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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AI 6명 붙여줄 테니 혼자 다 해"…요즘 회사들의 '역대급 요구' [스프]

권애리 기자

입력 : 2026.09.23 09:01

[똑소리Talk] 블라인드 문성욱 대표


⚡ 스프 핵심요약

AI의 실무 정착 시한과 기업별 영향: 실무 영역에서 AI 신뢰도 확보 및 깊숙한 활용까지는 최대 2~3년이 걸릴 전망이며, 대기업은 조직 정체와 해고 등 타격이 클 수 있는 반면 소규모 기업은 1인당 생산성 증대를 통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직군별 AI 모델 활용 양상 분화: 코딩·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비중이 높은 테크 기업에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사용이 압도적인 반면, 공공·금융기관 및 일반 직군에서는 챗GPT 선호도가 유지되는 명확한 갈라짐 현상이 나타납니다.

'AI 슬롭(Slop)'으로 인한 피로감과 사내 자체 AI 불만: AI 도입으로 기대치가 커졌으나 저품질 작업물(slop) 검수·수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대기업들이 보안 목적으로 도입한 사내 자체 AI 모델의 성능이 외부 최신 모델에 미치지 못해 직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길어야 2~3년 남아"

Q. AI가 직장인의 일하는 방식과 일자리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최전선에서 보시잖아요. 몇 년 지나고 나면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돼 있을 텐데 그 기간을 얼마 정도로 생각하세요?

사실 '알 수 없다'가 정답이긴 하고요. 새로 나온 AGI(일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저는 지금 당장은 써보지는 않아서 미국에 돌아가서 써볼 것 같은데요. 그게 정말 놀라운 수준의 AGI라고 해도 중요한 것은 그걸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내가 이 AI를 얼마나 믿고 내 일을 얼마나 많이 맡길 수 있는가가 문제인 것 같은데, 그걸 믿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가 또 다른 문제일 것 같고. 실무에 깊숙한 영역에서 쓰일 때까지는 늦어도 2~3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마다 다를 거예요. 규모가 큰 회사는 더 타격을 많이 받지 않을까. 오히려 작은 회사들은 인원을 줄이기보다 한 사람의 능력을 더 많이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하지 못했던 엄청난 양의 일을 한 번에 해낼 수 있는 능력을 탑재하게 되면서 더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네이버는 클로드, 경찰청은 챗GPT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미국도 비슷한 양상인데, 작년까지는 오픈 AI의 챗GPT가 시장에서 압도적인 사용 포지션을 차지했어요. 한국의 70% 이상의 직장인이 챗GPT를 쓴다고 했고 미국도 역시 챗GPT가 압도적이었던 반면에, 미국은 올 1월부터 한국은 올해 중반부터 그 양상이 뒤집어졌다.

코딩이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조금이라도 하는 거의 모든 회사에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더 압도적인 사용률을 차지하게 됐고 그 이외의 직군들의 챗GPT 사용이 유지되지만 전체적으로 사용률이 많이 내려갔다. 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있어서는 업무에도 AI를 적극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 네이버, 비바리퍼블리카, NC소프트, LG전자 같은 테크 회사들, 즉 엔지니어링이라는 파트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회사들에서는 당연히 클로드 이용이 훨씬 더 우세했고요. 반면에 공무원이나 경찰청, 기업은행, 철도공사나 한수원 같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챗GPT의 이용이 압도적이었다.


"손 많이 가는 '신입' 줘놓고 회사 기대 너무 커졌어요"AI 관련 밑그림
Q. AI 등장 이후에 일에 도움을 받는다거나 사내 분위기가 효율화되고 있다는 식의 긍정적인 멘트들도 꽤 나오나요? 위기나 부정 쪽의 느낌이 더 큰가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있지만 그게 현실에서 위기로 나타나고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고요. 오히려 AI를 통해서 일을 더 빨리, 많이 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회사의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흔히 영어로 슬롭(slop)*이라고 부르는데, AI로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 검수가 많이 필요한 저품질의 결과를 양산해 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은 많고 검수해서 수정해야 되는 일도 많아지는 현상들을 목격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슬롭(slop) : 생성형 AI 등장 이후 대량으로 생산되는 무의미한 저품질 콘텐츠나 작업물들을 비판적으로 가리키는 말.

Q. 이런 불만은 중간 관리자나 팀장급 이상에서 많이 나오는 거겠죠?

그렇죠. 근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게,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 모든 인원들이 매니저처럼 일하라는 가이드가 나오기도 했어요. 이전에는 매니저가 아니었지만 당신 밑에 6개의 AI 에이전트를 두고 본인이 매니저처럼 일을 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제 내가 매니저였냐 매니저가 아니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포지션이든 AI를 활용해서 일을 해야 되고, 어떤 사람이든 AI 슬롭 결과물들을 검수하고 정리해야 되는 역할들을 다 맡게 된 거겠죠. 어떤 특별한 레벨에서만 발생하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Q. 보안 문제로 챗GPT나 클로드 등을 마음대로 못 쓰게 하는 회사들도 있잖아요. 대기업일수록 자사 AI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것을 실제로 쓰고 있는 직원들의 반응은?

아직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AI를 어떻게 실제 업무에 적용해야 될지에 대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못한 것 같아요. AI로 효율화는 하긴 해야겠는데 보안도 중요하기 때문에 '쓰긴 쓰되 제한적으로 쓰라'는 애매모호한 가이드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쓰라는 거냐는 불만도 많고. 보안 위험 때문에 자체 개발한 AI를 사용하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회사에서 개발한 AI의 품질이 오픈AI나 앤트로픽의 AI보다 기능적으로 떨어지고 실용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불만도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자체 AI를 사용하고 있어요. SK그룹, LG그룹 등. 한국에만 존재하는 현상은 아닙니다. 미국에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고 있는 일부 톱 테크 기업들조차도 자사 AI보다 앤트로픽이나 챗GPT를 더 많이 쓰는 회사들이 많거든요. 자체 개발한 AI가 품질이 좋지 않아서 안 쓰는 경우도 있겠으나, 품질이 적당히 좋아도 앤트로픽이나 오픈AI 모델 성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있습니다.

Q. 메타는 자신들의 파운데이션 모델 비슷하게 만들려고 계속하고 있잖아요.

메타뿐 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도 올 초 저희의 조사에 의하면 앤트로픽이 제공하는 클로드 모델을 훨씬 더 많이 이용하고 있고요. 제미나이는 지메일, 구글 드라이브 등 구글 생태계 안에서는 다른 AI에 비해서 훨씬 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레벨로 내려왔을 때는 아무래도 다른 모델에 비해서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