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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시절 사고 이력 불분명…사업 추진 이대로 괜찮나? [취재파일]

장민성 기자

입력 : 2026.09.19 09:00

흔들리는 초대형 헬기 사업 ④


지금까지 취재파일에서는 산림청이 추진하는 초대형 산불 진화 헬기 사업과 관련해 1호기 계약 변경 과정의 문제점, 특히 핵심인 인증 문제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짚어봤습니다.

(1편) 380억 주고 산 산불 헬기, 미군이 쓰던 중고 헬기였다? [취재파일]
(2편) 업체 말만 믿었나? 계약 변경 타당했나? [취재파일]
(3편) 흔들리는 3,200억 계약 핵심은 '인증'…받을 수 있나? [취재파일]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산림항공본부가 미국 업체 콜롬비아 헬리콥터스와 계약한 초대형 헬기들은 모두 과거 미군이 쓰던 헬기를 민간에서도 산불 진화용으로 쓸 수 있게 분해한 뒤 다시 재조립하는 재제작 헬기인데, 기체가 확정된 1~3호기 모두 과거 군용 시절 사고 이력부나 구체적인 운항·정비 기록 등이 없습니다.

모든 항공기는 안전한 운항을 위해 관련 기록들을 구체적으로 관리합니다. 언제, 얼마만큼의 거리를, 얼마 동안 날았는지, 사고가 났다면 무슨 사고였는지, 수리나 정비는 어떻게 했는지, 부품을 교체했다면 어떤 부품으로 바꿨는지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이를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이런 기록들을 토대로 미 연방항공청이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 같은 정부 기관이 개별 항공기들에 대해 운항 가능하다는 걸 인증해주는 겁니다.

산림항공본부가 계약한 1~3호기의 경우 1호기는 1980년대, 2호기와 3호기는 1960년대 생산된 헬기입니다. 생산된 지 짧게는 40여 년, 길게는 60여 년 지난 헬기로, 미군이 썼던 초창기 10~20여 년 동안의 군 기록을 산림항공본부는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전장이나 실제 작전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고, 사고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1960년대와 1980년대 모두 해당 기체(시누크)는 미 육군의 주요 전력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산림항공본부는 2025년 2월 헬기 기체 점검을 위해 미국 업체를 방문했던 국외 출장에서 2호기와 3호기의 군용 시절 사고 이력부가 없다는 걸 직접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SBS 취재가 시작되자 산림항공본부는 업체 측을 통해 미 국방부 육군부의 회신 문건을 받았는데, 이 문건에도 군용 시절 사고 이력부나 구체적인 운항 기록, 정비 기록 등 세부적인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산림항공본부는 해당 문건에서 미 국방부 육군부 담당자가 "해당 기체들은 온전한 상태이며 비행 가능한 상태"라고 밝힌 내용 등을 근거로 과거 군용 시절부터 개조 이후 재판매된 기간까지 통틀어 안전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문건 역시 국내 감항 인증 절차에서 유효한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초창기 군용 시절 심각한 사고나 손상이 있었다고 해도 재제작 단계에서 인증 절차가 요구하는 수준의 분해, 개조, 수리 과정 등을 거치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SBS 취재진이 만난 최용훈 항공안전기술원 항공인증본부장은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산림항공본부가 확보한 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흔히 생각하기에 군에서 수십 년간 운영을 했었고 이미 검증된 설계이고 충분히 이걸 넘겨 받아서 '검증된 거다'라고 자신 있게 도전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 항공기가 민간 영역으로 넘어와서 민간 감항당국이 제시하는 기술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중략) 항공기가 어떠한 과정을 겪었는지는 최초 개발과 제작 시점부터 어떤 과정으로 (운항이 됐고) 감항당국이 승인해 줬던 절차와 기준을 잘 준수했는지도 확인해야만 지금 상태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의를 기반으로 인증을 받아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거의 이력, 정보 또는 그에 준하는 이를 증빙할 수 있는 관련 정보들이 반드시 있어야만 인증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최용훈 항공안전기술원 항공인증본부장

최 본부장은 그러면서 쉬운 비유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군용 시절 구체적인) 이력이 없다는 거는 자동차로 예를 들면, 침수된 이력이 있는지 없는지 우리가 모르고 차를 샀을 때 결국은 이 차가 만약에 침수된 이력이 있는 차였다고 하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그런 불확실성을 안고 차를 몰아야 되는 상황이 될 거고요. 결국은 그 불확실성이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군다나 항공기에 있어서는 그 안전과 직결되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용훈 항공안전기술원 항공인증본부장

산불 진화
이런 상황에서도 산림항공본부는 같은 미국 업체와 지난 1월 계약 금액 136,438,000달러(계약 당시 환율 기준 1천950억 8천724만 원) 규모의 추가 계약을 맺었습니다. 기체조차 확보되지 않은 4~7호기, 4대의 군용 재제작 헬기를 2029년 2월까지 추가로 더 들여오기로 일괄 계약을 맺은 겁니다. 이렇게 되면서 산림항공본부가 업체와 계약한 초대형 헬기는 모두 7대, 액수로는 3천260억 1천338만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업체는 지난 1월 추가 일괄 계약 4대와 관련한 계약 이행 보증금 약 100억 원도 내지 않은 상태입니다. 계약 이행 보증금은 쉽게 말하면 업체가 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계약금의 일정 비율을 담보 성격으로 내는 돈입니다. 산림항공본부가 지난 7월까지 업체 측에 보증금 납부 기한을 유예해 주기도 했지만, 아직 납부되지 않았습니다.
 
"(보증금 납부 기한 연장은) 특혜로는 볼 수 있죠. 국내 거래에서는 계약 체결하고 바로 계약 보증금을 납부하거든요. 뭐 보증서 형태든 현금이든"

- 강두원 변호사, SBS 인터뷰

업체 측은 "일괄 계약을 하면서 보증금 규모가 커져 회사 사정상 아직 납부하지 못한 것"이라면서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더 큰 문제는 2호기 납품 기한이 오는 11월 말로, 당장 석 달도 남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핵심인 인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2호기가 제대로 들어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체 측조차 장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체 측은 "납품 기한을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지체 상금을 내더라도 납품을 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업체가 이미 계약 이행 보증금도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데, 2호기 납품 기한 도과에 따른 지체 상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사업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요?

산림항공본부는 "제작사가 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항공기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작사의 귀책 사유로 계약 기한을 넘길 경우에는 관계 법령과 계약 조건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엄정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즉, 한마디로 '모든 책임은 제작사에 있다. 계약 조건이 그렇다'는 건데, 산림항공본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어질 취재파일에서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