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전소 네팔인 직원 2명 구조 현장
네팔·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휩쓴 대홍수 발생 9일 만인 현지시간 4일 홍수 피해를 입은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네팔인 직원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발전소 터널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직원 수백 명에 대한 구조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처음 구조된 직원은 이 발전소 기계반장 산제이 사씨, 두 번째 직원은 기계 감독관 카비르 마하르잔씨로 확인됐습니다.
현지 TV 뉴스 채널에는 먼저 구조된 사씨가 진흙투성이인 채 구조대원의 어깨에 들려 현장에서 옮겨지는 모습이 방영됐습니다.
에너지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진흙투성이 틈새로 사씨가 구조대원들에 의해 끌려 나오자 주변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사씨는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고, 이후 구조대원 등에 업힌 채 헬기로 이송되면서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에 따르면 사씨는 현장에서 자신을 진단한 네팔군 의료진에게 터널 안에서 자신의 근처 서너 명과 말과 소리로 소통했다면서 터널 깊숙한 곳에 더 많은 사람이 갇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하르잔씨의 아내인 히라 쇼바씨는 "남편이 두 번째 삶을 얻었다.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그를 찾아낸 구조대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두 생존자는 현재 군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지만, 맥박·호흡·체온 등은 안정적인 상태라고 병원 관계자가 로이터 통신에 전했습니다.
수색 작업에 참여해온 람 네우파네 네팔 의원은 이날 수색 도중 터널 안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구조팀이 '당황하지 마세요. 구조하러 왔습니다'라고 외쳤고 터널 안에서 '알겠습니다'라는 답이 왔다"고 밝혔습니다.
또 터널 안에 아직 사람들이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네팔 구조대는 여러 수력발전소 터널에 직원 수백 명이 고립된 것으로 보고 수색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특히 트리슐리 3A 등 발전소 두 곳의 터널에 약 90명의 직원이 생존한 채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 수색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트리슐리 3A는 실종 한국인 직원 9명이 근무하던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의 트리슐리강 하류에 위치한 발전소로 두 곳은 서로 약 6㎞ 떨어져 있습니다.
이날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해당 발전소 주변에서 실종자 대피 가능 경로를 중심으로 집중 수색할 방침입니다.
네팔군이 지원하는 헬기 2대를 활용, 기상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항공 수색을 추진하고 육로 수색도 병행합니다.
해당 발전소 공사를 맡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장 수색 인력과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남동발전은 현지인 25명을 2개 팀으로 나눠 육상 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헬기 1대를 섭외해 운항 허가를 받는 대로 하류 방면을 중심으로 수색할 계획입니다.
한편 네팔 재난관리청이 집계하는 네팔 내 대홍수 사망자는 이날 현재 최소 1천287명으로 늘었습니다.
중국 측 사망자 최소 21명을 더해 전체 사망자는 1천308명이 됐습니다.
실종자도 네팔 5천83명, 중국 541명 등 총 5천624명으로 늘었습니다.
네팔 측 실종자가 이날 하루 동안 1천 명가량 급증했습니다.
네팔에서는 전력과 통신을 차츰 복구해 연락이 두절됐던 지역이 줄어들면서 공식 집계에 잡히는 인명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망자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있어 신원 확인이 어려운 가운데 전국 병원의 시신 냉동보관 시설 등이 포화상태가 되자 네팔 당국은 신원 미상 시신에 대해 DNA 시료 채취, 사진 촬영, 식별 정보 기록 등의 절차를 거쳐 하루 수십∼수백 구씩 가매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장례 절차 없이 시신을 매장하는 것이 힌두교의 화장 전통에 어긋난다는 반발도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네팔 당국은 물에 빠진 시신들이 급속히 부패하고 있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입니다.
암리트 바하두르 라이 네팔 외교부 차관은 최근 "공중보건을 지키기 위해 부패해가는 시신들을 매장해야 했다"면서 "여러 국가에 냉동보관 시설을 요청했으며, 1천 개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당국은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임시 매장일 뿐이라면서 추후 신원이 파악되면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해 힌두교 전통에 따라 화장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경제적 피해 규모와 관련해 재난관리청은 이번 대홍수에 따른 가옥·건물과 기반 시설 유실 등 손실 규모가 최소 3천875억 네팔 루피(약 3조 4천700억 원)로 추산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도로·전력 복구와 대피소 마련, 식수 공급 등 초기 복구에 필요한 비용은 약 5천260만 달러(약 712억 원)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오는 8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유엔 총회에 참석, 국제사회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이번 대홍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네팔 정부는 당초 시시르 카날 외교부 장관을 유엔 총회에 보내기로 했지만, 대홍수 이후 총리가 직접 나서 기후변화 문제를 제기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카트만두포스트 등이 전했습니다.
네팔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미한 자국이 이번 대홍수와 같은 기후변화 재앙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중국·미국·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을 대상으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진=카트만두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