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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고령농지 처분 면제…'농촌 관행 임대차' 조건부 처분 유예

정성진 기자

입력 : 2026.09.21 09:45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법 위반은 일괄 처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상속이나 고령화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와 농촌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 등은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도록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계도 절차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번 대책은 정부의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밝혀온 '투기와 일반적 위반의 구분' 원칙을 명확히 한 차원이라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전수조사 초기부터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 차익이나 개발 이익을 노린 투기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경미한 위반은 현장 사정을 고려해 대안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고령이나 상속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 농지를 빌려 경작하는 임차농, 매수자를 찾지 못해 농지를 방치한 소유자까지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농지 전수조사가 농촌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 원칙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논란과 오해가 확산하자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오늘(21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통해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하고, 농촌의 관행적 위반은 농촌 현실을 반영해 농지 소유·이용을 정상화·양성화하는 내용의 후속 대책을 내놨습니다.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모습
당정이 처분 대상으로 명확히 한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 계획을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을 통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한 경우, 경매로 농지 지분만 공유 취득한 뒤 무단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입니다.

농업진흥지역에서 농지를 야적장·야영장 등 비농업용 시설로 바꾼 중대한 불법 전용도 원상회복 명령 등의 법적 조치를 받습니다.

농업진흥지역은 식량안보를 위해 국가가 경지 정리와 기반 시설 설치에 자원을 투입한 곳인 만큼, 이곳의 농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일반적인 농촌 관행과 달리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농식품부 윤원습 농업정책관은 "2021년 공공기관 직원의 농지 투기 사건을 계기로 농지 취득·관리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도 개발 호재를 노리고 허위 영농 계획을 수립해 농지를 지분으로 취득하는 투기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투기는 농업인의 농지 접근성 및 안정적인 영농을 저해하고 가격 왜곡을 초래한다"고 짚었습니다.

반면 상속 농지나 고령 농업인의 농지, 이농으로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농지는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일률적인 처분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먼저 이번 전수 조사로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돼도 직접 경작하거나 농지법상 허용되는 방식으로 임대해 위반을 해소할 수 있는 '자진 정비 기간'을 부여합니다.

자진 정비가 어려운 소유자는 농지은행에 농지의 임대나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분 의무 부과를 유예받을 수 있습니다.

농지를 방치하지 않고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는 동시에 기존 실경작자가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했습니다.

농업인들이 편의상 서로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한 명의 임차인이 마을 농지를 모아 경작하는 관행적 임대차도 처분 유예 대상에 포함됩니다.

미등기 상속 농지는 행정청이 대리 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안도 허용하도록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공유 농지도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지분 과반수를 가진 공유자들의 동의로 위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임차농 보호를 위한 임대차 특별정비기간은 오는 11월 15일까지로 연장합니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조사 기간 내 농지은행에 위탁 임대할 경우 보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법상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전수 조사로 농지 불법 전용이 확정된 경우에도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훼손 등의 중대한 사항이 아니라면 사후 양성화 기회가 부여됩니다.

구체적으로 기존에 전용 신고·허가를 거쳤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농업용·공공·기타 시설이 해당 절차를 밟지 않아 불법 상태로 남은 경우에는 사후 전용을 신청할 기회가 생깁니다.

신청이 접수되면 요건을 검토하고 농지보전부담금을 부과한 뒤 합법 상태로 전환하는 사후 추인 방식입니다.

다만, 비닐하우스나 버섯 재배사로 위장한 뒤 실제로는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 발전에만 사용하는 등 법 위반 의도가 명백한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해당 시설을 본래 용도에 맞게 교정하도록 자진 정비 기간을 부여할 예정입니다.

지목은 전·답이지만 장기간 임야화해 실제 상태와 지목이 일치하지 않고 농지로 복구할 실익도 낮은 토지는 실제 현황에 맞게 지목을 변경하고, 농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당정은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사후 추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법안에는 정상화·양성화 대상과 절차, 처분 유예 요건 등이 담길 예정입니다.

윤 정책관은 "현행 농지법에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반 사항에 대해 처분을 경감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따라서 특별조치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 국회 의결까지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당정은 전수 조사에서 확인된 농업·농촌의 현실과 농지 제도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농지법 개정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또 농업 구조 개혁과 농지 시장 안정화 등을 위한 농지 매입·연금 사업 예산의 국회 단계 증액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우리 농지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농지 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꿔 농업·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선의의 농업인·국민들에게는 불이익·불편이 없도록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