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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미 ICC 일본인 소장 제재 대응 미흡"…일 여야의원 성명

홍영재 기자

입력 : 2026.08.24 22:36


▲ 아카네 도모코 국제형사재판소장

일본 여야 의원들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일본인 소장을 제재한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는 성명을 오늘(24일) 발표했습니다.

일본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인권 외교를 초당적으로 생각하는 의원연맹'은 미국 정부가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타국에 비해 현저히 미흡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습니다.

의원연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아카네 소장 제재가 나온 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단순한 감상일 뿐 의사 표명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ICC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가 미국의 제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국제사회가 제재 발표 수일 내에 행동에 나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아카네 소장 등의 제재에 대해 미국 측에 항의하고 즉각적인 철회 요구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의원연맹 공동회장인 나카타니 겐 자민당 의원(전 방위상)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연맹 총회에서 "법에 의한 질서는 일본 외교의 기축이자 안보 정책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습니다.

총회에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등이 참석했고 아카네 소장이 의원연맹에 보낸 메시지가 소개됐습니다.

아카네 소장은 "ICC의 존속과 법의 지배를 끝까지 수호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ICC를 일관되게 지지하며 아카네 소장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 필요한 지원을 확실히 하겠다"고 미국 제재에 대한 반론 없이 원론적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일본 외무성이 도쿄에서 아시아·아프리카 행정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연 국제법 세미나에서 미국의 ICC 관계자 제재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고 일본이 국제 사법기관의 역할 강화에 힘써왔다는 점만을 강조해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입니다.

NHK에 따르면 모테기 외무상은 국제법 세미나 영상 메시지에서 "일본은 법질서 유지 등을 위한 국제 사법기관의 역할을 중시하며 그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와 ICC 소장을 모두 일본인이 맡고 있는 것은 그러한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ICJ 소장은 도쿄대 국제법 교수 출신인 이와사와 유지 재판관이 맡고 있습니다.

모테기 외무상은 아카네 ICC 소장에 대한 미국 제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국제 질서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10년 전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서 필리핀 측 손을 들어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 당시 필리핀 정부 측 수석 변호인을 맡았던 미국의 폴 라이클러 변호사가 강연했습니다.

그는 강연 뒤 NHK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아카네 ICC 소장 등을 제재한 데 대해 "재판소에 대한 공격이나 재판관 개인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법치주의에 반하는 극히 파괴적인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일본 중심의 국제 비영리 재단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범죄 예방과 형사사법 발전 활동을 하고 있는 아시아형정재단(ACPF)도 "어떠한 부당한 간섭도 받지 않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카네 소장 연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해 2월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문제 삼아 ICC 인사들을 줄줄이 제재하고 있습니다.

ICC는 아카네 소장 등이 추가되면서 판사 18명 중 9명, 차장검사 2명 전원, 전직 검사장 1명과 직원 1명이 미국 제재 대상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