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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비상계엄 소극 대응' 유재원 방첩사 대령 정직 2개월 취소"

장훈경 기자

입력 : 2026.09.17 17:37


▲ 방첩사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가 팀원들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한 유재원 전 국군방첩사령부 사이버보안실장(대령)에 대한 정직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비상계엄에 연루돼 국방부 징계를 받은 군 간부의 불복 소송 중 처음으로 나온 1심 결론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17일 유 대령이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방부는 유 대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도 여권 성향의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에 출동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유 대령이 위법한 명령을 이행하려던 목적에서 출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유 대령이 팀원들에게 출동하지 말고 대기할 것을 명령했던 만큼 상부의 지시를 이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판결문에는 유재원 대령의 2024년 12월 4일 행적이 상세히 적시됐습니다.

유 대령은 당일 오전 0시 10분쯤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으로부터 여론조사 꽃에 출동해 서버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당시 함께 출동 명령을 받은 부서장들과 함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후 유 대령은 팀원들을 소집해 명령을 하달했고 팀원들이 명령이 위법하다는 이의를 제기하자 이를 받아들여 인원 배치를 중단했습니다.

오전 1시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유 대령은 정 전 처장으로부터 '일단 출동하되 원거리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유 대령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현장에 가려고 했으나 일부 팀원들이 출동에 동참했고, 오전 1시 50분쯤 잠수교 남단에 대기하던 중 팀원들에게 "현 위치에서 대기하고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지시를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유 대령과 팀원들은 오전 2시 35분쯤 정 전 차장의 명령에 따라 철수해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정말로 지시를 이행할 의사가 있었다면 자신의 지휘 아래 있는 가용 병력을 신속히 편성하고 그 인원을 모두 출동시켰을 것으로 보이나, 원고는 이와 달리 행동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군인으로서 이상적인 자세라고 할 것"이라면서도 처한 상황과 인식이 저마다 다른 만큼 모든 군인에게 단호한 항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위법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이행을 지연·축소하고 부하들의 가담을 막거나 명령의 이행을 사실상 회피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법한 명령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수는 있고 이를 군인으로서의 사명을 저버린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선고 후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초 국방부 징계위원회는 유 대령에 대해 '징계 사유 없음' 결정을 내렸지만, '징계권자의 재심사 요청'에 따라 징계위를 다시 열어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유 대령은 지난해 11월 윤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계엄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첩사가… 방첩사 내부에도 저항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걸 꼭 기록에 남겨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