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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태아는 왜 '사산아'가 됐나…527건 낙태 수첩

입력 : 2026.09.13 09:19|수정 : 2026.09.13 13:07

살인병동, 527 - 은밀한 '낙태' 비즈니스


낙태 비즈니스의 실체가 드러났다.

1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고주차 산모들을 상대로 한 낙태 비즈니스의 실태를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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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6월, 출산 예정일을 한 달 앞둔 만삭의 36주 차 산모가 중절 수술을 하는 브이로그를 게재했고 이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태아 살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 사건은 수사를 통해 20대 산모 권 씨가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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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태아가 사산한 상태였다며 산모에게서 배출하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병원장. 당시 수술실에 있던 집도의와 마취의, 간호조무사 3명 등 어느 누구도 당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고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윤 원장이 배출된 아이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고에 넣었다는 목격담이 추가로 나왔고, 2주 넘게 냉동고에 방치되던 태아는 이후 화장 대행업자를 통해 화장터로 보내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윤 원장의 산부인과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수첩에서는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다. 2년 동안 무려 527명의 산모들이 낙태 수술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는데 산모의 이름마다 그 옆에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산모 권 씨처럼 28주 이상의 고주차 산모들이 110명에 달했고, 이들 모두 태아는 "사산아"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방송은 취재를 통해 윤 원장에게 중절 수술을 제안받았던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윤 원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산모들에게 중절 수술을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그의 제안으로 중절 수술을 진행한 부모들 중 상당수는 수술 중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이에 아직까지 트라우마가 남기도 했다.

결국 1년 만에 구속된 병원장과 집도의.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 누구도 해당 사건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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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작진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36주 차 산모 권 씨를 만났다. 그는 "배속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 안 믿겼다. 당시 흡연도 음주도 많이 해서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라며 "주수 상관없이 수술이 가능하다는 홍보글 보고 연락했다. 입금이 되어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고 그때 요구한 금액이 900만 원이었다. 난 아기가 살아서 나올 것이라 생각 못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권 씨는 자신이 연락한 것은 병원 측이 아닌 자신과 병원을 연결시켜 준 브로커라고 밝혔다. 브로커는 아이가 사산되어 나온다고 권 씨에게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6년부터 임신 중절 전문 산부인과를 운영한 윤 원장. 그는 80이 넘는 나이에 스스로 수술이 불가해 늘 마취과 의사와 대학병원에서 일하던 집도의 심 씨에게 연락해 수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늘 심 씨의 휴무일이나 퇴근 후 수술이 이루어졌던 것.

또한 그의 병원에는 임신 중절 전문 상담 실장도 존재했다. 그리고 시신 처리를 하는 화장 대행업체도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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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윤 원장의 병원 외에도 많은 병원이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중절 수술 전문 병원에서 알바를 했었다는 한 간호사는 "아이가 너무 커서 검은 비닐에 싸서 냉동실에 얼린 후 의료 폐기물들과 함께 처리했는데 전문적으로 수거해 가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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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절 수술 담당 코디만 해도 여러 명이었고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높았다고. 또한 임신 중절 병원을 홍보하는 사이트도 따로 존재한다며 많은 병원들이 이곳에 돈을 주고 광고를 건다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사이트에서 병원이 만든 가격표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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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입 취재를 통해 31주의 고주수 산모에 대해 윤리적인 문제로 중절 수술 가격이 비싸다며 1500만 원이라는 수술비를 요구하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병원의 상담 실장은 당일 수술만이 원칙이라며 "아이가 나옴과 동시에 숨을 안 쉰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은 의료적 판단이나 태아의 생존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오로지 전문의의 양심과 윤리 의식에 따라 중절 수술이 이뤄지는 실태를 알리기 위해 잠입 취재를 결정했음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낙태를 간절하게 원하는 산모들이 문제의 발단이라 지적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중절 수술을 하는 많은 이들 중 임신 여부를 뒤늦게 알게 된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곳 없는 미성년자 산모도 많은 것이 확인되었다. 이들은 불법 사채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용을 마련한다는 것.

미성년자인 한 제보자는 출산을 위해 여러 방법을 찾았지만 혼자 아이를 출산해서 양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중절 수술을 결정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권 씨는 처음에는 영상을 본 사람들이 자신을 위로해 줄 것이라고 생각 헸다며 논란 이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깨닫게 되고 반성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으로 돌아가면 수술 안 했을 것"이라며 당시 자신을 설득하고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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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권 씨에 대해 "출산에 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정서적으로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임신 은폐, 임신 부정으로 만삭까지 가는 산모들이 많은데 극단적인 트라우마 상황에서 판단력 자체가 무너져내리는 것이다. 정신의학적으로 응급 상황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산모 권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검찰. 2심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에 대한 혐의는 무죄 판결을 내렸고 이에 검찰은 항고했다.

전문가는 36주 낙태 브이로그의 한마디 정의는 "입법 공백의 가장 큰 폐해"라며 "국가에서 명확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태아도 보호받지 못했고 여성도 보호받지 못했다. 만약 법이 만들어졌다면 36주 아이를 중절 수술할 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낙태법이 폐지된 후 이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7년 간의 입법 공백이 생긴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힘든 이슈 논쟁이다. 여러 이해관계로 타협하기 힘든 문제"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는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는 것은 추상적인 변명"이라며 "숙의의 과정이 전혀 없다. 더 깊은 이야기를 진전시키지 않고 있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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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산부인과 전문의도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안전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테두리 밖에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끄러운 현실이다. 어떻게든 개선되어야만 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살아서 세상에 나온 태아의 생명을 잔혹하게 거두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낙태를 고민하는 산모를 무책임하다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없길, 산모와 태아의 목숨과 안전이 무법지대의 돈벌이 수단으로 거래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방송이 기획되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더 이상 의학 윤리적, 법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미루어선 안 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