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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억 주고 산 산불 헬기, 미군이 쓰던 중고 헬기였다? [취재파일]

배여운 기자

입력 : 2026.09.18 16:49|수정 : 2026.09.18 17:37

흔들리는 초대형 헬기 사업 ①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원 삼척까지 번졌습니다. 주불이 잡힐 때까지 222시간, 피해 면적 1만 6천302헥타르, 축구장 2만 3천 개 면적이 불에 타면서 9천86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산림청 집계로 역대 가장 오래 탄 산불 중 하나입니다.

대형 산불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산림청 내부에서도 대형 산불 진화를 위한 '대형 헬기'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그해 12월 산림청은 「2023~2027년 전국 산불 방지 장기대책」을 냈습니다. 산불 진화 헬기를 "초대형 헬기 중심으로 전환"하고, 2022년 48대인 헬기를 2027년까지 58대로 늘리되 그중 13대를 초대형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보다 두 달 앞선 10월, 산림청 산림항공본부는 이미 초대형 헬기 1대 구매 제안요청서를 나라장터에 올려놓을 정도로 사업은 빨리 진행됐습니다. 이 사업은 이후 7대 규모로 커졌습니다. 지금까지 체결된 계약서의 금액을 더하면 2억 2천740만 달러, 원화로 약 3천200억 원 규모입니다. 결국 대형 헬기는 도입됐을까요?

2026년 9월 현재, 산림항공본부 격납고에는 초대형 헬기 1대가 서 있습니다. 지난 1월 도입식까지 치른 헬기입니다. 그런데 이 헬기는 산림항공본부 소유 헬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꼬리의 등록번호 'N473CH'가 말해주듯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등록돼 있고, 등록상 소유자는 미국 오리건주의 콜롬비아 헬리콥터스(Columbia Helicopters)입니다. 쉽게 말하면, 막대한 세금 들여서 계약한 헬기인데 우리 조종사는 마음대로 운항조차 못하는 꼴인거죠.

산림청 헬기 계약 관련
왜 이렇게 됐는지, 이번 기사에서는 제안요청서와 계약서, 산림항공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 산림항공본부 관계자 인터뷰, 미국 정부 기록 등을 토대로 되짚어 봤습니다.
 

산림항공본부가 써낸 제안 요건은?

2022년 10월 24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오른 공고의 이름은 'heavy forest helicopter(1SET)'였습니다. 품목 명세서에 적힌 예산은 3천320만 달러(약 498억 원)였습니다.

실제로 제안요청서에는 산림항공본부가 무엇을 원했는지가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사업 목적은 주·야간 산불 진화, 외부 화물 운반이 가능한 초대형급 헬리콥터 1대입니다. '초대형급'은 "물탱크의 총용량이 5천 리터 이상인 항공기"로 정의했습니다. 기체는 "신품 또는 재제작으로 생산된 항공기"를 제안할 수 있되, "제안 기종의 제작사가 신품 생산이 진행 중이라면 신품으로 납품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제작품이면 "추락(Crash), 전복(Rollover), Hard landing 등의 사고 이력이 없는 기체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즉, 웬만하면 사고 이력 없는 새제품으로 사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헬기 도입 사업에서 가장 핵심 조건은 '필수규격'의 정의와 감항증명 조항입니다. 필수규격은 "납기일까지 장착, 제공, 이행 등이 완료되고, 대한민국 감항당국의 승인이 완료되어서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규격"입니다.

여기서 '감항(Airworthiness)'이란 항공기가 안전하게 날 수 있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감항증명이 없는 항공기는 하늘을 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핵심 조건이죠. 결국 산림항공본부 헬기가 되려면 이 두 단계를 다 거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산림항공본부는 제안요청서에 이에 대해서 어떻게 언급했을까요? "헬리콥터는 비행 안전성 입증을 위해 대한민국 국토교통부에 의해 표준 또는 특별감항증명이 완료된 것이어야" 한다고 했고, 인증이 진행 중인 기체라면 "납품일까지 승인받기 위한 취득 계획"을 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납품기한까지 헬리콥터와 임무장비 등의 각종 인증의 미승인으로 국내 운용이 불가능할 경우, 인수를 거부하고 이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과 손해배상에 관한 책임은 제안자에게 있다"고 적었습니다.

쉽게 풀어보면, 우리 정부 인증이 끝난 상태로 납품할 것, 안 되면 안 받고 책임은 업체가 진다는 겁니다.
 

0.18점 차이로 갈린 낙찰

입찰에는 두 회사가 참여했습니다. S-64를 재제작하는 미국 에릭슨(Erickson), 그리고 국내 업체 대진항공을 입찰자로 내세운 콜롬비아입니다.

콜롬비아가 제안한 기종이 보잉 버톨 모델 234, M234입니다. 1981년 미국에서 민간 형식증명을 받은 기종이고, 콜롬비아는 그 형식증명을 가진 회사였습니다.

산림항공본부도 "최초 계약을 체결할 당시 콜롬비아 헬리콥터는 미국 FAA로부터 M234 및 Model 107 기종에 대한 형식증명을 보유한 업체"였다는 점을 선정 근거로 국회에 설명했습니다.

산림항공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평가 결과를 보면 승부는 가격에서 갈렸습니다. 기술평가는 에릭슨이 76.03점으로 콜롬비아 73.76점보다 높았습니다. 그런데 콜롬비아가 2천822만 달러를 써내 가격 점수 20점을 만점으로 받은 반면, 3천215만 7천여 달러를 적어낸 에릭슨은 17.55점에 그쳤습니다.

합계 93.76점 대 93.58점. 0.18점 차이로 콜롬비아 쪽이 1순위가 됐습니다.

그렇게 2022년 12월 16일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계약금액은 2천822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80억 원. 납품기한은 2025년 12월 14일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 없어 보입니다.
 

헬기 못 만든다?…흔들리는 계약

하지만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조사인 콜롬비아가 계약한 기체를 못 만들겠다고 통보합니다. 계약하고 2년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 거죠.

콜롬비아가 계약한 신품 M234를 만들기 어렵다며 재제작 기종 M234SP로 바꾸는 얘기를 처음 꺼낸 것은 2024년 10월 월간보고였습니다. 산림항공본부는 이때 "신품 M234 제작 불가가 제작사의 귀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제작사의 요청만을 근거로 계약을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콜롬비아는 2025년 3월 28일에 기종 변경을 공식 요청합니다. 계약한 지 27개월, 납품 기한을 여덟 달 반 앞둔 때였습니다. 콜롬비아가 산림항공본부장 앞으로 보낸 요청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먼저 계약의 초기 수주 이행을 둘러싼 문제점을 인정합니다…(중략)...비현실적인 제안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변경 사유로 꼽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산불 물탱크가 M234의 연료탱크 구조와 간섭을 일으켰다는 것, 그리고 "미 연방항공국의 개정된 충돌 방지 연료 시스템 요구 사항은 새로운 M234 헬리콥터 제작에 적용하기 거의 불가능한 요구사항"이었다는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생산이 중단되었던 항공기를 새롭게 제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되었"다고도 적었습니다. 업체의 귀책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죠.

여기서 말하는 미국 규정은 '내추락 연료계통(CRFS)' 요건입니다. 충돌 뒤 화재를 막기 위해 연료계통을 강화하라는 기준인데, 1994년 도입 당시에는 새로 형식증명을 받는 기종에만 적용돼 1981년 형식증명을 받은 모델 M234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10월 제정된 미국 연방법(49 U.S.C. §44737)에 따르면, 2020년 4월 5일 이후 제작이 완료되는 헬기에는 기종이 오래됐든 아니든 적용됩니다. FAA는 2018년 12월 특별감항정보고시(SAIB SW-17-31R1)로 이를 알렸습니다.

문제는 낙하 시험입니다. 미국 연방항공규정은 물을 정상 최대 용량의 80%까지 채운 연료탱크를, 실제 장착 상태를 대표하는 기체 구조물에 넣은 채 50피트, 약 15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려 누유가 없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시험에 쓴 구조물은 그대로 버려집니다. 바꿔 말하면 한 대를 팔기 위해 기체 하나를 더 만들어 부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산림항공본부는 "그 동체 하나가 굉장히 고가이기 때문에" 콜롬비아가 시험을 통과해 납품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콜롬비아는 어떻게 이 계약을 따냈을까. 산림항공본부장은 콜롬비아에 M234의 형식증명이 있었고 동체도 갖고 있었으니 한 대쯤은 신품으로 납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가, 제작과 인증 절차에 들어간 뒤에야 동체를 하나 더 만들어 떨어뜨리는 시험까지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M234로는 납품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취재진이 "2022년 계약할 시점에도 이미 강화된 규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자 관계자는 "예. 맞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산림항공본부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저희는 그것까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미국의 FAA에 그런 강화된 규정이 있는지까지 저희가 뭐 그거를 파악하고 있지는 못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규정에 걸린 회사가 또 있습니다. 1호기 입찰에서 0.18점 차로 밀렸던 에릭슨은 이후 2호기 계약을 따냈다가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202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산림청장은 "계약 입찰을 했는데 비용이 맞지 않아서 입찰했던 기업에서 페널티를 내고 포기를 한 사례가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산림항공본부장은 취재진에게 그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걔네들도 새로 동체 하나를 갖다가 그 테스트를 해야 된다고 하니까 걔네들이 중간에 이건 도저히 우리가 할 수 없다라고 해가지고 계약 이행 보증금을 물고 계약 해지를 한 게 에릭슨입니다. 그러니까 걔네들도 그 룰을 몰랐지는 않았을 것 같고."

경쟁사는 규정을 알고 보증금을 물면서까지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콜롬비아는 만들 수 있다고 하고 계약서에 서명한 뒤 2년 3개월 만에 못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산림항공본부는 그런 규정이 있다는 것을 당시 알지 못했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입니다.

3천200억 원 사업의 첫 단추는 그렇게 잘못 꿰어졌습니다.
 

신품에서 재제작…민간용에서 군용? 이유는?

결국 산림항공본부는 2025년 10월 10일 계약을 변경했습니다.

기종은 신품 M234에서 재제작 기종 M234SP로, 계약금액은 원 계약의 10%를 감액한 2천539만 8천 달러(약 363억 원)로, 납품 기한은 2027년 6월 29일로 바뀌었습니다.

바뀐 기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초에 받기로 한 M234는 계약서에 적힌 조건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민간 형식증명을 받은 기종이어서 우리 국토교통부에 형식증명승인을 신청할 길이 열려 있었고, 기체와 주요 부품이 모두 신품이었습니다.

제작사 요청으로 바뀐 것은 신품이 아닌 재제작품입니다. 재제작이 무엇인지는 산림항공본부가 제안요청서에 직접 적어뒀습니다. "성능과 품질이 신품과 같거나 더 나은 상태로 회복시킨 것"을 말하고, 오버홀한 기체와 부품을 쓰는 것까지 포함하되 "재사용(Refurbished) 제안"은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쓰던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중고와는 구분하겠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번에 신품이 재제작으로 바뀐 이유는 성능이나 품질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본 대로 만들 수가 없어서였습니다.

바뀐 M234SP는 아직 미국에서 형식증명을 받지 못하고 개발 중입니다. 게다가 이 기종은 민간기가 아니라 군용 시누크인 CH-47D를 개조해 만듭니다. 군용기에는 민간 형식증명이 없습니다. 민간 항공기로 날리려면 인증을 처음부터 새로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이 계열 기체가 미국에서 갖고 있는 것은 산불 진화 같은 특수 목적에만 쓰도록 제한한 '제한형식증명'뿐이고, 우리 항공안전법이 정한 형식증명승인은 "외국 정부로부터 형식증명을 받은" 항공기를 대상으로 합니다. 국내에서 인증을 받기가 훨씬 어려운 기종으로 바뀐 것이 핵심입니다.

산림항공본부도 이 점을 국회에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M234SP와 CH-47D는 서로 다른 성능의 기체가 아니라, 인증 주체에 따라 사용되는 명칭이 다른 동일 형상·성능의 기체임." 산림항공본부가 계약을 바꿔 사기로 한 것은 미군이 쓰던 시누크를 재제작한 기체라는 뜻입니다.

기체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부품 상당수도 함께 바뀌었습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콜롬비아의 변경 요청서에 표로 나와 있습니다. 원래 계약한 M234는 기체·엔진·기어박스·블레이드(회전날개)·로터헤드·랜딩기어·유압서보가 모두 "100% 신품"이었습니다.

M234SP는 기체가 재제작품, 엔진은 "TBO 2000+", 기어박스는 "On Condition", 블레이드·랜딩기어·유압서보는 "Reconditioned"입니다. 모두 쓰던 부품을 정비해 쓰겠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 산림항공본부는 주요 부품을 분해 검사와 오버홀을 거쳐 사용시간을 신품과 같은 0시간으로 초기화한 뒤 납품받는 조건이라고 국회에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재제작이었을까. 문서로 확인되는 답이 하나 있습니다. 신품 제작을 막았던 CRFS 요건은 재제작 기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산림항공본부가 국회에 낸 자료도 이번 변경을 "(당초 규격) 신품 헬기 M234 → (변경) 재제작 헬기 M234SP(CRFS 인증 불필요)"라고 요약했습니다.

신품을 포기하고 중고 기체를 재제작하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신품에 요구되던 연료계통 안전 기준도 함께 비켜간 셈입니다. 업체의 사정을 상당히 봐준 계약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신품도 아니고 군용기를 개조한 기체를, 그것도 납기일에 제때 받지 못한 꼴이 됐습니다.

게다가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지체상금을 업체가 내야 합니다. 납품이 늦어진 만큼 업체가 물어야 하는 돈입니다. 계약서에 적힌 요율은 하루 0.075%입니다. 하지만 산림항공본부가 업체 요구대로 납기일 자체를 늦춰 주면서, 이 돈은 아예 발생하지 않게 됐습니다.

산림항공본부는 그 대신 제작사로부터 봄철 산불철에 헬기를 무상으로 지원받기로 했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산림항공본부가 계약한 헬기는 2025년 12월에 오지 않았고, 대신 지금 산림항공본부에 서 있는 엉뚱한 헬기 1대가 한국으로 날아오게 됩니다.
 

1호기 대신 온 헬기는 어떤 기종?

납품이 밀리면서 산림청의 봄철 산불 대응에 구멍이 났습니다.

산림항공본부는 납기를 늘려주는 대신 콜롬비아로부터 헬기 1대를 무상으로 제공받기로 했습니다. 그게 지금 격납고에 있는 N473CH입니다. 콜롬비아는 변경 요청서에서 이 기체를 "CH-47D N473CH 헬리콥터를 234SP 구성으로 전환하여 납품"하겠다고 제안했고, "올해 말까지 N473CH를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썼습니다. 2025년 말은 지나갔고, 이 기체는 지금도 미국 등록 상태입니다.

산림청 헬기 계약 관련
FAA 등록원부에 이 기체는 제작사 콜롬비아, 모델 CH-47D, 일련번호 92-0283, 감항 분류는 '제한범주(Restricted)·산림용(Forest)'으로 올라 있습니다. 산림항공본부는 국회에 이 기체의 원형을 CH-47C, 제작연도를 1985년으로 답했습니다.

취재진은 이 기체의 이력을 미 육군 일련번호 기록과 시누크 기체 이력 자료로 더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92-0283은 1993년 1월 보잉이 미 육군의 CH-47C 85-24740을 D형으로 재제작해 새 일련번호를 받은 기체입니다.

그 원형인 85-24740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기체가 아닙니다. 공개 기록은 이 기체를 이탈리아 엘리코테리 메리디오날리(아구스타 계열)가 면허 생산한 CH-47C로, 이란에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1979년 혁명으로 인도가 무산된 11대 가운데 하나로 기록합니다. 산림항공본부가 답한 '1985년'은 미 육군이 이 기체를 인수한 회계연도와 일치합니다.

D형이 된 뒤 이 기체는 2014년 10월 미 연방조달청(GSA) 경매에 나왔고, 2015년 2월 콜롬비아가 인수해 N473CH로 등록했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오리건·유타 등 미국 서부 산불 현장을 돌다가 2026년 1월 무상 운영 지원 명목으로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계약은 계약대로 해 놓고, 정작 우리 것이 아닌 헬기가 격납고에 서 있게 된 겁니다.
 

격납고의 헬기는 결국 누구 소유인가?

산림항공본부는 2월 17일 설명자료에서 이 헬기를 "2027년 6월 정식 납품 전까지 산불 대응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콜롬비아가 "조종사 인건비, 보험료 등 연료비를 제외한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고도 했습니다. 국회에는 더 분명하게 답했습니다. "계약상 요구되는 국내 감항증명을 취득하지 않아 산림항공본부가 인수한 상태는 아님. 따라서 현재까지 소유권과 관리 책임은 제작사에 있으며", 올봄 운항은 "납품이나 임차가 아니라 (…) 제작사가 (…) 제공한 무상 운영 지원"이라는 것입니다.

법적 근거는 항공안전법 제101조의 외국 항공기 국내 사용 허가입니다. 국내 등록도, 국내 감항증명도 없는 미국 국적 항공기가 국토교통부 허가를 받아 한시적으로 난 것입니다. 산림항공본부 관계자는 "그 항공기는 저희 항공기가 아니어서 외국 항공기는 저희가 조종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올봄 이 헬기는 89시간을 날았습니다. 계약상 무상 지원 기간은 올해와 내년 2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입니다. 그 기간이 끝나면 미국 승무원들은 돌아가고, 가을 산불철에 다시 띄우려면 업체와 별도로 협의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돈은 이미 나갔습니다. 산림항공본부는 2026년 6월 국회에 "계약 금액 $25,398,000 중 $25,135,500의 70%"인 1천759만 4천850달러를 두 차례에 걸쳐 지급했다고 답했습니다.

원래 특수조건은 납품 전 지급 상한을 선금 10%와 중도금 40%를 합한 50%로 뒀는데, 2025년 10월 변경 계약 때 "납품 예정 헬기에 대한 산림항공본부의 최우선 유치권 확보와 항공기의 산림항공본부 도착 후 검사 완료를 조건으로 기존 중도금 40%에 30%를 추가 지급할 수 있도록" 바꿨다는 설명입니다. 계약한 헬기는 아직 없고, 격납고에 있는 헬기는 우리 것이 아닌데, 물품대의 70%는 이미 미국 회사로 갔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취재진이 되짚어 본 1호기의 궤적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산림항공본부는 우리 정부 인증이 끝난 상태로 납품하라는 조건을 걸었고, 인증이 없는 업체도 계획서만 내면 입찰할 수 있게 문을 열었습니다. 콜롬비아는 형식증명이 있는 신품 기종을 제안해 가격 점수로 0.18점을 이겼습니다. 그러나 그 기종은 계약 시점에 이미 미국 규정상 신품으로 만들기 어려운 기종이었고, 산림항공본부는 그 규정을 몰랐습니다.

2년 3개월 뒤 업체가 "비현실적인 제안"이었다고 문서로 인정하자 기종이 바뀌었고, 기한이 1년 6개월 늘었고, 지체상금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그 사이 계약과 무관한 헬기가 미국 등록 상태로 격납고에 들어와 물품대의 70%가 지급됐습니다.

제안요청서의 조건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틀린 것은 그 조건을 채울 수 있는 제안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계약서에 서명한 과정, 그리고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업체가 알려줄 때까지 몰랐던 과정입니다.

이 계약 변경이 타당했는지, 산림항공본부는 어떤 검토를 거쳤고 같은 시기 같은 업체와 협상했던 다른 기관들은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다음 편에서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