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일대 파이프라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할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현지시간 13일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개발업체 글렌판그룹이 '알래스카 LNG'(사업비 545억 달러) 프로젝트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인연이 있는 투자회사 젠트리 비치가 '폴라 LNG'(사업비 250억 달러) 프로젝트를 각각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LNG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주요 아시아 시장까지 1주일 남짓한 최단 항로를 갖춘 자사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프로젝트 모두 개발 비용과 자금 조달 공백에 더해 극한의 추위로 시공 가능 기간이 연 3∼4개월에 불과해 공사 지연 위험이 커진 데다 2029년 트럼프 행정부 임기 전에 사업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정치적 시한에 쫓기고 있습니다.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이어서 화석연료 인프라 건설에 대한 반대도 강한 편입니다.
두 프로젝트 중 더 진척된 '알래스카 LNG'의 경우 초기에 엑손모빌·BP·코노코필립스 등 오일메이저 3곳이 지원했다가 높은 비용을 우려로 2016년 잇따라 발을 빼고 사업 관리권을 주정부 산하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에 넘겼습니다.
글렌판그룹은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 LNG 투자 유치 홍보에 나선 지난해 프로젝트를 인수했습니다.
글렌판그룹의 브렌던 듀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알래스카 주의회가 세제 혜택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북단 프루도베이의 노스슬로프 가스전에서 남단 해안 니키스키까지 가로지르는 1천190㎞ 길이의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 가운데 1단계 공사가 지연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연 2천만 톤(t) 규모로 계획된 액화시설의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려면 추가로 300만 t의 LNG 구매 계약을 구속력 있는 형태로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라피단에너지그룹의 알렉스 먼턴 애널리스트는 "엑손모빌과 노스슬로프 생산업체들이 이 프로젝트를 면밀히 검토한 뒤 자신들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며 가스관 건설비(170억 달러 추정)의 비용 초과 위험을 지적했습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보다 초기 단계인 '폴라 LNG' 프로젝트는 노스슬로프의 가스를 사들여 서쪽으로 직선거리 427㎞ 떨어진 해안 마을 웨인라이트 액화시설로 운송하는 사업입니다.
회사는 비용·시간을 아끼기 위해 러시아 기업 노바텍이 보유한 기존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노바텍은 북극권 '북극 LNG 2', '야말 LNG' 플랜트를 건설한 기업입니다.
노바텍은 이 플랜트가 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건설된 뒤 가동 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운송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노바텍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유럽 동맹국들이 부과한 제재를 일부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노바텍이 북극 LNG 2 프로젝트에 대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노바텍이 기술과 장비를 폴라 LNG 프로젝트에 임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폴라 LNG가 노바텍의 프로젝트들에서 장비를 사들이려면 미국 정부 승인이 필요한데 이 노바텍의 프로젝트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부과한 제재를 여전히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는 이르면 다음 주 고 공화당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이 주도한 한층 강경한 대러 제재안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노바텍은 "우리 기술을 사용하는 LNG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밝히고 폴라 LNG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바텍은 자사의 참여가 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부인했습니다.
젠트리 비치 폴라 LNG 대표는 "러시아에 대한 여론이 매우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며 "미 정부가 어떤 기술을 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극 LNG 2 프로젝트에 대한 제재로 중국이 이 LNG 물량을 싼값에 사들이고 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적에게 우리를 상대할 값싼 무기를 쥐여주는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아시아 기업 유치에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분 투자를 한 아시아 기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유일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정치적 리스크도 지목합니다.
친 화석연료 성향인 트럼프 행정부가 2029년 퇴임하기 전 최종 투자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 취임 첫날 키스톤XL 파이프라인 핵심 인허가를 취소했던 사례처럼 향후 민주당 행정부가 사업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먼턴 애널리스트는 "알래스카의 석유·가스는 민감한 이슈이며 그만큼 정치적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