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경제

"인류 안전이 AI 속도 조절 동기는 아닐것"…증권가 '갑론을박'

이태권 기자

입력 : 2026.09.15 14:49


▲ AI (자료사진)

엔트로픽, 오픈AI, 스페이스X, 구글 딥마인드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수장들이 제기한 'AI 속도조절론'과 관련, 증권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오늘(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AI 모델 개발사들의 경쟁전략이 달라지면서, AI 시장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최근 수개월 AI 모델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개발사들의 새 모델 출시 주기가 이전보다 큰 폭으로 짧아졌습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개발 비용을 회수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고 결국 "AI 모델 성능 격차를 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짚었습니다.

따라서 약간 더 나은 성능의 모델을 만드는데 막대한 비용을 쓰기보다 기존 모델 성능을 극대화하는 '하네스'(harness) 설계에 집중, AI 전환(AX) 효능감을 높이고 토큰 수요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란 이야깁니다.

다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모델 개발속도 조절에 반대하고 나선 데서도 볼 수 있듯 이번 일은 AI 모델 개발사와 엔비디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고 김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구축비용 부담은 커지는데, 충분히 좋은 성능을 갖춘 값싼 경쟁 모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AI 모델 개발사들의 수익 성장 기대는 약화했다. 아울러 프런티어 AI 모델 개발에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AI 모델 개발사들의 주장에 엔비디아가 반대하면서 이제는 두 진영의 이해관계가 같지 않다는 게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습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AI 개발속도 조절을 제안한 구체적 배경과 관련해 "인류의 안전이라는 정의로움이 속도조절 제안의 동기는 아닐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일각에선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앤트로픽과 오픈AI 등의 시장독점 구조를 고착화하려는 사다리차기 전략이란 비판의 시각도 제기된다면서 "AI 개발속도를 늦추면 가장 큰 이득은 AI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쓰는 AI 프론티어가 본다"고 짚었습니다.

IPO를 준비 중인 건 오픈AI도 마찬가집니다.

새 모델 개발비용을 아껴서 영업이익률을 개선할 유인이 적지 않은 셈입니다.

실제 올해 4∼8월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블랙웰급 그래픽처리장치(GPU) 10만개 이상으로 학습됐는데, GPU 임대료 기준으로만 따져봐도 12억1천만 달러(1조6천억원)에 이르는 기회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AI 수익화에 기반한 AI 인프라 투자라는 선순환을 본다면 이번 이슈를 가지고 AI 인프라 주식들에 대해 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황 연구원은 조언했습니다.

그는 "산업의 중심인 미국 AI 프런티어의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오픈AI 아스트라 신모델과 루나 경량모델을 중심으로 미국 모델 사용량이 다시 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자라면 미국 AI 프론티어의 반격을 반길 수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일각에선 메모리 수요 모멘텀이 정점을 지났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메모리 비용이 PC·스마트폰 부품자재명세서(BOM)의 절반에 근접하면서 2분기부터 중저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메모리 용량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고가 PC·스마트폰 OEM은 하반기 판가 인상에 나서며 메모리 비용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AI 서버 시스템에서도 신모델 메모리 용량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동기가 무엇이든 결국 수요탄력이 둔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