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미국 신뢰 깨진 걸프국가들, 이란과 새 안보질서 모색

김영아 기자

입력 : 2026.09.22 10:20


▲ 테헤란에서 열린 정부 지지 집회

이란의 공격에 크게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 걸프국가들이 미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이란을 포함한 새로운 안보질서를 모색하고 있다고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현지시간 21일 보도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사우디 등 역내 주요국들이 전후에 이란을 배제하기보다 대화와 상호불가침에 기반한 새 지역 안보체제에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FT에 따르면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이날 뉴욕 유엔 총회 기간에 열린 한 행사에서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대 이란 전쟁이 새 지역 질서를 모색하도록 하는 "경종"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걸프 국가들이 "지역 차원에서 책임 있게 함께 행동하고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역내 파트너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그는 "걸프국들과 이란을 하나로 묶고, 어느 쪽도 다른 쪽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안보 체제가 없다면 이 지역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새 안보 구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른 행사에서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외교고문도 아랍국들이 이란과 대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는 이란과 미국의 협상이 "실제로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 어떤 지역을 원하는지를 놓고 벌이는 이런 논의에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가르가시 고문은 앞서 이달 다른 공개석상에서 "이란은 여전히 우리 이웃이며,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는 것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지리적 현실은 우리에게 이란에 대한 관여 외의 다른 대안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중동 외교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전쟁 발발 이후 중동 국가들과 이란 사이의 상호 불가침 협정 구상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랍국가들의 이런 발언과 움직임들에 대해 FT는 당초 미국에 개전을 만류했던 역내 국가들은 미국이 전쟁의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전후 이란과의 관계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연구위원은 "걸프국 지도자들은 이란과의 관계가 불안하고, 믿을 만한 미국이라는 중심축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안보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란이 전쟁 전보다 약해진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이 자신의 안보 체제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