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러시아가 휴대전화에 일종의 '백도어'로 작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자국민을 감시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인들이 지난 18개월간 스마트폰에 '맥스'(Max)라는 앱을 설치하도록 강요받아왔다고 전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가기관과 공무원, 공공분야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대학생, 교사, 초등학생 등 수천만 명이 맥스 앱을 설치하라는 전방위적 압력을 받아왔습니다.
맥스는 메신저와 정부 서비스, 결제 기능 등을 결합한 이른바 '슈퍼앱'입니다.
러시아 당국이 텔레그램과 왓츠앱을 대체할 앱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올여름부터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로 부상했습니다.
맥스는 러시아 정부와 밀접한 관계인 소셜미디어 기업 '브콘탁테'가 제작한 앱으로, 가디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간접적으로 이 앱에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앱에 설치된 다양한 기능들은 일종의 백도어에 해당한다는 게 미국 미시간대 로야 엔사피 교수 연구팀의 분석입니다.
백도어(backdoor)는 정상적 인증·접근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숨겨진 우회로를 뜻합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연구진이 러시아에서 실제 사용되는 버전의 앱을 다운로드해 분석한 결과 맥스가 사용자 동의 없이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앱에 저장된 정보와 메시지, 결제 내역 등에 무단으로 접근할 수 있었으며 사용자 모르게 사용자를 사칭할 수도 있었습니다.
특히 코드를 삽입할 수도 있었는데, 연구팀은 러시아 정부가 이를 활용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엔사피 교수는 "지난 10년간 러시아의 인터넷 통제 강화 추세를 연구해왔다"며 "맥스가 제공하는 것은 권위주의 정부가 자국민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교묘하면서도 무서운 전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란과 카자흐스탄, 인도 등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방식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러시아 내부에서도 맥스가 감시에 활용되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엘리트층은 일상적인 소통에서는 여전히 맥스보다 텔레그램이나 시그널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일부 정부 당국자들은 맥스를 설치하기 위해 별도의 휴대전화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한 컨설턴트는 "맥스를 사용할 때면 누가 또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