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최근 국회에서 '5·18 민주화 운동의 재조명'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5·18 민주화 운동을 '소요 사태'나 '폭동'으로 표현하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의원은 "5·18이 특정 진영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본 통념과 다른 주장, 불편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어도 학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토론회 직후, SNS에서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힌 이른바 '5·18 유공자 명단'이 다시 퍼졌습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박지원 의원 등 이름이 써 있습니다. 50만 가까운 조회수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명단, 처음 등장한 게 아닙니다. SBS 사실은팀이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확인해 보니,
적어도 2019년 2월부터 유사한 명단이 퍼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 명단에 있는 정치인 가운데 5·18 유공자로 인정된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그 사례입니다. 이 전 총리는 당시 신군부에 의해 연행, 구속됐었는데, 이 전 총리 스스로 자신이 유공자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역시 2008년 국회의원 출마와 함께 자신이 5.18 유공자임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들은 자신이 5.18 유공자가 아니라고 줄곧 주장해 왔습니다. 그간 위 명단에 대한 언론사의 팩트체크도 여러 차례 있었고, 검증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SBS 사실은팀이 보훈처에 물었습니다.
보훈처는 "유공자 명단 비공개 판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면서도 "다만, 지금 다시 돌아다니는 명단 가운데 상당수가 5.18 유공자가 아니다."고 귀띔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숱한 언론사 팩트체크 검증 결과와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12월, 5.18 유공자 명단 공개는 예외적인 게 아니라며, 비공개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습니다.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경우 이들의 희생을 통한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알릴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미 관련 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5·18 민주유공자의 민주 이념을 기리고 계승·발전시키는 기념·추모사업 등을 하고 있다. 대체 수단이 마련된 상황에서 사생활이 침해될 위험성이 매우 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5 · 18민주유공자 외에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 특수임무유공자 등 예우의 대상이 되는 다른 유공자들의 명단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피고(보훈처)가 5 · 18민주유공자에 대하여만 예외적으로 명단을 비공개한 것도 아니다.
- 서울행정법원 2018. 12. 21. 선고 2018구합69608 판결
이 뿐 아닙니다. SNS에서는 5.18 관련 여러 허위 정보가 퍼지고 있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5.18 관련 정보를 꾸준히 팩트체크를 해오고 있는데, 이미 검증을 통해 '사실 아님'으로 판명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팩트체크를 하나하나 또 하기 보다는 과거 팩트체크 기사를 다시 공유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SBS 8뉴스, <"매달 420만 원 받는 유공자?" 5·18 소문의 진실>, 2023년 5월 17일자 방송분.
즉, 지금 SNS에서 다시 퍼지고 있는 유공자 명단은 '새로운 의혹'이 아닙니다.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됐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정보들입니다.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핵심적인 질문은 "왜 하필 지금, 다시 퍼지고 있는가"일 겁니다.
지난 2019년 2월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앞서, 유공자 명단 허위 정보가 본격적으로 나온 시점이 2019년 2월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시 국회에서는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옛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당시 의원이 참여했는데,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발언과 북한군 개입설이 나와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됐습니다. 이후, 5.18 유공자를 비롯한 여러 허위 정보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당시와 거울상인 허위 정보들이 6년이 지나 다시 퍼지고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국회 토론회'가 허위 정보 확산의 '지렛대'가 됐다는 점입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5.18이 성역이 될 수 없는 만큼, 다양한 견해를 공론장에 올려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만 놓고 보면 가능한 주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미 존재했던 과거 5.18 허위 정보가 새로운 맥락을 싣고, 강해진 유통망을 타며 다시 퍼졌습니다. 국회에서 '토론회'라는 공론장 만으로도, 허위 정보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었습니다. 허위 정보가 인터넷 한쪽 구석에서 나오는 것과,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확산의 불을 붙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2019년 2월 국회의 5.18 토론회 이후, 5.18 관련 허위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했다는 실증 연구를 참고할 만 합니다.
이미 소비된 허위 정보가 공론장에 '재진입'한 뒤 '재유통'되고, '재맥락화'된 뒤 '재논쟁화'하는 일련의 과정들.
반복은 진실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른바 '진실성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입니다. 어떤 정보나 주장을 반복해서 접할 때, 참 거짓과 상관없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인지 편향입니다. 관련 빅데이터 연구가 올해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습니다.
이미 있던 허위 정보가 '공적 노출'의 기회와 맞물려 친숙성이 높아지면, 허위 정보를 가려내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SNS시대, 허위 정보의 위험성은 '메시지' 자체 뿐만 아니라, 메시지 '반복의 동력'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SNS에서 퍼지는 유공자 명단을 '사실 아님'으로 명확하게 판정할 수 있지만, 이것 만으로는 작금의 허위 정보 확산 현상을 오롯이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발언권이 큰 힘 있는 사람이 공론장의 문을 연 행위 만으로도 과거 허위 정보가 다시 소환되는 메커니즘. 결국, 우리는 "공론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자료>
· 원본 게시물 : https://x.com/captinkang38/status/2089990290429878725?s=20
· '5·18유공자 문재인·유시민·박원순'…이런 카톡 받으셨나요?, 2019년 2월 16일,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190215_0000559763&cID=10301&pID=10300
· 서울행정법원 2018. 12. 21. 선고 2018구합69608 판결 :
https://casenote.kr/%EC%84%9C%EC%9A%B8%ED%96%89%EC%A0%95%EB%B2%95%EC%9B%90/2018%EA%B5%AC%ED%95%A969608
· 김영기·채종훈·주정민(2021).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유튜브 왜곡영상 네트워크 분석. 민주주의와 인권, 21(1), 5-40. :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700295
· Ye, S., Attali, D., Ghazi, M. et al.(2026),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the evidence for an illusory truth effect and its determinants. Nat Commun 17, 3270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6-70041-x?utm_source=chatgpt.com#citeas
· 또 5·18 '북한군 개입설'…유언비어 못 끝내나, 2020년 5월 14일, SBS 8뉴스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789238
· [사실은] 전두환이 흘린 '무장 폭동설', 혐오 악순환, 2020년 5월 15일, SBS 8뉴스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790937
· [사실은] "특혜받는 5·18 유공자" 유튜브 영상, 따져보니, 2020년 5월 17일, SBS 8뉴스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792476
· [사실은] 5·18 왜곡 처벌법 시행됐지만…유언비어 여전, 2022년 5월 18일, SBS 8뉴스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755359
· [사실은] "매달 420만 원 받는 유공자?" 5·18 소문의 진실, 2023년 5월 17일, SBS 8뉴스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195584
(작가 : 김효진, 인턴 : 박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