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후상박, 원칙은 정해져 있다"던 복지부
요즘 유달리 자주 들었던 '하후상박'이라는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시 한번 찾아봤습니다. '아랫사람에게 후하고 윗사람에게는 박함'이라고, 뜻이 설명돼 있었습니다. '하후'만 있고 '상박'은 없다면, 아랫사람으로부터는 후하다는 칭찬을 듣고 윗사람에게서는 박하다는 비난을 듣지 않을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개월 가까이 '하후상박'으로 설명되던 보건복지부의 기초연금 개편안이 베일을 벗은 오늘, '하후'는 있는데 '상박'이 안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든 생각입니다.
'하후상박'의 등장은 지난 1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무회의 도중 이재명 대통령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최근 논쟁으로 떠오르던데"라며 기초연금 개편에 대한 운을 뗐습니다. "월 2백 몇십 만 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도 (기초연금) 34만 원을 받는 거잖나"라며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이 대통령은 지적했습니다. 재정 부담이 몇 조씩 늘어나는데, 그걸 그렇게 지급하는 게 맞냐는 겁니다. 심각한 노인 빈곤율 상황을 근거로 들며, 이 대통령은 "하후상박으로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초연금의 개편 방안을 제시했고, 정 장관 역시 "어려우신 분들한테 더 많이 지급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있어서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하후상박'은 기초연금 개편 방향의 대전제가 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두 달 여 뒤인 3월 16일에 자신의 SNS에 다시 한 번 이 단어를 언급했습니다. "자살까지 유도하는 노인 빈곤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면서 "월수입 수백만 원 되는 노인이나 수입 제로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똑같다"는 현실을 지적한 겁니다. 빈곤 노인에게 조금 더 후하게 지급하는 방향, 즉 하후상박을 언급하며, '향후 증액분에 대해서만' 이렇게 하는 건 어떤지 국민들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복지부도 호응했습니다. 하반기 부처별 업무보고 자리였던 7월 16일, 정 장관은 '기초연금 정상화'라는 프레젠테이션을 띄워놓은 채, 기초연금을 저소득 어르신에게 더 많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하후상박형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식은 '기준 중위소득'이라는 새로운 기준 도입이었습니다. 정 장관은 "하후상박이라는 원칙이 정해져 있고, 선정 기준을 70%로 고정하지 말고 상대평가로 해서 기준 중위소득으로 변경하는, 2가지 방향으로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득 하위 70%'는 왜 문제가 됐나
이런 방향의 개편 논의는 현재의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방식이, 현재 노인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지금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아래인 이들이 월 35만 원씩 받습니다.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한 '소득인정액'이, 기초연금 지급의 상한선이라고 할 수 있는 '선정기준액'보다 낮아야 하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입니다. 정부는 지금 이 선정기준액을 특정 수준에 맞추고 있습니다. 이게 자주 언급되는 '하위 70%'입니다. 그러니까 노인들의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든 간에 소득인정액 하위 70%의 노인들이 기초연금 수혜 대상자가 되도록 이 선정기준액을 조절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2026년 기준으로는 단독가구의 경우 247만 원, 부부가구의 경우 395만 원이 그 선정기준액입니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부자 노인이 많아지더라도 기초연금을 받는 대상자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노인 계층만의 소득인정액 분포를 가지고 수급자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기준 중위소득'과 비교해 보면 이 변화가 더 잘 느껴집니다. 기준 중위소득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쭉 줄 세웠을 때 딱 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합니다. 상대적인 수치인 셈입니다.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2015년 기준 중위소득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2025년 기준 중위소득 대비로는 93%가 됐습니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서는 경제적으로 나아진 상황에 있는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득인정액 하위 1%의 노인도, 하위 69%의 노인도, 받는 금액 35만 원은 같습니다. 기초연금 도입으로 노인 빈곤율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고, 특히 중상위 노인 소득수준의 개선 속도에 비춰 저소득 노인들의 소득 수준은 불충분하다는 지적은 여전합니다. 또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 해소에 그 역할을 더 충실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노인 1천만 시대를 맞이한 우리나라이니만큼 기초연금 수급자 숫자도 점차 늘어나겠죠. 기초연금 수급자 숫자는 2015년 200만 명에서 2023년 650만 명이 됐습니다. 이에 기초연금으로 나가는 돈의 규모 역시 2014년 6.8조 원에서 2023년 22.6조 원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과거보다 노인들은 많아지니, 나가야 하는 돈은 많아지고, 그 와중에 부자 노인들도 늘어가니,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지 않을 수 없겠죠. '하후상박'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겁니다.
공들여 온 기초연금 개편…뚜껑을 열어보니

이 기초연금 개편 방안은 복지부의 하반기 과제 중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으로 평가돼 왔습니다. 개편안을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일찌감치 내년도 예산 편성을 위한 기획예산처 등과의 논의 과정에도 기초연금 개편안을 협의하며 복지부가 공을 들인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렇게 최근 몇 주 동안 벌어진 일들은 더 의아했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5시 반쯤, 복지부는 출입기자단에 다음 날인 27일 정은경 장관이 직접 기초연금 개편 방안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열 것이라고 공지했습니다. 예고됐던 브리핑 시간은 27일 오후 2시. 그런데 이 브리핑은 시작 1시간 여를 앞둔 27일 오후 12시 50분쯤 돌연 취소됐습니다. 취소 이유는 '기초연금 개편 방안의 일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논의에 논의를 거듭했을 개편방안이 최종 결정되기도 전에 브리핑 공지부터 했다는 건지, 그것부터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8일, 복지부는 2027년 복지부 예산안 사전설명회를 어제(31일) 열 것이라고 공지했습니다. 기초연금 제도를 개편하고, 이 개편이 내년부터 시행이라면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설명회 때에는 기초연금 개편 방안이 설명되는 것인지 궁금했던 한 기자가 공개적으로 질의를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취소됐던 기초연금 개편 방안 브리핑에 대한 설명이, 예산안 설명회 때는 있을 것인지였지만, 복지부는 이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어제 예산안에 대한 사전설명회 자리에서는 기초연금 개편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특히 기초연금 부분에 집중됐던 이유는, 발표된 기초연금 개편 방안이 이제까지 알려졌던 방향과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대상자 선정 기준부터 그랬습니다. '노인 70% 지급 목표수급률 유지', 그러니까 소득인정액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모두 그대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현행 기준의 큰 틀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은경 장관이 언급했던, 기준 중위소득을 수급 기준으로 도입하는 방안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하위 70%에게 일괄 35만 원을 지급하는 현행 지급 방식을 '하후 차등지급 구조'로 바꾸겠다는 방침은 담겨 있었습니다. 하위 0~30% 노인들은 지금보다 3만 원을 늘려 38만 원을 받게 하고, 30~45% 노인들에게는 물가에 연동해 35.9만 원을 지급하며, 45~70%는 현행 그대로 35만 원을 받게 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예산은 올해 23조 1천억 원에서 내년 25조 7천억 원으로, 2조 원 넘게 더 늘어나는 것으로 복지부는 설명했습니다.
복지부 "어쨌든 지금보다 덜 받으시는 분 없게"

앞서 기준 중위소득이 상대적인 가치라고 설명한 바 있죠.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딱 가운데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하는데, 이게 대표성이 있는 수치이다보니 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여러 공공부조제도에 있어서도 기준으로 쓰입니다. 그래서 기초연금에서도 노인의 일정 비율 같은 일괄 기준 말고, 기준 중위소득으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고요. 당초 복지부 내에서 검토했던 기초연금 개편안은 이 기준 중위소득 90%에서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 선을 그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안과 사뭇 다른 안이 발표된 겁니다.
기존에 언급되던 방향과는 달라진 개편 방향에 질문은 쏟아졌고, 복지부 관계자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사회적 논의를 아직 부족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검토했던 여러 안 중 현행 목표 수급률 방식에서 기준 중위소득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수급자 기준을 변경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찌 됐든 저소득층 부분에 대한 충분한 지원 방안은 담았고, 현재보다 덜 받으시는 분은 없도록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곧바로 그 설명 자체가 뜻하는, "'하후'는 있고 '상박'은 안 보인다"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하후상박이라더니, 왜 현행 유지를 결정했느냐는 이 질문에, 복지부 관계자는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노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고 (연금의) 다층 체계를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 좀 더 논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비슷한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를 거치겠다는 답변에, 국회로 가기 전에 정부안이 먼저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다시 이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답변이 다시 나왔습니다.
부족했단 사회적 논의…앞으로는 어떻게?
기초연금은 기초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적정성 평가를 받습니다.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어떤지, 소비자물가나 국민연금액을 고려했을 때 기초연금액이 적절한지, 기초연금 지급에 들어가는 재정 소요는 어떤지 등을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평가해야 하는 겁니다. 지난 2023년 9월 이 기초연금 적정성평가위원회가 내놓은 최종보고서를 보면, 70%의 목표 수급률을 설정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게 적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앞서 개편 방향의 문제의식을 설명하면서도 언급했지만, 현 노인의 경제 상황, 기초연금의 지속 가능성, 제도 성격의 불명확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제도가 적정하지 않다는 겁니다.
기초연금 수급자 가운데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이 2014년에 비해 2022년에 2배 가까이 늘었고, 70% 기준을 유지하면 2070년에는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재정이 238조 원에 달하며, 자산조사를 해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면서도 지급이 사실상 준보편화해 버린 상태의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향후 장기적으로 기초연금 목표 수급률 70% 폐지를 포함한 개선 방안 검토", "현행 선정기준액을 기준 중위소득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 고려 가능"이라는 개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2024년 복지부가 내놓은 연금 개혁 추진 계획 방향에도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 노인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하후'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면서, 이 기준으로 기준 중위소득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기준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소득이 있는 노인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연금액을 40만 원까지 지급한다는 겁니다. 현재 기초연금을 받으면 이게 소득으로 잡혀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를 그만큼 깎이는 문제도 함께 지적하면서(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 이 기초연금은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서 빼는 대책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들은 이번 개편 방향에 모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복지부 관계자의 말마따나, 사회적 논의가 깊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후상박, 기준 중위소득 도입이라는 두 가지 전제를 깔고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8월 말에서 9월 초 이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달려온 지난 7개월 여 간에는 이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하후'는 있고 '상박'은 없는 것, "어찌 됐든 저소득층 부분에 대한 지원은 담았고, 현재보다 덜 받으시는 분은 없도록"이라는 복지부 관계자의 표현에서 보듯, 기존에 기초연금을 받고 있던 노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상박'만 제외한 것이라면,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깊었는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박' 없는 '하후'가 충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입니다.
'하후'와 '상박'의 조합이 설명되려면
기초연금이라는 제도가 자리잡기까지를 되짚어 보면, 그 시작은 1991년의 노령수당이었습니다. 70세 이상, 공공부조 대상자인 노인에게, 생계급여가 모자랄 수 있으니 2~3만 원씩을 주던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 노령수당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2~5만 원을 주는 경로연금으로 1998년 탈바꿈했고, 이어 2008년에 65세 이상 소득 중하위 70% 노인에게 정액을 지급하는 형태, 즉 기초노령연금이 됩니다. 첫 출발은, 저소득층 노인에게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제도였던 셈인데, 점차 대상이 확대되며 현재의 형태가 된 겁니다. 현재의 '노인 소득 하위 70%'가 탄생한 건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기초연금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도입할 당시 한나라당은 노인 100% 수급을,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인의 4~50% 수급을 주장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또 당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수급률이 30% 남짓이었던 것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애매해졌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기초연금의 성격을 정리할 필요도 있습니다. 전체 노인들에게 보편적인 형태로 지급되는 기초연금 성격을 더 분명히 할 건지(그렇게 한다면 재정 소요는 어떻게 할 건지), 국민연금으로 노후소득이 충분치 못한 저소득 노인에게 집중하는 최저소득 보장의 형태로 갈 건지(그렇다면 중상위 소득 노인에게의 기초연금 역할이 축소되는 점을 사회 구성원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후'와 '상박'의 조합이 분명하게 설명되는 것 역시 그런 기초연금의 성격 정리가 될 때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참고한 글>
- 기초연금적정성평가위원회. 2023. 기초연금 적정성평가위 최종보고서 및 회의자료.
- 보건복지부. 2024. 연금개혁 추진 계획.
- 김도헌·이승희(KDI). 2025.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