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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세상 떠난 피터팬 아빠…드라마의 시작은 거기까지일까
01:01 20년 넘은 돌봄의 무게…"시설도 안 받아줘요"
02:02 "국가가 책임진다"더니…기약 없는 기다림
03:03 예산과 인력 문제, 어떻게 풀고 있나?
04:50 만족도 높은 서비스…완성도 높여가야
1. 세상 떠난 피터팬 아빠…
드라마의 시작은 거기까지일까
주말 사이 아픈 소식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피터팬 아빠' 전경철 선생님께서 먼 길을 떠나셨다는 거였습니다. 첫돌 때부터 자폐 증상을 보였던 아들을 홀로 키우던 이 아버지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피터팬에 자폐 장애인을 누군가 빗대어 말한 걸 보고, 아들을 피터팬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그러다 간암 말기,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어느덧 26살이 된, 세상에 홀로 남을 자폐 장애인 아들을 맡아줄 시설을 구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연을 담은 프로그램이 방송된 건 지난 3월, 그때를, 아버지는 '드라마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후원금이 쏟아졌고 아들이 앞으로 살 시설도 찾았습니다. '피터팬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기 전 했던 이런 인터뷰를, 취재를 위해 전남 화순으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세상의 또 다른 피터팬 부모님들은 이런 '드라마의 시작'을 경험하고 있을까. 적어도 제가 그날 만나러 가고 있던 한 피터팬 어머니는 아니었습니다.
2. 20년 넘은 돌봄의 무게…"시설도 안 받아줘요"
전남 화순에서 만난 A 씨 어머니는 발달장애인인 아들이 29살이 되도록 피터팬 어머니로 살았습니다. A 씨 가족과 집을 들러주는 활동지원사가 돌아가며 A 씨를 돌봅니다. 그래도 A 씨는 종종 혼자 집에 있을 때가 있습니다. 주변에선 아들을 시설로 보내라고 말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A 씨 어머니 : '시설에 맡기지 그러냐' (주변에서) 얘기를 하거든요. 막상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없어요. 안 받아줘요. 대소변이라든가 신변 처리가 안 되니까.]
자해, 타해 같은 아들의 '도전행동' 때문입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게 '통합돌봄'이었습니다. 2024년 6월 시작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는, A 씨 같은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기존의 돌봄을 이용하기 어렵고 가족의 돌봄 부담이 심해져 별도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돌봄 대상에서 가장 어렵다 할 수 있는 분들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3. "국가가 책임진다"더니...기약 없는 기다림
어머니도 2월에 이 서비스를 신청했고 3월에 선정됐습니다. A 씨가 서비스 대상자로 적합하고, 서비스 유형 3가지 중 주간 그룹형 대상자가 됐다는 통보였습니다. 하지만 9월이 되도록, A 씨에 대한 돌봄은 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돌봄 인력이 채용되지 않는 게 문제였습니다. 돌봄 서비스 가운데 난이도가 최상으로 꼽히다 보니 일하고 싶은 사람이 적습니다. 거듭된 채용 공고에도 지원자는 없었고,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7월 하순이 돼서야, 드디어 1명이 채용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 올해 예산을 다 써서 돌봄이 어렵겠단 연락이 다시 왔습니다.
[전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 (지난 7월 전화통화) : 다시 대기하셔야 될 것 같다는 말씀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4개월을 기다려 겨우 돌봄 인력을 채용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돈이 없다는 상황. 겨우 채용됐던 그 돌봄 인력은 그새 다시 그만뒀습니다.
[화순군청 관계자 : ('채용이 언제 된다', 이게 혹시 있나요?) 공고를 기다려 봐야 하는 상황이죠.]
4. 예산과 인력 문제, 어떻게 풀고 있나?
왜 올해 예산이 벌써 바닥났을까요. 올 한해 화순군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은 발달장애인 3명까지였습니다. A 씨가 그 3번째 신청자였고요. 그런데 이미 서비스를 받고 있던 2명에게, 3명분의 예산을 다 썼다고 했습니다. 전남광주특별시에도 물었습니다. "국가가 '평균치 단가'로 예산을 분배해 준다"고 했습니다. 발달장애인 1명이 최대로 쓸 수 있는 돌봄시간을 감당할 예산을 처음부터 정부가 주진 않는다는 겁니다. 복지부에도 물었습니다. 돌봄 난이도가 더 높다고 평가받는 24시간 개별형 서비스는 일하겠단 사람이 더 없으니 돈이 남고, 상대적으로 주간 그룹형에는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면서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복지부는 전국 지자체 대부분에서 이 주간 그룹형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 이번 달 중 서로 남는 예산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할 거라고 했습니다. 어떤 유형이든 간에, 애초에 최대치로 예산을 배정하면 안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재정 당국 입장에서 전체 집행률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예산을 많이 받아놨다 다 못 쓰게 되면 어떻게 하냐는 뜻으로 이해됐습니다. 돌봄 인력 부족 문제는 고질적입니다. 예를 들어 24시간형의 경우에, 정부가 잡은 서비스 목표 정원은 340명입니다. 24시간이니 교대를 한다 치면, 돌봄 인력 1,200명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하는 인력은 541명뿐입니다. 복지부는 이들에게 지급되는 전문수당을 월 20만 원으로 늘리면서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 시작 1년 뒤 이뤄진 모니터링에서, 돌봄 인력이 다친 경험은 45.7%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돌봄의 난이도를 고려할 때, 그런 처우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5. 만족도 높은 서비스…완성도 높여가야
이 통합돌봄 서비스에 대한 평가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정부가 발달장애인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 돌봄으로 인한 소진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용자인 발달장애인도 정서적 안정, 도전행동 완화 같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제도 설계에 참여했고 이 분야 연구를 해 온 김미옥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방법을 물었습니다. 먼저 '돌봄 인력 처우 개선'을 꼽았습니다. 충분히 괜찮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하고, 감사와 존중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단 겁니다. 예산은 일단 급한 대로, 유형별 칸막이를 허물고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하면 어떨지 제안했습니다.
[김미옥/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예산을 (유형 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완화하면 어떨까…. 이용자 중심, 가족들의 돌봄 부담이 완화되는 제도로 완성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취재기를 전하는 건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가 불필요하단 것도, 의미가 없단 것도, 예산을 삭감하잔 뜻에서도 아닙니다. 첫 방송기사가 나가고 유튜브 댓글에는 어머니를 향한 듯 "해주면 감사한 줄 알고 안 해주면 네가 해" 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 댓글을 보면서, 제가 최근에 본 한 책의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가족돌봄을 사회복지 자산이라고 보는 순간, 국가는 사회복지를 게을리할 핑계를 얻게 된다는 거였습니다. 국가가 책임진다는 건, 우리가 짐을 나눈다는 걸 의미합니다. '피터팬 아버지'가 홀로 고군분투했던 오늘의 이야기를, '옛날옛날에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었다'고 흘려보내지 말아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는 간단합니다. A 씨 가족의 이야기가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 : 박하정,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박진호,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육도현, 출처: 카카오 같이가치 기부페이지,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