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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3,200억 계약 핵심은 '인증'…받을 수 있나? [취재파일]

배여운 기자

입력 : 2026.09.19 09:00

흔들리는 초대형 헬기 사업 ③


지난 1월부터 강원 원주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격납고에는 초대형 헬기 1대가 서 있습니다. 올해 봄철 산불 현장을 89시간 날았던 헬기입니다.

그런데 그 헬기의 조종석에 앉은 사람은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조종사가 아닌 미국인이었습니다. 우리 조종사는 타지 못했고, 우리 정비사는 정비조차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헬기 인증입니다.

앞선 두 편에서 산림항공본부가 왜 신품 헬기를 군용 재제작 헬기로 바꿔 계약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따졌고 무엇을 따지지 않았는지를 봤습니다. 이번 편은 3천200억에 달하는 초대형 헬기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는 핵심인 '인증'만 들여다봅니다.

(1편) 380억 주고 산 산불 헬기, 미군이 쓰던 중고 헬기였다? [취재파일]
(2편) 업체 말만 믿었나? 계약 변경 타당했나? [취재파일]

인증이란 무엇이고, 산림청이 사기로 한 헬기는 그 인증을 통과할 수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산림청 헬기 

헬기 인증, 세 개의 문을 거쳐야 한다

항공기 인증을 이해하려면 세 개의 문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첫째는 형식증명(Type Certificate, TC)입니다. 기체 한 대가 아니라 그 '형식', 즉 설계 자체를 승인하는 절차입니다. 설계도와 강도 계산, 시험 결과를 감항당국이 들여다보고 "이 설계로 만든 항공기는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형식증명입니다. 우리 항공안전법 제20조가 이를 정하고 있습니다.

'형식'이라는 말이 낯설 텐데, 자동차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같은 차량 모델이라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는 설계가 다릅니다. 이렇게 설계가 같은 것끼리 묶은 한 덩어리가 '형식'입니다. 설계가 적절하면 인증을 내주는 것이죠. 항공기는 감항당국이 설계도와 시험 결과를 직접 들여다보고 승인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설계를 승인받은 뒤에 기체 한 대 한 대가 따로 증명을 받아야 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형식증명승인(Type Certificate Validation, TCV)입니다. 외국에서 만든 항공기를 우리나라에 들여올 때, 그 나라 정부가 내준 형식증명을 우리 국토교통부가 다시 검증해 인정해 주는 절차입니다. 항공안전법 제21조 제1항은 형식증명승인의 신청 대상을 "외국 정부로부터 형식증명을 받은 자"로 적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형식증명을 받은 항공기여야 국토교통부 승인 자격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먼저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그 기종에 형식증명을 내주고, 그 증명을 근거로 우리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앞 단계가 없으면 뒷 단계는 시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셋째는 감항증명입니다. 설계가 아니라 기체 한 대 한 대에 대해 '이 항공기는 지금 안전하게 날 수 있는 상태다'라고 확인해 주는 증명입니다. 항공안전법 제23조는 감항증명을 두 가지로 나눠 놓았습니다. 일반적인 표준감항증명, 그리고 특정한 목적과 조건을 달아 예외적으로 내주는 특별감항증명입니다.

산불 진화처럼 특수한 업무에 쓰는 항공기는 특별감항증명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표준감항증명을 받으려면 그 기체의 설계가 승인돼 있어야 하므로, 사실상 형식증명 또는 형식증명승인이 앞에 와야 합니다. 반대로 특별감항증명은 설계 승인을 전제하지 않는 별도의 통로입니다. 앞의 두 문이 닫혀 있어도 조건을 달아 열 수 있는 쪽문인 셈입니다.

이 구조를 머리에 넣고 계약서를 보면, 산림항공본부가 무엇을 요구했고 무엇을 요구하지 않았는지가 선명해집니다.
 

산림항공본부, 쪽문을 열어뒀다?

2호기 계약 특수조건의 두 번째 장 첫 번째 항목 제목은 'Aircraft Certification', 항공기 인증입니다. 조문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헬리콥터는 비행 안전성 입증을 위해 대한민국 국토교통부에 의해 표준 또는 특별감항 증명이 납품 시까지 완료된 것이어야 하며, 발행된 형식증명서와 형식증명자료집 또는 형식증명승인서와 형식증명승인자료집 및 부가형식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한 문장 안에 두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앞은 감항증명이고, 뒤는 형식증명서 또는 형식증명승인서와 부가형식증명서의 제출입니다.

그런데 산림청이 국회에 낸 설명은 앞부분에만 무게를 싣습니다. M234SP의 형식증명 취득 시점을 묻는 질의에 산림청은 "제안요청서에 항공기를 국내에 등록·운항할 수 있도록 납품 시까지 국토교통부의 표준감항증명 또는 특별감항증명을 취득하도록 규정하였다"며, "따라서 계약 요건상 형식증명 취득 자체를 필수조건으로 정한 것은 아니며, 최종적으로 국내 운항에 필요한 감항증명을 취득하여 납품하는 것이 제작사의 의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M234SP의 형식증명 취득 여부나 예상 시점을 별도의 계약 이행 사항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계약서는 감항증명과 형식증명서 제출을 나란히 적어 뒀는데, 산림청의 설명에서는 뒤쪽이 사라진 셈입니다.

왜 그렇게 썼는지는 산림항공본부장의 설명에서 드러납니다. 취재진이 제안요청서의 형식증명 조항을 묻자 본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희가 뭐 표준형식증명을 요구하고 표준 감항을 요구하고 이러지 않습니다. (…) 최종 납품할 때 그게 특별감항이든지 표준감항인지 국내에 국토부에 등록해서 인증받아서 저희 조종사들이 정비사들이 운영할 수 있게 납품을 하라는 게. 그 왜 그렇게 했냐면요. 표준만 하게 되면 S-64밖에 그 당시에 되지 않았어요."

문을 좁히면 살 수 있는 헬기가 에릭슨 S-64 한 기종뿐이어서, 경쟁을 넓히려고 쪽문까지 열어 뒀다는 취지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산림청은 인증을 받아오는 것은 전적으로 업체의 의무로 넘겼고, 그 인증이 표준이든 특별이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형식증명이 언제 나올지는 관리 항목에서 뺐습니다. 계약은 그렇게 설계됐습니다.
 

형식증명, 미국에서 인증조차 나지 않아

산림청이 사기로 한 M234SP는 미국에서 아직 형식증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개발 중인 기종인 거죠. 이 이름 자체가 인증을 전제로 만들어진 명칭이라는 점을 산림청도 국회에 설명했습니다. "M234SP는 최초 콜롬비아가 형식증명을 취득할 경우 사용하려던 기종 명칭이며, CH-47D는 원제작인 보잉이 사용하는 기종 명칭"이라는 것입니다.

둘은 "서로 다른 성능의 기체가 아니라, 인증 주체에 따라 사용되는 명칭이 다른 동일 형상·성능의 기체"라고도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산림청 격납고에 있는 기체와 앞으로 들어올 기체의 실체는 미 육군이 쓰던 CH-47D입니다. 군용기에는 민간 형식증명이 없습니다.

지금 이 계열 기체가 미국에서 갖고 있는 것은 산불 진화 같은 특수 목적으로만 쓰도록 제한한 제한형식증명(Restricted Type Certificate, RTC)입니다. 국회 질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1호기 대신 들어와있는 N473CH도 제한형식증명(R00051SE)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산림항공본부장도 이 사정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시누크가 한 20대 정도 가까이가 운영을 하는데요. 인증이 민수 TC 있는 저기는 콜롬비아에 있고, 그거 외에는 전부 다 RTC입니다.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든 회사들이 전부 다 RTC를 가지고 시누크는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항공안전법 제21조는 형식증명승인의 대상을 '외국 정부로부터 형식증명을 받은 자'로 적고 있습니다. 제한형식증명을 받은 항공기가 이 조문에 들어맞는지는 문언만으로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문 앞에 서려면 첫 번째 문이 먼저 열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첫 번째 문의 열쇠를 누가 쥐고 있느냐도 문제입니다. CH-47의 원 설계, 즉 형식증명의 뿌리를 가진 곳은 보잉입니다. 취재진이 "보잉이 굳이 본인들의 자산인 TC를 내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묻자 본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 사실은 그건 보잉하고 콜롬비아의 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계약을 어떻게 했는지, 본인들이 저희한테 납품할 때는 어쨌든 인증을 받아서 납품을 하면 되는 거거든요."
 

"헬기 개발 신청 없어"…FAA가 확인해 준 '인증'

취재진은 이 대목을 미국 쪽 기록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SBS는 미국 연방항공청에 보잉이 CH-47D와 관련해 제출한 인증 자료를 정보공개청구 했습니다. 2026년 8월 4일자로 서명된 FAA의 회신은 기록이 없다는 것이었고, 그 이유로 다음 한 문장을 적었습니다.
 
"보잉사는 CH-47D 헬리콥터에 대해 FAA에 형식증명 또는 부가형식증명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

같은 시기 산림청이 국회에 낸 답변은 이렇습니다. (…) "차질없이 인증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2026년 6월입니다.

그렇다면 그 절차는 실제로 어디까지 가 있었을까. 콜롬비아가 2025년 8월 산림항공본부에 설명한 인증 계획 자료에 답이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애초 민간 기종인 모델 234의 형식증명을 고쳐 쓰는 방식으로 234SP를 인증받으려 했습니다. 그 계획서를 2025년 1월 FAA에 냈고, 3월에는 시애틀에서 FAA와 대면 검토까지 거쳤습니다.

그런데 6월 FAA가 새 설계를 뒷받침할 기술 자료를 더 내라고 요구했고, 7월에는 인증 경로 자체를 바꾸기로 합의합니다. 계획서를 새로 써서 다시 내야 했고, 방식도 기존 형식증명을 고쳐 쓰는 데서 형식증명을 새로 받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근거 조항은 미 연방항공규정 21.27조, 군에서 쓰다 불용 처리된 항공기에 형식증명을 내주는 조항입니다.

자료는 이 새 경로를 보잉이 주도하고 CH-47D의 제작사 자료를 그대로 쓴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일정표에는 "보잉과 허니웰의 협의가 정리돼야 최종 일정을 만들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그 시점에 인증은 최종 일정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산림청이 "차질 없이 완료할 예정"이라고 답한 그 절차는, 지난해 여름 한 번 되돌려져 다시 출발선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 경로를 이끌기로 한 보잉은, 올해 8월 FAA 기록에서 해당 기종으로 인증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산림항공본부는 '특별감항증명'도 노린다?

표준 경로가 막혀 있다면 남는 것은 특별감항증명입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항공 당국과 업계 관계자 상당수가 이 사업의 마지막 통로로 특별감항증명을 꼽았습니다.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산림청이 러시아에서 차관으로 들여온 카모프 KA-32 헬기 29대 가운데 26대가 특별감항증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산림항공본부 관계자는 "저희 카모프 헬기도 26대가 거기는 RTC도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특별감항으로 저희가 운영을 하고 있거든요. 예는 비슷하게는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그 카모프는 러시아에서 신품으로 제작된 기체입니다.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산림청 항공정비과장이 직접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들어올 기체는 미 육군이 40년 가까이 쓰다 불용 처리한 군용기를 뜯어 고친 재제작품입니다. 같은 특별감항증명이라도 당국이 들여다봐야 할 것이 다릅니다.

인증을 내주는 쪽의 입장은 어떨까요.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은 같은 토론회에서 산불 재난 대응의 시급성을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증가 너무 중요합니다. 저희도 그래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하고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적이 타당하다고 해서 항공 안전의 제일 가장 핵심 기반인 감항 제도부터 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거든요."

그는 군용기와 민간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증에 대해 "철저히 엄격하게 관리를 하는 거예요"라며, "이게 단순 제도나 행정의 간소화를 통해서 풀 사안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산림청 논리의 급소가 드러납니다. 인증을 받아오는 것이 업체의 의무라 해도, 표준 경로가 막힌 이상 남은 길은 특별감항증명뿐입니다. 그런데 특별감항증명은 업체가 노력해서 얻어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토교통부가 내주기로 결정해야 열리는 문입니다.

산림항공본부장도 그 점은 인정합니다.

"FAA가 우리 국토부에다가 무슨 자료를 줄지 모르겠지만 (…) 국토부가 오케이 하지 않는 한은 우리는 도입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명확합니다." 계약서에 "인증을 받아 납품하라"고 적어 둔 것만으로는, 그 문이 열릴지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열쇠를 쥔 부처에 산림청은 묻지 않았습니다.
 

설계 자료가 추적돼야 인증이 난다

특별감항증명이라 해도 그냥 내주는 것은 아닙니다. 인증 실무를 맡는 항공안전기술원 최용훈 인증본부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군에서 쓰던 기체를 개조해 민간 영역으로 가져올 때 무엇이 걸리는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결국은 그 설계에 대한 원초적인 자료들이 다 추적 관리가 돼야 된다는 게 이제 베이스에 깔려 있고 이게 인증의 원칙인데."

그는 정상 운항 상황보다 사고가 났을 때를 걱정했습니다. "장애라든가 사고, 준사고가 났을 때 그럼 그 우리나라 군에서 쓰던 걸 어딘가 개조를 해서 인증을 받아서 쓸 건데 이거 누구 책임이야?" 원제작사가 설계한 형상 그대로인 부분과 국내외 업체가 손댄 부분이 섞여 있을 텐데, 그때 원제작사에 자료를 강제할 체계가 있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이 질문을 산림청 사업에 대 보면 사정이 간단치 않습니다. 기체에 다가가는 것 자체가 막힌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8월 현지 공정검사 때는 기체가 군용 CH-47D여서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이 적용돼 사전 승인 없이는 접근이 제한됐습니다. 산림청은 "ITAR 접근 제한 해소를 위해 제작사에 요청하였으나, 승인 지연으로 접근 제한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고, 그 상태에서 공정률은 "도색 진행 상태 및 시험비행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했다고 답했습니다.

설계 자료가 추적돼야 인증이 된다는 원칙과, 발주처가 기체 앞에 서고도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현실 사이의 거리가 지금 이 사업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산림항공본부가 관리하지 않은 것들

인증과 관련해 산림청이 "하지 않았다"고 국회에 직접 밝힌 것들을 모아 보면 목록이 됩니다.

첫째, 일정 검증입니다. 2025년 말까지 미국 형식증명과 국내 형식증명승인, 엔진·주요 구성품 인증을 모두 마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검증했느냐는 질의에 산림청은 "산림항공본부가 '25년 말까지 국내외 인증 절차를 모두 완료할 수 있는지를 별도로 검증하는 절차는 실시하지 않았음"이라고 답했습니다.

둘째, 형식증명 관리입니다. 앞서 본 대로 "M234SP의 형식증명 취득 여부나 예상 시점을 별도의 계약 이행 사항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셋째, 사전 법률 검토에서의 공유입니다. 계약 변경에 앞서 감사원과 기획재정부에 협의하면서 234SP가 형식증명 미취득 상태라는 사실을 공유했느냐는 질의에 산림청은 "사전 협의의 주요 내용은 형식증명 취득 여부 자체가 아니라, 국가계약 법령상 계약변경의 가능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고 답했습니다.

넷째, 부품 단위 인증입니다. 자동비행장치(AFCS)의 체계통합 인증 계획을 묻자 "계약 조건에 따라 납품 전 헬기 운항에 필요한 모든 인증을 취득한 후 납품하도록 계약 체결하였으며 이에 따라 부품별 체계통합 인증 계획은 별도로 제출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섯째, 기골수명입니다. 기골수명 분석과 목표수명 설정, 보강 작업 자료를 요구하자 "설계·인증 관련 기술자료는 헬기 제작사가 보유 및 관리하는 자료이며 (…) 계약상 제작사에서 별도로 제출받거나 검토하는 대상이 아님"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다섯 가지는 각각 따로 보면 "그건 업체 책임"이라는 하나의 논리로 설명됩니다. 산림항공본부 항공정비과장의 말이 그 논리를 압축합니다. "최종 인증에서 납품하는 거는 제작사의 의무입니다. 계약상의 의무입니다."

문제는 그 논리가 성립하려면, 업체가 인증을 받아 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 전제가 맞는지는 발주처가 확인했어야 할 일입니다. 산림청은 형식증명은 계약 조건에서 빼고, 감항증명만 받아 오라고 한 뒤, 그 감항증명이 나올 수 있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증은 가능한가?

산림청 헬기 계약 관련
지금 남아있는 시간표는 이렇습니다. 2호기 납품 기한이 올해 11월 30일, 1호기가 2027년 6월 29일, 3호기가 2027년 12월 24일, 지난 1월 추가 계약한 4~7호기가 2029년 2월 10일입니다.

가장 가까운 기한이 두 달 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사이 미국에서 형식증명이 나오고, 우리 국토부의 형식증명승인 또는 특별감항증명 절차까지 끝나야 계약이 이행됩니다.

산림청이 이 일정을 낙관한 근거는 업체의 설명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외부 위원까지 참여한 심의위원회에서 한 위원이 인증 전망을 묻자 산림청 담당자는 "인증 계획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작사와 교류하고 있으며 계획상으로 (2025년) 11월에 美 FAA 인증 후 12월 국내 TCV를 받을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그 11월과 12월은 이미 지나갔고, 인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산림항공본부장은 여전히 계약 조건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인증은 뭐 인증이 어렵다는 거를 몰랐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 계약서상에 계약상에 최종 납품할 때 국내에서 운영할 수 있는 모든 인증을 받아서 저희한테 납품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계약 조건입니다."

"인증이 안 될 거라곤 저희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계약을 할 때 인증 받아서 납품하는 게 계약 조건이니까."

그리고 마지노선도 스스로 말했습니다. 인증을 받지 못하면 "국가계약법령과 계약조건에 따라 계약해지, 계약보증금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는 것이 산림청의 공식 입장입니다. 산림항공본부 간부는 취재진에게 "인증, 저희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거죠. 대안을 생각해야 되는 거지 않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사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계약한 기종은 미국에서 형식증명을 받지 못했고, 그 뿌리인 원제작사는 해당 기종으로 인증을 신청한 기록이 없으며, 우리 법이 정한 형식증명승인의 문언은 외국에서 형식증명을 받은 항공기를 대상으로 합니다. 남은 통로인 특별감항증명은 제도상 열려 있지만 군용기를 민간 산불진화용으로 전용한 국내 사례가 없고, 인증당국은 "목적이 타당하다고 해서 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산림청은 인증을 업체의 의무로 계약서에 적어 두었습니다. 적어 두는 것과, 받아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3천200억 원이 걸린 이 사업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산림청이 앞의 것은 했고 뒤의 것은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올해 일괄 계약한 4-7호기 계약과 관련해 보증금 문제까지 짚어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