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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땀·눈물의 역사"…구순의 일본 사진가가 포착한 한국

이주형 기자

입력 : 2026.09.0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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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현대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격동의 현장이었습니다. 반세기 넘게 그 피와 땀, 눈물을 포착해 온 구순의 일본 사진가가 있습니다.

이주형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한일 회담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

도시 빈민의 삶터였던 청계천 판잣집들.

전쟁터로 떠나기 직전 어머니와 면회하는 파월 장병.

이 사진들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의 보도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씨가 찍었습니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08년.

18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구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이었습니다.

언제나 피사체를 좇기만 하던 그를 거꾸로 피사체로 삼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수은 중독에 따른 미나마타병을 세상에 알린 사진으로 명성을 얻은 구와바라 씨가 가장 많이 찍은 사진은, 사실 한국 현대사 사진입니다.

1964년, 김포공항에서 서울 가는 길조차 비포장 도로일 때 처음 방한한 이래 지금까지 100여 차례 한국을 드나들며 10만 컷이 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보도사진가 : 사회의 흐름과 역사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격동의 한국을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찾았습니다.]

'왜 한국의 어두운 면을 찍느냐', '쪽발이'라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그는 한국 현대사를 필름에 남겼습니다.

그가 꼽은 잊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는 서울 외곽의 미군 기지촌 여성들입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보도사진가 : 한국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그녀들이 적든 많든 나라에 외화를 벌어다 바쳤던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눈물이 날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구순의 그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찍고 싶었던 역사는 끝내 찍지 못할 수 있습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보도사진가 : 남과 북의 통합이라고 할까,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것으로 한국 취재를 마무리하려 했습니다만, 이제 국가의 통일은 현실적으로 좀 불가능하지 않은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와바라 씨는 자신이 목도한 한국 현대사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보도사진가 : (어느 것이나) 정말이지 입에 담기조차 괴롭습니다. 한국의, 그렇네요, 피와 땀과 눈물의 역사였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최대웅, 영상편집 : 소지혜, 디자인 : 황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