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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립운동가의 붓글씨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걸려 있던 작품이 친일파의 것일 수도 있다는 의혹, 지난달 전해드렸습니다. 박물관 측이 감정을 거친 결과, 친일파의 작품으로 확인됐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습니다.
안희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달 13일, SBS 8뉴스 : 독립운동가의 붓글씨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됐던 작품이 슬그머니 치워졌습니다. 독립운동가가 아닌 친일파의 글씨일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SBS 보도 직후 자문단을 구성해 검증에 나선 국립중앙박물관은 문제의 작품이 "애국지사 박원근이 아니라,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유묵"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공개 사과하면서 수습에 나선 지 20여 일 만입니다.
자문단은 획 처리 특징상 박중양의 필적으로 볼 수 있고, 그가 한 서예가로부터 넘겨받은 도장 문구도 해당 작품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중양이 1903년 일본 유학을 마칠 때까지 박 지사와 같은 이름을 쓴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앞서 '한인' 글자 탓에 친일파 작품이라고 의심하지 못했다던 초기 해명과 달리, 자문단은 "대한제국기 일본 유학생이 외국인 앞에서 주로 쓰던 말이었다"며 박 지사 삶의 궤적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홍준 관장은 "사실 확인이라는 기본 책무가 미흡했다"며 전시품 검증 절차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일제강점기 전공자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전문 인력 확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경덕/성신여대 교수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으로서, 전 세계 3위에 올라갈 만큼 외국인 관광객도 굉장히 많이 오는 상황에서, 좀 아쉽고요.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는 게….]
선대의 유품이라는 말만 믿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박 지사 후손은 "참담함과 깊은 유감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도 독립유공자의 숭고한 흔적을 발굴하는 '진짜 독립운동' 연구가 본격화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최재영, 자료제공 : 한국사데이터베이스·민족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