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을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된 쟁점으로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① 대통령의 임명 거부를 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가?
②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사전 합의"가 없었던 것을 제청 과정의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있는가?
③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기존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했던 후보자들 중에서 대법관을 다시 제청하도록 제청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가? 또는 국회는 이와 같은 목적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할 수 있는가?
3가지 쟁점에 대해서 차례 차례 검토해가면서 이번 대법관 임명 거부 사태의 의미를 분석해 보겠다.
■ 대통령은 대법관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가?

임명을 거부할 수 없다는 학설과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학설이 모두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학설(실질적 임명권설)이 좀 더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의 성격에 대해 살펴보자. 대법관 임명 관련 절차는 헌법 제104조 2항에 나온다.
헌법 제104조 ②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은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 그리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임명권'이 임명을 거부할 권한을 포함하는지이다.
이에 대한 학설로는 형식적 임명권론과 실질적 임명권론이 있다. 형식적 임명권론자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에 임명을 거부할 권한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한 인물을 대법관으로 임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실질적 임명권론자는 대법관 임명권에는 임명을 거부할 권한까지 포함된다고 본다. 임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법관 임명권이 형식적 권한이라는 해석이 맞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 거부는 야당의 주장처럼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 실질적 임명권이라는 해석이 옳다면 청와대가 제시하는 사유의 타당성과 별개로 대법관 임명을 거부한 행위가 헌법 위반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형식적 임명권이라는 해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은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동일한 위상을 가지는 권한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형식적 권한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확립된 헌재 결정례가 있다. 2025년 2월 헌법재판소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사건에 대해 판단하면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는 국회가 선출한 인물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형식적 임명권론자들은 이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제청한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실질적 임명권론자들은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대법관 임명권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헌법에서 사용된 용어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 제111조 제3항) 하지만 대법관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이 "제청"한 사람을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지명"과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제청"은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대법관 제청에 대해서는 임명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권한은 오히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 권한(헌법 제87조 제1항)과 비교해야 한다고 본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이 실질적 임명권을 가진다는 뜻이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에 대해서도 동일한 해석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실질적 임명권론이 제시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그동안의 헌법 개정 연혁이다. 제2공화국 헌법과 제3공화국 헌법에는 제청권자가 대법관을 제청할 경우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명시적으로 존재했다. (아래 헌법 조문 인용 참조.) 이승만 정부에서 제청된 대법원장에 대한 임명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는데, 그 이후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은 형식적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자는 의도에서 제2공화국 헌법에 해당 조항이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1972년에 개정된 유신헌법에서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형식적 권한으로 규정한 조항이 삭제됐다. 대통령은 제청된 인물을 반드시 대법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사라진 것이다. (아래 인용 조문 참조.) 이후 5공화국 헌법을 거쳐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대법관 임명 절차에 대한 헌법 조문은 조금씩 수정됐지만,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식적 권한으로 규정하는 조항이 부활하지는 않았다.
실질적 임명권론자들은 이와 같은 헌법 개정 연혁에 헌법 개정 권력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본다.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형식적 권한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삭제했다는 것은 이제부터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형식적 권한이 아닌 것으로 해석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행 헌법까지 이어져오는 해당 조항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실질적 권한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 제2공화국 헌법 제78조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로써 조직되는 선거인단이 이를 선거하고 대통령이 확인한다. (1960년 6월 15일 개정)
▶ 제3공화국 헌법 제99조 ② 대법원판사인 법관은 대법원장이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경우에 제청이 있으면 대통령은 이를 임명하여야 한다. (1962년 12월 26일 개정)
▶ 유신헌법 제103조
① 대법원장인 법관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② 대법원장이 아닌 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1972년 12월 27일 개정)
▶ 현행 헌법 제104조 ②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1987년 10월 29일 개정)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임명권은 임명을 거부하는 권한까지 포함하는 실질적 임명권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은 "선출" 또는 "지명"에 대한 것이지만 대법관 임명권은 "제청"에 대한 것이라는 점,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에 대해서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그리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식적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던 과거 헌법 조문이 1972년 헌법 개정 이후 의도적으로 삭제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대통령은 대법관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본다. 이 경우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 거부를 헌법 위반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나아가, 이와 같은 해석을 대법원 측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할 필요가 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직 대법관인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헌법과 행정법의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비춰볼 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 거부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박균택 의원: 그러면 결국은 제청권자가 임명을 하는 거네요?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그렇지 않습니다.
○ 박균택 의원: 그러면 임명권자가 왜 필요합니까?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어쨌든지 임명권자는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 박균택 의원: 아니,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준 이유가 뭐냐 이 말이지요.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임명할지 말지를 정하시는 겁니다.
○ 박균택 의원: 그런 거지요?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네.
- 2026년 8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중 -
■ "사전 합의" 없는 제청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나?

그러나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을 거부할 권한이 있는 것과 별개로 '재제청 요구'를 발표하면서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밝힌 임명 거부 사유는 타당하지 않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합의"에 이르지 못해서 "절차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임명 거부의 주된 이유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전 합의"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의 절차적 요건이 될 수 없으므로, 사전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절차적 하자로 볼 수는 없다.
헌법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각각 독립적인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종속되는 형식적 권한이 아니듯이,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대통령의 임명권에 종속되는 권한이 아니다. (오히려 1972년 이전의 헌법에서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청권에 종속되는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에 구속되지 않고 임명을 거부할 수 있듯이, 대법원장 역시 대통령의 임명권에 종속되지 않고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협의'는 헌정 관례로서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필요성이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사전 합의"를 절차적 요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대통령과의 사전 합의가 제청권 행사의 절차적 요건이라고 규정한 대목이 없다. 나아가 만약 대법원장이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과 "사전 합의" 하는 경우에만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대통령 역시 임명동의 권한을 가진 국회와 "사전 합의"하는 경우에만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대통령은 사전 합의 없이도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청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전 합의"가 없었으니 제청권 행사의 "절차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청와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청와대가 "사전 합의"가 없었다며 "절차적 완결성"의 부족을 임명 거부 사유로 내세운 것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사건에 대한 헌재 결정례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5년 2월 헌재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헌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선출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고 재선출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임명 이전 절차에서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임명을 보류하고 다시 절차를 밟으라고 국회에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결정에 비춰보면, 설사 대통령의 임명권에 임명을 거부할 권한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형식적 임명권론)을 취하더라도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절차에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면 임명을 보류하고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논리가 성립하더라도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절차적 완결성" 부족 또는 "법률을 위반한 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전 합의는 제청권 행사의 절차적 요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 대통령이나 국회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가?
청와대는 또한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지 말고, 기존 대법관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 4명 중 이미 임명이 거부된 손봉기 부장판사를 제외한 3명 중 1명을 제청해 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민주당의 움직임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대법관을 추천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하게 돼 있는 법적 맹점을 개정해 꼼수를 막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법원조직법 개정 작업을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하더라도 대법원장이 새롭게 추천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기존 추천 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 중 다른 1명을 제청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요구나 민주당의 법 개정 움직임이 대통령의 임명 거부 권한 행사와 결합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명 거부 이후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추천을 다시 받지 못한다면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중 이미 임명이 거부된 1명을 제외한 3명 중 1명을 제청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이 남은 3명 중 2명에 대해서도 연속으로 임명을 거부한다면 결국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마지막 1명을 강제로 제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를 제청하는 권한'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가 기존 추천 결과 내에서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추천위 재구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법 개정 움직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 결과에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가 법적으로 '구속'된다는 취지로 법령이 개정된다면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실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에 법적으로 구속되지는 않는다. 현재의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관련 법령인 법원조직법 제41조는 대법원장이 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존중"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인사와 관련해 "존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다른 법령들이 해석되는 양상과 비교하면,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에 대법원장이 "구속"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후보에 해당하지 않는 인물을 제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사전 합의"가 없었던 점을 절차적 하자로 해석하고 있는 청와대 입장에서라면, 대법원장이 추천위원회의가 추천하지 않은 인물을 대법관으로 제청하는 것은 더 심각한 절차적 하자라고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기를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 거부를 둘러싼 3가지 쟁점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대통령의 임명 거부를 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가?
- 학설 대립이 있지만, 임명 거부 자체는 헌법이 허용한다고 해석하는 쪽이 더 논리적으로 보인다.
②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사전 합의"가 없었던 것을 제청 과정의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있는가?
- "사전 합의"는 제청권 행사의 절차적 요건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합의가 없었던 점을 절차적 하자로 볼 수 없다.
③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기존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가 추천했던 후보자들 중에서 대법관을 다시 제청하도록 제청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가? 또는 국회는 이와 같은 목적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할 수 있는가?
- 대통령이나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서로 독립적 권한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구속되지 않고 임명을 거부할 수 있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임명권에 구속되지 않고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계속해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제청과 임명 거부가 반복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독립적 권한을 행사하는 헌법 기관들이 헌법의 틀 안에서 협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다. 대통령의 국무총리 임명 동의 요청을 국회가 반복적으로 부결시켜 국무총리 공백 상태가 길어진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가긴급권 등을 동원해 국회가 총리 임명 동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헌법은 모든 종류의 교착 상태에 대한 명시적 해결 지침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권한 행사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 국회를 무력화하려고 시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행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헌법은 협의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상정하고 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합리적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