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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볼 결승 진출한 이준석 "앞길 막막했지만…희망 발견"

이태권 기자

입력 : 2026.09.19 13:55


▲ 이준석이 19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미래에 관한 걱정이었다."

한국 테크볼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메달을 확보한 이준석은 오늘(19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자이드 에이단(쿠웨이트)의 부상 기권으로 승리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테크볼에서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위해 생업까지 포기했던 이준석은 "오늘 경기로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며 "내일 열리는 결승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테크볼을 알리고, 우리 선수들이 걱정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테크볼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에서 축구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로,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됐습니다.

주로 축구 선수들이 훈련 목적으로 즐기면서 관심을 끌었고, 2017년 국제테크볼연맹이 창설되면서 전문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선 2018년 대한테크볼협회가 설립됐으며, 주로 축구 혹은 족구 선수 출신이 생업과 병행하며 테크볼 선수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테크볼의 에이스 이준석 역시 21살까지 K4리그에서 축구선수로 뛰다가 족구 선수를 거쳐 테크볼에 입문했습니다.

그는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올해 2월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뒤늦게 채택됐다는 소식을 듣고 생업을 포기하고 훈련에 열중했습니다.

그는 "테크볼이 뒤늦게 정식 종목으로 포함되면서 다른 종목 선수들처럼 진천선수촌에 입촌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쉬는 날 없이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에 집중했는데 그 결실을 본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훈련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메달을 못 따면 테크볼을 알리지 못하고 앞으로 살아갈 길도 막막해질 것이라는 공포였다"며 "최소한 결승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대회에 임했고, 매일 밤 결승전을 치르는 모습을 꿈꿨다. 그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경기장엔 어머니 윤순정 씨와 누나가 찾아 이준석을 응원했습니다.

그는 "축구 선수 생활을 할 때는 가족들이 경기장에 오면 신경이 쓰여서 오지 말라고 했다"며 "하지만 이번 대회는 내 인생에서 다시 오기 어려운 무대인 것 같아서 가족들에게 와달라고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20대 초반 테크볼 선수로 전향하면서 용기를 내 어머니에게 '나 테크볼 하고 싶어'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어머니는 없는 살림을 쪼개 200만원 상당의 테크볼 테이블을 구입해주셨다"며 "그때 기억이 많이 난다. 엄마에게 효도한 것 같아서 특히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은메달을 확보한 이준석은 이제 20일 열리는 결승에서 금메달에 도전합니다.

상대는 이라크의 강호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윕니다.

이준석은 "알레야위는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이고 단식에선 한 번도 상대한 적이 없지만, 잘 알고 있는 선수"라며 "오늘 경기처럼 미친 듯이 몰입해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편 이준석은 이날 경기 1세트를 12-10으로 마친 뒤 2세트 경기 중 상대 선수 에이단이 왼쪽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승리했습니다.

경기 내내 득점 상황마다 큰 목소리를 내며 세리머니를 펼치던 이준석은 에이단이 일어나지 못하자 기쁜 내색 없이 경기장을 나왔습니다.

이후 휠체어를 타고 퇴장하는 에이단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악수하고 위로했습니다.

이준석은 "그 선수도 큰 꿈을 안고 출전했을 것"이라며 "꿈에 그리던 결승에 진출하게 됐으나 그 상황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