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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협박 뺐다"…피신한 아내 살해 공무원 구속 놓친 경찰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9.03 05:54


▲ 아내 살해한 30대 공무원

경찰이 여러 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다른 거처로 피신해 있던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30대 공무원에 대한 구속 기회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주요 범죄 사실인 특수협박 혐의를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은 채 영장을 신청했다가 구속에 실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불구속 상태의 피의자가 끔찍한 살해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2일) 언론 취재에 따르면, 이 사건 피해자 30대 여성 A 씨의 원 주거지를 관할하는 경기 수원장안경찰서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가정폭력 신고·상담 요청을 받았습니다.

일자별로 보면 지난해 3월 11일 폭행 112 신고(1차), 지난 4월 20일 부부싸움 관련 파출소 방문 상담(2차), 지난 4월 22일 특수협박 112 신고(3차), 지난 5월 28일 협박 112 신고(4차) 등입니다.

경찰은 이 가운데 4차 신고일인 5월 28일 "남편이 폭언한다"는 A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당시 남편 B 씨가 경찰관을 발로 차는 등 폭행하자 경찰은 B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습니다.

이어 B 씨에 대한 수사를 마친 6월 12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그동안의 가정폭력 혐의는 제외한 채 B 씨가 경찰관을 때린 공무집행방해 혐의만을 영장에 적시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인 A 씨가 현직 공무원인 남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아 불가피하게 가정폭력 사건은 범죄 사실에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신고 사건 중 3차 신고일에 B 씨가 아내를 상대로 한 흉기 협박의 경우 '특수협박'에 해당하므로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A 씨의 처벌 불원 의사와는 관계없이 사건 처리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범 우려가 높은 관계성 범죄인 가정폭력은 제외한 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결국 영장은 법원까지 가지도 못한 채 검찰 단계에서 반려(기각)됐습니다.

결과론적인 지적일수 있지만, 경찰이 당시 공무집행방해에 특수협박 혐의를 더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면 B 씨에 대한 영장이 발부돼 현재까지 구속 상태를 유지, 이번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특수협박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무겁고, 별건인 두 사건을 병합할 경우 죄책이 가중되기 때문입니다.

수원장안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했다가 되레 영장이 기각될 우려가 크다고 봤다"며 "이에 구속영장 신청서의 죄명에서는 빼되 고려사항으로 그간의 가정폭력 정황을 자세히 적어 최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찰이 특수협박 사건까지 수사를 완료하고, 적용 가능한 모든 혐의를 기재해 사전구속영장 신청서를 보다 완결성 있게 작성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조용현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특수협박죄가 반의사불벌죄도 아닌 데다 가해자를 이미 해당 혐의로 입건해 놓고도 구속영장 신청 죄명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수협박 사건 수사를 마치고 혐의를 추가했을 경우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컸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모 지방법원의 현직 판사는 "구속영장 신청서에 피의자에 대해 '수사 중'이라거나 '폭력 성향이 짙다'는 등의 의견을 기재하더라도 영장 심사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영장에 적시한 범죄 사실이 아니라면, 유죄 확정이 된 것도 아니고 수사 기록을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나 법원 등 당국이 그 의견이 사실인지 여부를 어떻게 알겠느냐"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