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거대한 빙하 단숨에 붕괴…도망치는 사람들 덮친 '진흙 폭풍'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6.08.27 14:08|수정 : 2026.08.27 16:52


⚡ 스프 핵심요약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빙하와 암석이 대규모로 붕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급류로 최소 16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됐습니다.

순례객과 외국인 관광객, 수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등이 실종됐으며, 도로와 통신망이 끊기면서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붕괴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히말라야의 장기적인 온난화와 빙하 손실이 유사한 복합재난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1. 히말라야 국경 지대를 집어삼킨 진흙과 물의 벽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와 토석류로 최소 16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됐습니다. 네팔 경찰은 지금까지 시신 157구를 수습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티베트 지룽현에서 최소 3명이 숨지고 265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직 수색이 진행 중이어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재난은 현지 시간 8월 26일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과 중국 티베트 국경을 흐르는 보테코시강과 렌데강 일대에 거대한 양의 물과 진흙, 암석이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강 주변의 마을과 도로, 교량, 수력발전 시설이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중국 측 국경 지역의 감시카메라에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급류를 피해 달아나는 순간, 건물과 차량이 진흙과 물에 휩쓸리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라수와 지역 보건요원 툴라 바하두르 BK는 로이터에 "강 옆 정착촌들이 완전히 휩쓸렸다"며 "내 친척 다섯 명도 실종됐다"고 말했습니다.

네팔 당국에 따르면 급류는 보테코시강과 트리슐리강 수계를 따라 빠르게 하류로 이동했습니다. 하류 갈치 지역에서는 약 30분 만에 강 수위가 최대 9m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 지진으로 오인된 거대한 붕괴…빙하와 암석이 계곡 덮쳤다

재난의 직접적인 계기는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발생한 빙하와 암석의 대규모 붕괴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사고 직전 규모 4.4에 해당하는 지진파가 감지되면서, 네팔 당국은 처음에 지진이 빙하 붕괴를 촉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후 해당 신호가 지각의 움직임으로 발생한 일반적인 지진이 아니라, 거대한 얼음과 암석 덩어리가 계곡으로 무너지면서 만들어낸 진동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고 전후의 위성사진에서도 빙하 일부가 대규모로 떨어져 나간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해발 약 5,200m 지점의 빙하 말단부가 무너져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얼음과 암석, 눈, 토사가 뒤섞인 대규모 눈사태가 발생했고, 강물을 따라 강력한 토석류성 급류가 형성됐다는 분석입니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은 이번 현상을 "빙하를 포함한 홍수"로 표현했고, 전문가들은 "얼음·암석 눈사태"가 급류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에서 제기된 빙하호 유출 홍수, 이른바 GLOF(Glacial Lake Outburst Flood)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빙하호나 빙퇴석 댐이 무너지면서 물이 방출됐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빙하가 처음 무너진 원인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사고 전 고지대에서 기온이 올라 적설이 빠르게 녹은 정황은 관측됐지만, 이것이 직접적인 붕괴 원인이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강 상류에 얼음과 암석, 토사가 쌓여 새로운 물길을 막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임시 장벽이 다시 무너지면 2차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3. 외국인 순례객과 한국인 근로자 피해 속출

실종자 가운데는 네팔과 티베트를 여행하던 외국인 관광객과 순례객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네팔 관광 당국에 따르면 실종된 여행객은 4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약 340명이 외국인으로 집계됐습니다. 인도인 133명, 미국인 47명, 호주인 34명, 영국인 33명, 캐나다인 24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실종된 인도인 상당수는 티베트 카일라시산을 향하던 힌두교 순례객이었습니다. 카일라시산은 힌두교와 불교 등의 성지로, 매년 많은 순례객이 네팔을 거쳐 티베트로 향합니다.

영국 여행사 알파인 에코 트렉은 자사 순례 여행에 참가한 영국인 12명과 아일랜드인 2명 등과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인 참가자 가운데는 13세 소녀도 포함됐으며, 참가자들의 연령은 13세부터 65세까지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인 피해도 확인됐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현지 수력발전소 관련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9명이 실종됐으며, 또 다른 한국인 10명은 피해 지역에 고립됐다고 밝혔습니다.

네팔 당국은 실종된 한국인들을 찾기 위해 현지 구조대를 투입했습니다. 고립된 한국인들은 네팔 당국이 보낸 헬기를 이용해 대피할 예정이지만, 불어난 강물과 파괴된 도로 때문에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외교부와 경찰, 소방 당국 등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하고 네팔 정부와 구조·수색 작업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4. 티베트 무역로 마비…국경 넘은 구조 작업

중국 측 피해도 컸습니다. 중국 관영 CCTV는 티베트 지룽현에서 최소 3명이 숨지고 265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피해 규모는 현장에서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룽 통상구는 티베트와 네팔을 잇는 주요 육상 교역로입니다. 이번 재난으로 통상구 주변 도로와 통신, 전력망이 끊겼고 국경을 오가던 차량과 시설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실종자 수색과 피해자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구조대원 574명을 피해 지역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통상구로 이어지는 도로 상당 부분이 끊기거나 진흙에 묻혔습니다. 일부 지역은 드론으로만 피해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네팔 정부도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다리가 끊겼고, 강물이 정상 수위보다 높아 일부 지역에는 구조 헬기조차 착륙하지 못했습니다.

네팔의 발렌드라 샤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러분이 겪은 고통과 상실은 결코 작지 않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며 국가가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해 함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샤 총리와 통화하고 가능한 모든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도 피해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구호물자와 인력 투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네팔에서 시작된 급류가 하류로 이동하면서 인도 북부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도 당국은 비하르주 주민 약 5,000명을 대피시키고 우타르프라데시주와 비하르주 일대에 홍수 경보를 내렸습니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강들이 네팔을 거쳐 인도 평원으로 흘러들기 때문입니다.

5. 이번 재난은 기후위기 때문인가

이번 빙하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사고 전 고지대의 기온이 오르면서 빙하 위에 쌓였던 눈이 빠르게 녹은 정황은 관측됐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고온이 빙하 붕괴를 일으켰는지, 지질학적 불안정이나 다른 요인이 작용했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합니다.

다만 히말라야의 장기적인 온난화와 빙하 손실이 산악 지역의 재난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 ICIMOD는 2026년 보고서에서 힌두쿠시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손실 속도가 2000년 이후 두 배로 빨라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역 빙하는 1975년 이후 최대 27m가량 얇아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유엔도 2023년 네팔의 만년설 산들이 30여 년 동안 얼음의 약 3분의 1을 잃었으며, 최근 10년간의 빙하 융해 속도가 그 이전 10년보다 65% 빨라졌다고 밝혔습니다.

빙하가 녹고 얇아지면 내부 균열이 커지고 주변 암반도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새로 생기거나 커진 빙하호가 갑자기 터지는 빙하호 유출 홍수뿐 아니라, 이번처럼 빙하와 암석이 함께 무너져 강력한 토석류를 만드는 복합재난의 위험도 커집니다.

2025년 7월에도 네팔 라수와가디 일대에서 티베트 지역 빙하호의 물이 빠져나오면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네팔과 중국을 잇는 우정의 다리가 무너지고 국경 교역이 중단됐습니다.

다만 지난해 발생한 빙하호 유출 홍수와 이번 빙하·암석 붕괴는 발생 과정이 다른 별개의 재난입니다.

전문가들은 히말라야 상류에서 발생한 재난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나라의 하류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경을 넘는 관측망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재난의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규명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빠르게 변하는 히말라야의 환경에 기존의 재난 대응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Deep Dive Q&A
Q1. 규모 4.4의 지진파가 감지됐는데, 지진이 재난을 일으킨 것 아닌가요?

A. 사고 당시 규모 4.4에 해당하는 신호가 관측되면서 처음에는 지진이 빙하 붕괴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미 지질조사국은 이후 이 신호가 지각이 움직여 발생한 일반적인 지진이 아니라,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계곡으로 붕괴하면서 발생한 진동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위성사진에서도 해발 약 5,200m 지점의 빙하 말단부가 떨어져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추락한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붕괴를 최초로 촉발한 원인이 고온에 따른 융해인지, 지질학적 불안정인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필요합니다.

Q2. 이번 재난은 빙하호 유출 홍수, 이른바 GLOF인가요?

A. 현재까지는 전형적인 빙하호 유출 홍수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빙하호 유출 홍수는 빙하호를 막고 있던 얼음이나 빙퇴석이 무너지면서 저장된 물이 갑자기 방출되는 재난입니다.

이번에는 위성사진에서 빙하와 암석이 대규모로 붕괴해 계곡으로 떨어진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얼음·암석 눈사태' 또는 '빙하를 포함한 홍수'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빙하호나 빙퇴석 댐의 붕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현 단계에서 GLOF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Q3. 이번 홍수로 인한 한국인 피해 상황은 어떠한가요?

A.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현지 수력발전소 관련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9명이 실종됐고, 10명은 피해 지역에 고립됐습니다.

네팔 당국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 구조대를 투입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외교부와 경찰, 소방 당국 등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네팔 정부와 수색 및 구조 작업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Q4. 기후변화가 이번 재난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나요?

A.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사고 전 기온 상승과 적설 융해가 관측됐지만, 이것이 빙하 붕괴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는 조사 중입니다.

다만 히말라야 지역의 장기적인 기온 상승과 빙하 손실이 빙하 붕괴, 암석 낙하, 눈사태, 빙하호 범람과 같은 산악 재난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이번 사고의 확정된 직접 원인이라기보다, 유사한 재난의 위험을 키우는 장기적인 배경으로 설명하는 것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