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 부위 손상으로 사망한 A 양(오른쪽)과 언니
경찰이 7년 전 서울 성북구에서 발생한 44개월 여아 사망 사건을 올해 두 번째로 내사만 한 뒤 종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2019년과 올해 두 차례 내사 단계에서 다각도로 조사했으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인할 수 없어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 측 입장입니다.
그러나 A 양이 사망한 뒤로 계모가 A 양의 언니를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전력이 있고, A 양 몸에서 캡사이신이 검출돼 아동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두 차례나 내사 종결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2019년 A 양 사망 사건 관련 성북경찰서 내사 결과 보고서에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경찰은 당시 부모를 포함한 가족과 친인척, 변사자의 주거지 및 생활 관계에 있는 주변인 30여 명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성북서는 변사자 가족을 대상으로 내사 착수해 사망 당일 동선과 폐쇄회로 화면, 가족들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확인한 결과 아동학대나 가혹행위 상황이 발견되지 않아 검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종결했다고 보고서에 기재했습니다.
경찰은 지적 장애가 있던 A 양이 자해한 흔적이라는 가족의 진술 등을 받아들여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의료진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당시 A 양의 온몸에 있는 멍과 혈액 속 캡사이신 성분 검출 등을 이유로 학대 정황을 의심하는 소견을 남겼습니다.
이에 더해 1차 내사 종결 이후 A 양의 계모를 의심할 만한 새로운 정황도 생겼습니다.
A 양의 계모인 B 씨는 A 양이 사망한 2019년 6월 28일로부터 약 3개월 뒤인 10월 1일과 2024년 1월 두 차례 A 양의 언니를 학대한 혐의로 성북경찰서 수사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계모 B 씨에 대한 기소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송치 결정서에 따르면 B 씨는 A 양 언니의 손가락을 뒤로 젖혀 꺾거나, 온몸을 때리다가 치아를 부러지게 하는 등 학대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양 언니도 경찰 조사에서 계모가 자신을 감금, 결박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학대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후 A 양 사망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일부 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성북서는 올해 초 이 사건에 대해 두 번째 내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아동학대 전력이 있는 계모를 A 양 사망 사건 피의자로 별도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성북서는 계모의 A 양 언니 학대 사건과 A 양 사망 사건은 별개이고, 2차 내사에서도 범죄 혐의를 포착할 새로운 증거를 찾지 못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과수는 A 양 부검감정서에 캡사이신을 A 양이 스스로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캡사이신이 검출되는 등 스스로 시행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도 확인되므로 타인에 의한 학대의 정황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A 양의 전신에 있던 멍과 교흔을 고려하면 학대 정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1차 내사 종결 보고서에는 아동학대 정황을 가리킬 수도 있는 캡사이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경찰은 계모가 A 양을 혼내는 과정에서 핫소스 등 매운 소스를 먹였다는 정황이 담긴 A 양 언니의 해바라기센터 진술도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A 양 언니는 2차 내사 단계에서도 경찰에 "계모가 동생에게 매운 걸 먹인 건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며 "계모가 동생에게 매운 걸 먹일 때 부엌에 둘이 있었고, 나는 안방에서 봤다"고 서면을 통해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생이 힘들어서 고통스러워했고 많이 싫어했다는 진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A 양의 몸에서 타인의 개입이 있다고 볼만한 DNA가 검출되지 않았고, 자해의 증거로 볼만한 소견이 의무기록 및 부검상 확인되는 점 등을 고려해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 양의 캡사이신 섭취 경위에 관한 질문에 "저희는 범죄 혐의점을 확인한다"며 "범죄 혐의점이 없으니까 내사 종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가 멍투성이였던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심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구체적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성북서는 부모 등에 대한 아동복지법 위반 방임 혐의도 법리적으로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두 번째 내사를 종결했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충분히 정식 수사에 착수해 혐의 유무를 가려도 될 법한 사건임에도 경찰이 두 차례나 내사 종결한 건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A 양 아버지는 지난 7일 서울경찰청에 수사심의를 신청했습니다.
수사심의는 고소인과 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이 수사 절차나 결과에 불공정이나 부적법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제기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신청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변호사와 법학자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립니다.
심의를 통해 보완과 재수사, 신속처리, 부서나 관서 이송과 재지정 등 지시가 가능합니다.
강제성은 없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진=A 양 부친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