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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년퇴직자 재고용 관행 있다면 근로자 기대 권리 인정"

장훈경 기자

입력 : 2026.09.13 10:19


▲ 대법원

회사가 정년퇴직자를 다시 채용해온 관행이 있다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재고용 기대 권리를 계속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역 버스회사인 나주교통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소송은 나주교통이 정년에 도달한 버스 기사들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지 않으면서 불거졌습니다.

회사의 취업규칙은 정년을 만 61세로 정하면서 업무상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퇴직 후 촉탁 계약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실제로 2021∼2022년 정년퇴직한 버스기사 38명 가운데 약 47%인 18명이 재고용됐고, 일부를 제외하면 신청자들이 예외 없이 재고용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재고용이 거부된 버스기사들은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자, 나주교통은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취업규칙과 실제 재고용 관행 등을 근거로 기사들의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했습니다.

회사가 재고용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도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했습니다.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취업규칙이 회사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한 것은 아니고 실제 재고용률도 약 47%에 그쳤다며 근로자들의 권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2심은 이들이 별도의 채용공고에 응시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거쳐 촉탁직 근로자로 채용된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 '정년에 도달한 자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에 따라 촉탁직으로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한 2017년 단체협약도 이미 효력을 잃어 재고용 기대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단이 재고용 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은 취업규칙과 실제 재고용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회사와 버스 기사들 사이에 정년이 지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고용이 거부된 기사들에게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대법은 "2021년과 2022년에 정년퇴직하고 촉탁직 재고용을 신청한 원고 소속 버스기사 중에는 일부를 제외하고 예외 없이 재고용됐다"며 "그전에도 정년퇴직자의 재고용 신청을 거부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재고용 기대권은 2017년 단체협약이 아니라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 관계에 근거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