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야간 산불 잡겠다며 들여온 헬기…'가을철'엔 못 띄운다? [XR]

노유진 기자

입력 : 2026.09.17 21:05

동영상

<앵커>

첫 헬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못했고, 2호기 역시 납품 기한이 석 달도 남지 않아 제때 들어오긴 사실상 어렵습니다. 당장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부터 걱정입니다. 야간 진화 작업에 쓰겠다고 들여온 초대형 헬기, 현장 투입은 가능한 걸까요?

이 문제는 노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산불이 나 연기까지 치솟으면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아 헬기를 띄우기 어려워집니다.

실제 SBS가 정보 공개 청구로 받은 산림청 전체 헬기 63대의 12년 치, 1만 2천 번 넘는 운항 기록을 전수 분석해 봤습니다.

낮에 출동해서 밤까지 이어서 진화한 건 단 10차례뿐이었습니다.

해가 진 뒤 첫 이륙한 기록은 아예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산림청이 이런 야간 진화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야간 투시경과 열화상 카메라, 대용량 용수 탑재가 가능한 헬기를 도입 중인데, 올 초에 들어온 헬기조차 야간 투입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산림청은 야간 헬기를 띄울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올해 야간 산불은 지난 10년 평균치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고, 봄에 잦았습니다.

문제는 코앞에 닥친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

지난해 가을, 강원도 인제에서 큰 산불이 났습니다.

산불 진화 대원 등 300여 명이 투입됐지만, 가파른 산세 탓에 밤사이 번지는 산불을 막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날이 밝은 뒤 헬기 25대가 대거 투입되고 나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습니다.

그 사이 37헥타르, 축구장 51개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명예교수 : 화재라는 것은 초기에 진압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겁니다. 저녁 때 불이 나거나 야간에 불이 났을 때 바로 진압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만 피해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철에만 53건의 산불로 축구장 102개 면적이 탔는데, 산림청이 미국 업체에게 임시 제공받은 헬기는 당장 이번 가을에 투입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미국 업체 것이라 우리 조종사들이 몰 수 없는 데다, 계약상 봄철에만 조종 인력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가을철에 띄우려면 업체와 추가 협상해야 하는데 협의는 시작조차 못했습니다.

[이성관/산림항공본부 항공정비과장 : 그 기간(가을)에 (조종)인원이 들어오면 제작사도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야간 산불 등을 잡겠다며 초대형 헬기 도입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째.

하지만 어떤 사고 이력이 있는 헬기가 들어올지, 인증은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그래서 제때 납품은 될지 모두 불투명합니다.

산림청은 그저 업체가 계약 조건을 못 맞추면 해지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성관/산림항공본부 항공정비과장 : 계약대로 이행 안 하면 뭐 계약 해지하겠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기 때문에….]

국가 예산 3천200억 넘게 투입되는 초대형 재난 대응 사업이 허술한 계약과 무책임한 태도 속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이홍명, 디자인 : 박태영·이준호, PD : 김도균·한승호, XR : 최재영·박천웅, VJ : 김준호, 자료제공 : 윤준병 의원실, 영상제공 : Columbia Helicopters 유튜브, 유튜브 및 SNS 출처 : 자라섬영구, 지리산 산청살이, 비차와 날틀, 필름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