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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때문에 잃었다는 재산, 명예 따져보니… [이브닝 브리핑]

우상욱 논설위원

입력 : 2026.09.10 18:00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김건희 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어제 열렸습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원심을 유지해 달라며 징역 7년을 구형했습니다. 김 씨의 변호인은 "특검이 청탁과 금품 사이의 대가 관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반박했습니다. 김 씨가 일부 금품을 돌려준 점, 여러 사건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도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여론의 관심을 모은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김건희 씨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 최후진술입니다.

"남편이 대통령 되면서 재산 · 명예 모든 걸 잃어"

김 씨는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운을 뗐습니다. "대통령의 배우자는 누구보다 책임 있는 자리였고,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도 않은 일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누군가에게 공직이나 국가사업을 대가로 뭘 받은 적도,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자리를 주거나 사업 기회를 준 적도 단 한 번도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일해본 사람은 알 것"이라며 "부인이 무엇을 부탁한다고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습니다. "저에게 대통령 배우자라는 자리는 나라를 위해 가진 것을 더 내놓는 자리"라며 "결혼 전 사업하면서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이었으나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서 재산, 명예 모든 걸 잃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사실이 아닌 일로 제 삶 전체가 규정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명예만 지켜질 수 있게 재판부에 부탁드린다"며 "평생 뉘우치며 살겠다"고 울먹였습니다.
법정 출석한 김건희 (사진=연합뉴스)

잃었다는 재산과 명예 따져보니

대통령이 된 남편 때문에 잃었다는 재산과 명예가 무엇일까요? 우선 재산부터 따져보죠. 김 씨는 결혼 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도한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자금을 대는 이른바 '전주(錢主)' 역할을 했거나 적어도 자신의 계좌를 작전 세력에 내줬습니다. 김 씨 측은 "주식 전문가에게 넉 달 정도 투자를 일임했는데 손실을 보고 절연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주가조작 기간 동안 김 씨와 모친 명의의 다수 계좌가 시세조종 거래에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또 해명과 달리 여러 증권사 계좌를 통해 김 씨 모녀는 23억 원 가까운 수익을 얻었다고 검찰은 봤습니다.

김 씨가 대표로 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협찬금 뇌물'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전시회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직무와 연관된, 즉 검찰 수사를 받던 대기업들이 대거 협찬금을 제공했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검찰은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김 씨 친정의 양평 공흥지구 부동산 개발 비리 연루 의혹도 있습니다. 김 씨의 모친과 가족 회사가 진행한 해당 도시개발사업에서 책정된 개발부담금은 0원이었습니다. 인허가 시한을 소급해 연장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양평 군수였던 김선교 의원이 특혜를 준 것이라며 특검이 기소했고 현재 1심 재판 중입니다. '결혼 전 잘 이뤄졌다'던 '경제적 이득'이 이런 것들이라면 잃었다고 억울해할 만한 재산일지 의문입니다.

명예는 어떨까요.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등 대학교 겸임교원과 시간강사 지원서에 기재된 경력과 수상 내역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재직 경력의 실재 여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 학력의 과장, 수상 이력 허위 기재 등도 문제가 됐습니다. 김 씨는 2021년 말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 논문,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석사 논문에 대해 광범위한 표절 시비도 일었습니다. 결국 숙명여대는 석사 학위 논문을 표절로 판단했고 따라서 국민대 박사 학위도 취소됐습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서 묻혀 있던 허위 경력 기재, 표절 등이 드러나 명예를 잃었다는 뜻인가요? 언어도단입니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김건희 기소

부탁하지 않아도 들어준다는 뜻?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이 무엇을 부탁한다고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너무 억울하다."는 항변도 따져보겠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건희 씨를 비호하느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각종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 씨의 수사를 막은 일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 수사는 윤 대통령 시절에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불기소 처리됐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에 기소돼 현재 2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비호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은 검찰의 '출장 황제 조사' 논란입니다. 김 씨가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 등을 선물 받고 청탁성 대화를 나눈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게다가 법률에 따른 서면 신고와 반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까지 불거지자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김 씨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김 씨를 청사로 소환하는 대신 대통령경호처 부속건물로 출장 조사를 갔고 심지어 검사들이 조사 당시 휴대전화를 맡겼던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황제 조사' 시비와 함께 수사 무마 외압 비판이 거셌습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의 수의계약 논란도 있습니다. 공사를 수주한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과거 김건희 씨의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했던 업체로 밝혀졌습니다. 김 씨가 청탁을 받았다는 논란과 함께 특혜 의혹이 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국가 최고 보안시설 공사에 면허조차 없는 김 씨의 사적 친분 업체가 낙찰받았고, 무자격 하청업체들이 대거 불법 재하도급 공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당 공천과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명태균 게이트 사건으로도 큰 사회적 파문을 불렀습니다. 이쯤 되면 윤 전 대통령이 김 씨의 부탁을 받기도 전에 알아서 청탁을 들어준 것 아니냐 의심할 만합니다.
"남편은 내 부탁 안 들어줘" 울먹…김건희 억울함 호소

'영부인'의 명예는 어디에?

어제 결심 공판을 진행한 재판에서 김 씨가 받은 것으로 확인, 또는 의심되는 물품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건설사 회장으로부터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티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의 귀금속, 사업가로부터는 바쉐론콘스탄틴 손목시계, 목사로부터 디올 가방 등을 받은 혐의가 1심에서 인정됐습니다. 이배용 전 위원장으로부터 금거북이, 김상민 전 검사로부터 이우환 그림을 받은 혐의도 있습니다.

김 씨 측 변호인의 주장 대로 청탁을 들어줄 의도가 전혀 없이 받았더라도 대단히 부적절합니다. 대통령 부인에게 설사 당장 청탁을 하지 않더라도 의도 없이 금품을 제공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범죄로 인해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과 공직의 공정성에 대한 훼손, 불법성의 정도는 장관 같은 고위직이 유사한 청탁과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를 훨씬 뛰어넘는다." 특검팀의 최종 의견진술입니다. 김 씨에게 '국격'이라는 무형의 재산, '영부인'의 명예는 안중에 없었나,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