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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왕따 작전' 먹히나…물가 폭등·통화 폭락 이란 경제 '질식'

김영아 기자

입력 : 2026.09.04 17:54


▲ 이란 리알화를 들고 있는 환전상

미국의 장기 해상 봉쇄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 전방위적 경제 압박이 이란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시간 4일 보도했습니다.

화폐 가치는 연일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고 물가는 70% 가까이 치솟는 등 서민 경제가 붕괴 직전입니다.

최근 이란 리알화 가치는 1달러당 220만 리알을 넘어섰습니다.

1년 전(달러당 100만 리알)과 비교해 반토막을 밑도는 수준입니다.

인플레이션도 치명적입니다.

12개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69.9%에 달하며, 식음료와 담배 등 생필품 가격 상승률은 그 두 배에 육박합니다.

노동자들의 월평균 급여는 125달러(약 17만원) 수준으로, 정부가 산정한 기본 가계 생활비(월 450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고용 시장마저 얼어붙어 올봄 공식 실업률은 9.1%로 뛰었고,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5만 명이나 급감했습니다.

테헤란의 한 민간 기업에 다니는 마흐나즈(34)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매일 가난해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테헤란의 한 직장인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매일 가난해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식탁 물가 폭등을 넘어선 인도적 위기도 심각합니다.

의약품과 식량은 제재 예외 대상이지만, 미국의 제재를 우려한 글로벌 은행들이 결제 자체를 기피하는 과잉 준수 탓에 암 환자 등을 위한 필수 의약품 수입마저 사실상 끊기며 민생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난은 이란의 달러화 접근을 원천 차단한 미국의 촘촘한 제재망에서 비롯됐습니다.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발동되면서 필수 재화 수입과 원유 판매 대금 결제망이 막혔습니다.

과거 유령 회사나 미등록 유조선, 밀수 등을 통해 제재를 우회하던 이란 지도부도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불법 우회에 필요한 수수료가 급등하면서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진 탓입니다.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달 이란의 원유 선적량은 하루 26만 배럴로 1년 전 하루 170만 배럴의 약 15% 선으로 급감했습니다.

트럭이나 기차, 카스피해의 소형 선박을 통한 극소량의 수출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무역 허브였던 아랍에미리트(UAE)마저 지난달 이란과의 상업 및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수입 부문 타격으로 전체 무역 규모가 25∼35%가량 감소했다고 시인했습니다.

테헤란의 한 무역상은 "UAE 경로가 차단되면서 다른 국가를 우회해야 해 배송은 늦어지고 수입 단가는 훨씬 비싸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지도부는 경제 붕괴가 민심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낸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여진이 남은 상황입니다.

한 이란 고위 소식통은 "국내 산유량에도 불구하고 정제 시설 부족 탓에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휘발유 재고가 두 달 치밖에 남지 않았다"며 내부의 위기감을 전했습니다.

미국은 경제적 압박으로 이란 내부 봉기를 유도하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란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노리며 강경한 저항 기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 네트워크 속에서도 이란이 버틸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습니다.

서방 제재를 받지 않는 중국 소규모 정유사들에 원유를 헐값에 넘겨 급한 불을 끄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착한 러시아를 제재 우회로로 적극 활용하며 숨통을 트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은 걸프 연안과 아랍 국가 내 미군 기지를 상대로 상호 타격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여전히 자신들이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제 에너지 물류는 우회로 등을 통해 흐름이 유지되고 있어 이란의 군사적 압박 카드가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알리 안사리 교수는 "이란은 심각한 경제적 압박 속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도 잃고 있다"며 "결국 그들은 협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