급격하게 강세를 보였습니다.
2011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7천800달러, 2012년에는 5만 54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2012년 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대규모 금융완화를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펼쳤고, 이후 엔화 가치가 떨어지며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대 후반에서 4만달러대 초반을 오갔습니다.
이때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엔∼120엔대에서 움직였습니다.
그러다가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세계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팬데믹 시기 양적 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일본은행은 2016년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는 점차 벌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엔화를 차입·매도해 달러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될 유인도 커졌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3년 4만 740달러에서 2024년 3만 7천170달러로 감소했습니다.
2025년에는 3만 8천340달러에 그친 것으로 추산됩니다.
다만 일본이 5040클럽에서 이탈한 원인을 환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본 일각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저성장과 생산성·임금 상승 정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 잠재력 저하 등 구조적 요인에 최근의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상대적으로 부진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