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81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참석한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 연단에 올라 이란에 '불량배', 쿠바에 '실패한 나라'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관례에 따라 두 번째 연설자로 나서 연설 전반부 상당 부분을 지난 6개월간 펼쳐진 대이란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적 작전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는 취지로 "그들은 중동의 불량배였지만 이제 더는 불량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과 협상을 통해 재건의 기회를 주거나 이란을 "전멸"시킬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각국 대표단과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엔 총회서 이 같은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낸 것은 이례적입니다.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자 총회장에 앉아있던 이란 대표단들은 항의 뜻으로 실무급 대표부 직원 1명만 남겨둔 채 단체 퇴장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 총회장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표현은 쿠바를 향해서도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를 향해 "우리 행정부는 쿠바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쿠바는 완전히 실패한 국가"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례 없이 무너지고 있고,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총회장에 앉아있던 쿠바 대표단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도중 총회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각국 정상들이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모이는 유엔총회장이었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과 대립해온 국가들을 거론하며 직접 압박하는 무대가 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엔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유엔이 "선출된 적도 없는 글로벌리스트 관료들의 극좌(far-left) 의제를 주권 국가들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주권을 침해한다며 해체를 벼르고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해서는 "통제 불능의 기관", "불량 기관"이라고 지칭하며 회원국들에 탈퇴를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엔 본부에 도착해서는 언론을 향한 불만도 쏟아냈습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유엔 총회장에 도착한 각국 정상들을 취재하고 있던 매체 중 CNN 기자를 발견하고선 "CNN이 여기 와서 나를 취재하고 있다니 놀랍다"며 "당신들은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에 대해 '가짜뉴스'를 보도한다는 이유로 CNN과 MS나우, 폴리티코 등 3개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이날 유엔본부 밖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도 벌어졌습니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시작하기 전부터 유엔총회장 인근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