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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발 원유 수송 비상…이란 '저항의 축' 해협·육로 3각 공세

곽상은 기자

입력 : 2026.09.12 14:41


▲ 예멘 후티 반군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송망이 잇따라 흔들리면서 중동발 '에너지 대란'이 닥칠지 갈림길에 서게 됐습니다.

사우디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우회해 대체 수송망을 가동해 왔지만 홍해로 이어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후티 반군의 파상 공세에 이어 핵심 육상 수송로인 동서 파이프라인까지 피격되는 3중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불안을 키웠습니다.

현지시간 1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 리야드·메디나 지역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발생해 핵심 송유관인 동서 파이프라인의 가동이 이날 중단됐습니다.

동서 파이프라인은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이어지는 약 1천200㎞ 길이의 송유관입니다.

사우디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후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이 경로로 우회 수송해왔습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이라크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라크 총리실은 12일 0시를 넘긴 시각 해당 드론이 자국 영토에서 발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와 관련해 군 지휘관 1명을 해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라크는 또 이란과의 접경 지역인 샬람체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고 공격 배후를 추적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했습니다.

이번에 해임된 지휘관이 작전을 총괄해온 이라크 남부 마이산주는 이란과 국경을 맞댄 곳으로, 친이란 시아파 세력의 주요 근거지로 꼽히는 지역입니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당장은 보복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사우디발 원유 수출은 한층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될 전망입니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20만배럴에 그치면서 이미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쟁 전 하루 수출 규모인 700만 배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동서 파이프라인까지 가로막히면서 사우디의 원유 수출 여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 공격은 이란 '저항의 축'의 핵심인 후티 예멘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주요 요충지를 빠르게 장악하는 가운데 발생했습니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는 홍해 연안의 주요 항구인 모카를 장악한 지 하루 만인 11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까지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윤섬으로도 불리는 페림섬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 자리해 해협의 물길을 나누는 전략 거점입니다.

AFP는 예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후티가 예멘 측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확보했다고 전했습니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완전히 장악할 경우 사우디는 동쪽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서쪽 홍해로 향하는 원유 수송로까지 가로막히게 됩니다.

이란 입장에서도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은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닙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줄어들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미국과 사우디를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핵심 지역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이란이 직접 작전을 지휘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로이터는 예멘 정부와 이란 측 소식통을 인용해 후티 반군이 10일 모카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란은 후티를 '동맹 세력'이라 부르면서도 '대리 세력'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황에 따라 미국과 이란은 물론, 사우디와 이라크까지 충돌에 휘말리며 중동 전쟁이 한층 확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