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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볼 이준석의 기적 "일어나서 뺨 때려봤다…꿈 아니더라"

홍영재 기자

입력 : 2026.09.21 12:06|수정 : 2026.09.21 12:41


▲ 21일 일본 나고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테크볼 남자 초대 금메달리스트 이준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늘 잠에서 깼을 때 뺨을 한 대 때려봤다. 꿈이 아니더라. 정말 감사했다."

인생 최고의 날을 보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이준석은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준석은 21일 일본 나고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금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어제 하도 소리를 질렀더니 목이 쉬었다"며 웃은 뒤 "상상만 해왔던 순간이 내게 다가왔다. 아직도 꿈만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날 열린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이라크)를 세트 점수 2-0으로 꺾고 우승했습니다.

테크볼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에서 축구공을 주고받는 종목으로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종목인 만큼,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테크볼 국가대표 선수들은 꿈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습니다.

축구 선수 출신인 이준석은 족구 종목으로 전향한 뒤 테크볼에 뛰어들었고, 대기업 생산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테크볼이 이번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회사에 사표를 내고 대회 준비에 전념했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앞으로의 생계는 여전히 고민거리입니다.

이준석은 "금메달을 땄지만, 테크볼은 실업팀이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일단 올해 연말까지는 매달 이어지는 국제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테크볼 대표팀 선수들은 이런 현실적인 고민이 크다"며 "실업팀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1일 일본 나고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테크볼 남자 초대 금메달리스트 이준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테크볼 대표팀에서 어려운 과정 속에 이번 대회를 준비한 건 이준석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자 복식에서 이준석과 호흡을 맞춘 이태빈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보석 디자인 일을 그만뒀고, 혼합 복식에 나선 김은준 역시 국가대표가 되자 제약회사 족구팀을 나왔습니다.

테크볼 대표팀에서 안정적인 소속이 있는 선수는 한국체대에 재학 중인 장은서뿐입니다.

다행히 대표팀에는 좋은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성과를 낸 테크볼 대표팀의 진천선수촌 훈련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테크볼은 그동안 촌외에 마련한 곳에서 따로 훈련해 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용섭 테크볼 대표팀 감독은 "오늘 오전에 대한체육회 관계자로부터 관련 연락을 받고 매우 기뻤다"며 "지금 (귀국을 위해) 공항에 모여있는 선수들을 만나 진천선수촌 밥을 드디어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준석은 전날 결승전 마지막 순간에 강타 대신 연타를 선택한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공격에 관해 "강타로 경기를 마무리하면 더 멋있었겠지만, 테크볼을 알리려면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상대 선수가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타를 날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1일 일본 나고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메달리스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엔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성승민과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일군 전웅태, 서창완, 이종현도 함께 했습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1호 금메달을 딴 성승민은 "항저우 대회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행복하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집에서 며칠 푹 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전웅태는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을 떠올리며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금메달 확정이 늦게 됐는데, 중국 선수들이 울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우리가 금메달을 땄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기뻤다.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단체전 메달을 둘러싼 아픔도 전했습니다.

그는 "종목 규정상 4명의 출전 선수 중 좋은 기록을 낸 3명의 기록을 합산해 3명만 메달을 따는 구조"라며 "남녀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가 있는데 대표팀 주장으로서 가슴이 아프더라. 어떻게 위로하고 다독여야 할지 지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회 금메달을 합작한 서창완도 2022 항저우 대회 때 한국 대표팀 선수 중 4위를 기록해 홀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픔이 있습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한 명이 메달을 따지 못했다"며 "그 마음을 알기에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난 항저우 대회 이후 더 단단해졌다. 모두가 잘 이겨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레이저런 경기 후 과호흡 증세로 쓰러졌던 서창완은 당시 상황에 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마지막 4바퀴째를 달릴 때 한계가 왔다"며 "총을 쏠 때 총구가 잘 보이지 않더라.

하지만 나만 잘하면 단체전 금메달이 가능할 것 같아서 포기하지 않고 뛰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다행"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어제 병원에서 진료를 잘 받았고, 지금은 괜찮다"며 웃었습니다.

메달 레이스 첫날 금메달 3개를 합작한 근대5종, 테크볼 선수들은 이날 귀국합니다.

일본을 꺾고 우승한 남자 농구 대표팀 선수단은 항공편 일정으로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