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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미국 현대예술재단의 '도로시아 태닝'상을 받았던 이피 작가가 개인전을 엽니다.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터부와 비극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풀어냅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3과 2분의 1차 세계대전 / 9월 19일까지 / 아트스페이스3]
사람 크기의 패널마다 여성과 음식을 상징하는 다양한 이미지들로 가득합니다.
개별 작품의 제목애는 쌀밥이나 국수, 샤오롱바오, 디저트 같은 음식 이름이 포함돼 있는데, 시리즈 전체의 제목은 '여자 취급'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2차 가해의 현실을 식탁 위에서 소비되고 망각되는 음식들로 은유하는 것입니다.
[이피/작가 : 그 나라에서 먹었던 음식과 그리고 그 음식처럼 여자를 취급하는 그런 그림들, 일련의 그림들을 그렸어요.]
작가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분홍빛 조형물로 형상화합니다.
수많은 요소들의 총합이라는 정체성입니다.
하지만 그 주변은 거대한 현수막으로 둘러싸였습니다.
현수막은 해독할 수 없는 기호들로 빽빽합니다.
폭력을 은폐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적 현실을 고발하는 것입니다.
[이피/작가 : 미디어나 다른 사람들의 말들이 피해자들이 겪었던 폭력을 가릴 때가 많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그것을 가리는 그런 말들에 대한 작업이에요.]
일종의 터부로 여겨지는 부모님의 죽음도 작가는 피하지 않고 직면합니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에 대한 근원적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상실의 공포를 피할 수 없는 눈앞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피/작가 : 저희가 겪지 않았지만 겪게 될, 아니면 이미 겪고 있었거나 겪었을, 그런 3차 대전과도 같은 얘기예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사회적 은폐, 그리고 삶이 지닌 근원적 상실감까지, 이피 작가는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터부와 비극을 특유의 조형언어로 끄집어냅니다.
(영상편집 : 김호진,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