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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오리걸음에 인신매매까지
00:50 찾아오는 브로커…침묵하는 법무부
02:58 업체에 의존한 지자체…점검까지 동행
05:11 인신매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1. 오리걸음에 인신매매까지
지난달 25일 필리핀 코너시. 파주시 공무원들이 300명 넘는 현지 지원자들에게 체력 테스트 기준도 없으면서 단체 오리걸음을 시켰는데, 마이크를 잡은 건 사설 인력업체 대표 홍 씨였습니다.
[파주시 관계자 : 오리걸음 한번 걸어봐라, 그렇게 했던 거죠. 즉흥적으로. 체력 테스트의 기준은 없어요. 우리가 여기 와서 관심을, 보고 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건데.]
[홍 씨/인력업체 대표 : 제가 하는 건 딱 하나예요. 통역하는 거거든요.]
홍 씨를 거쳐 온 계절근로자 가운데 8명이 지난해 11월 성평등가족부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홍 씨는 형법상 인신매매죄 등은 무혐의를 받았다고 강조했지만, 목포고용지청은 최근 근로기준법상 중간착취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2. 찾아오는 브로커…침묵하는 법무부
파주시 관계자는 홍 씨 업체를 어떻게 검증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파주시 관계자 : 그전에 했으니까요. 그전에.]
그런데 홍 씨를 통해 온 노동자 중 인신매매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다고 했습니다.
[파주시 관계자 : 우리는 그런 거를 몰랐는데요. 인신매매까지 얘기가 나온다고요?]
그러면서도 홍 씨와 계속 일하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파주시 관계자 : 저희 같은 경우 가장 이제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 이탈률이거든요. 근데 이탈률이 없어요. 그래서 법무부로부터 이제 우수 인센티브로 해서 인력을 갖다가 이제 더 이제 공급을 받고.]
파주시는 홍 씨를 검증된 업체로 여겼습니다. 코너시와 협약을 맺은 것도 홍 씨가 찾아준 거라고 했습니다.
[파주시 관계자 : 이분이 이번에 코너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데 MOU를 맺고 싶어 하신다, 시장님이. 그래서 이제 MOU를 맺게 된 거거든요. 지금 이 업체뿐만이 아니라 저희한테 오는 게 베트남도 해달라 방글라데시 해달라 어디 해달라 이게 업체 사람들 많이 와요.]
지자체가 해외 지자체를 발굴하는 게 아닙니다. 인력업체가 해외 지자체를 잘 안다며 찾아오는 겁니다. 지자체는 인력업체가 제공하는 편의를 누릴 뿐, 인력업체가 편의를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습니다. 법무부는 지자체가 알아서 해외 지자체와 접촉해 계절 근로자를 직접 뽑으라고 하는데, 지자체는 직접 뽑을 수 없다고 합니다. 파주시는 주관 부서인 법무부가 움직이지 않아 업체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파주시 관계자 : 지금 외국인 계절 근로자 MOU 맺어서 외국 지자체랑 다이렉트로 해가지고 하기에는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중간 조직이 껴야 하는데. 법무부에서 뭔가 해주면 좋은데 움직이지 않으니까 지자체들이 힘든 거예요.]
법무부는 브로커를 막겠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해야 할 계절 근로자 모집 과정에 중개업자 등이 개입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등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올 초 시행했습니다. 법무부에 개정법 시행 후 처벌 건수와 체력검사 기준, 피해 대책 등을 물었습니다. 거듭된 요청 끝에 3일 만에 "2건 처벌, 6건 조사 중"이라는 답이 왔습니다. 나머지 4개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3. 업체에 의존한 지자체…점검까지 동행
필리핀에서 온 마리아(가명)가 계절 근로자로 일했던 해남군은 2024년 국가인권위 조사를 받았습니다. 해남군 관계자는 인정할 건 인정했습니다. 파주시처럼 이탈률이 낮다는 이유로 홍 씨와 일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해남군 관계자 : 언론 기사를 찾아보니까 부여가 이탈이 아예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필리핀하고 저희도 MOU를 하고 싶은데 연결 좀 해달라 해서 그쪽 통해서 연락처는 받았죠. 중간에서 브로커라고 하시는 그 업체에서 많이 해결을 해주죠. 그때는 저하고 직원 한 명 있었죠. 지금은 좀 줄었지만 그때는 (계절 근로자가) 한 800명 정도 됐거든요.]
두 명이 800명을 관리할 수 없으니 이탈률을 줄이려 홍 씨를 부여군으로부터 소개받은 건데, 마리아 씨는 첫 해에는 부여군, 이듬해에는 해남에서 임금착취를 당했다고 증언해 정부로부터 인신매매 피해 확인을 받았습니다. 지자체들이 입소문 난 인력업체를 찾으며 인신매매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한 겁니다. 해남군은 실태조사 때 고용주 측이 지켜보고 있어 여권이나 통장을 빼앗겼냐는 대답에 YES를 NO로 고칠 수밖에 없었다는 마리아의 증언에 그럴 리 없다고 했습니다.
[마리아 (가명)/인신매매 피해자 : 그들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NO라고 체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남군 관계자 : 고용주는 절대 한 번도 있었던 적은 없었고요. 고용주 가족도 전혀요.]
다만, 2024년 인권위 결정문은 해남군에 대해 두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첫째, 해남군은 2023년 농가 점검을 최소 11차례 나갔는데, 그중 최소 7차례 홍 씨를 동행시켰습니다. 점검을 나가면서 점검 대상이 돼야 할 사람을 데리고 다닌 겁니다. 둘째, 2024년 1월 특별점검에서 142명 중 임금착취 49건, 통장 압수 7건이 확인됐습니다. 결정문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해남군은 근로자들의 계좌에서 홍 씨에게 이체된 부분을 일부 확인하였으며 별도 조치를 취하여 피해를 보전한 바는 없다."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단 겁니다. 인력업체가 MOU와 통역, 인력 관리까지 도와주며 이탈률을 낮춰줬기 때문일 겁니다. 그 대가는 한국말 못하는 노동자들의 무더기 인신매매 피해 확인서였습니다. 성평등가족부가 확인한 인신매매 피해자 92명 중 계절근로자는 37명. 이주단체는 이 가운데 최소 13명이 홍 씨를 통해 입국한 이들이라고 말합니다.
4. 인신매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한국은 2015년 유엔 인신매매방지 의정서를 비준했고, 이행 법률로 인신매매방지법을 만들었습니다. 의정서는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통제하고 착취하면 인신매매로 봅니다. 동의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신매매방지법도 같은 정의를 씁니다. 그런데 이 법에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형법에는 인신매매죄가 있지만 사람을 사고팔거나 폭행·협박·기망으로 데려간 경우만 처벌합니다. 마리아와 같은 계절 근로자를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했는데도 형법으로는 따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고기복/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 : 문제는 뭐냐, 인신매매 방지법에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그러면 경찰들이 이런 사건들을 조사할 때 인신매매에 준해서 조사하지 않습니다. 계약서가 있으면 이 사람 대부 약정했네 뭐가 문제야, 이렇게 해서 무죄 취지로 불송치해버리는 거예요.]
주무 부처인 성평등가족부도 같은 지적을 합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 : 대부 약정이나 여권 통장 보관 거부 공제 등은 인신매매 피해자의 식별 지표입니다. 다만 현행 인신매매 방지법에는 피해자 확인과 지원 체계만 있을 뿐, 가해자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UN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와도 배치되는 사항이라 성평등가족부는 처벌 규정 도입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목포고용지청이 홍 씨를 송치한 혐의도 인신매매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중간착취입니다. 형법상 인신매매로는 안 되니 우회한 겁니다.
[고기복/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 : 이주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는 농가에 적절하게 매칭을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가 마련해야 되지. 국제 협력 역량이 없는 기초 지자체에 당신들이 해라 이렇게 떠넘기면 안 돼요. 정부가 공적 기관을 설립을 해서 직접 개입하고, 매칭을 하고.]
인권위는 2024년 국무총리에게 주무부처를 조정하고, MOU 체결 주체를 국가 또는 광역지자체 단위로 상향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역량이 부족한 기초 지자체에 모든 걸 맡겨 둔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력업체는 여전히 선발 현장에 서 있고, 인신매매 피해자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마리아 (가명)/인신매매 피해자 : 부디 저희를 도와주시고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그리하여 누구도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해 주세요.]
(취재 : 정반석,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