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영화관
영화관 사업자들이 시각·청각 장애인에게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라는 대법원 판단과 관련해, 영화계는 장애인 편의 제공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업계는 영화 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민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오늘(3일) 김모 씨 등 시각 장애인 2명과 청각 장애인 2명이 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사업자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한 것"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극장 사업자들이 장애인에게 화면해설·자막과 그 수신기기 등을 제공해 차별을 없앨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그 제공 범위를 '좌석 수 300석 이상 상영관에서 전체 상영 횟수의 3%'로 제한한 원심판결이 잘못됐다고 봤습니다.
편의 제공에 따른 영화관의 재정적 부담만을 살폈다는 취지로, 장애인의 영화 관람 기회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파기환송심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영화관의 편의 제공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관들은 일단 파기환송심이 남은 만큼, 이를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CGV 측은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당사는 법원의 최종 판결 내용과 그에 따른 법적 의무의 범위가 확정되는 시점에,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시네마 측도 "현재 대법원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과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파기환송심이 예정된 만큼, 향후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장애인 고객의 관람 편의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업계 전반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파기환송심에서 영화관의 편의 제공 범위를 늘리게 된다면, 시설과 장비를 제공해야 하는 극장과 화면해설·자막이 있는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제작사의 비용은 증가하게 됩니다.
원심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개방형 상영방식과 화면해설·자막이 필요한 이들에게만 수신기기가 제공되는 폐쇄형 상영방식으로 나눠 편의 제공의 기준을 산정했습니다.
개방형 방식은 원본에 자막과 화면해설이 포함된 '배리어 프리', 즉 문턱을 낮춰 편의성을 높은 버전이 상영됩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개방형으로 극장을 운영하면 '배리어 프리' 버전을 따로 만들어야 해서 제작사와 극장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극장 산업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에만 부담을 지우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을 통해 사안을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현재,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입니다.
중앙그룹의 관계사인 메가박스중앙은 최근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회생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장애인 관객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이 모든 부담을 민간 사업자만 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CGV 측은 "화면해설 및 자막 서비스 제공은 당사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콘텐츠 제작·배급사의 협조, 기술 표준의 정립, 관련 제도적 기반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는 구조적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