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공수처 1호 인지' 경찰 고위 간부 뇌물 사건 2심서 대폭 감형

김덕현 기자

입력 : 2026.08.25 13:07


▲ 법원

7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던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2심에서 대폭 감형받았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호 인지' 사건의 핵심 혐의가 무죄로 뒤집힌 겁니다.

서울고법 형사3부(이승한 부장판사)는 오늘(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전 경무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억 1천만 원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앞서 1심은 징역 10년에 벌금 16억 원, 추징금 7억 5천여만 원을 선고하고 김 전 경무관을 법정 구속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경무관이 의류업체 대표 A씨로부터 차명 계좌로 6억여 원의 뇌물을 송금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를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공소 사실에 적힌 계좌가 실제 김 전 경무관의 차명 계좌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 전 경무관)이 해당 계좌를 어느 정도 관리하면서 일부 입출금 행위에 개입했다고 보이긴 한다"면서도 "계좌를 전적으로 관리하면서 오직 자신의 계산으로 입출금해 사용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경무관이 A씨로부터 총 1억 1천만 원 상당의 신용카드와 전자제품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도 A씨가 김 전 경무관에게 공무원 직무에 관한 알선을 요청한 대가로 지급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 부분에 적용된 뇌물 혐의는 무죄로 봤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피고인에게 잘 보이면 어떤 도움을 받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를 가졌을 순 있다"면서도 "법리에 의하면 이런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점만으로는 알선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고위 경찰 공무원인 피고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신용카드를 양수해 사용하고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받아 4회계년도에 걸쳐 매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했다"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이는 공직자의 금품 수수 행위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제재할 수 있게 해 공직 청렴성과 그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위반한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질책했습니다.

김 전 경무관과 함께 기소된 A씨, 차명 계좌를 내준 혐의를 받는 지인 등에겐 모두 공소기각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에 고위공직자 본인이나 가족이 아닌 일반인에 대한 기소 및 공소 유지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이 정한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이 아닌 A씨 등에 대한 공소는 공수처 검사가 기소권 없이 제기한 것으로,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공수처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일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도 판단했습니다.

공수처는 김 전 경무관이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으로부터 경찰 수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규명하다가 A씨로부터도 뇌물을 받은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앞서 수사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