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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인트로
00:30 진흙 퍼내 어머니 구했는데…"산사태 주의" 뒷북
03:30 "산사태가 아니라고?"…주민들 분통
06:30 산사태냐? 인재냐? 과거에도
8월 중순 한때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남 지역 많은 곳이 피해를 봤었습니다. 그중에서 경남 거제와 통영에 특히 피해가 컸습니다. 통영은 다행히 한 명이 부상을 입는 정도에서 끝났지만 거제는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치기까지 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서 사상자가 발생한 일이 그저 안타깝기만 한 일인지 그 사이에 누군가의 대처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저희가 따져봤습니다.
1. 진흙 퍼내 어머니 구했는데…
"산사태 주의" 뒷북
자 먼저 통영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부상자 1명이 발생한 통영의 경우는 우선 대피 문자의 발송이 너무 늦었습니다. 통영에 곤리도라는 섬이 있는데, 이곳에서 60대 여성이 산사태 토사물에 휩쓸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때는 비가 많이 오던 지난 17일 새벽 4시 반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 신고가 해경에 접수된 건 같은 날 새벽 5시 3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산사태 주의보 발령을 알리는 대피하라는 문자는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난 아침 7시에야 발송이 됐습니다. 당시의 구조 작업은 굉장히 처절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분의 아들분을 저희 취재진이 만났었는데 당시 이불을 뒤집어 쓴 상태로 피해자분이 발견이 됐고 그 피해자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진흙더미와 잔해들을 일일이 해경과 아드님이 잘라내면서 구조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다리 부분에 골절은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현재는 주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저희가 들었습니다. 이 구조 작업은 거의 1시간 반 만에 완료돼서 아침 6시 반쯤 거의 다 끝났는데 부상자가 발생하고 나서 30분이 지나서야 뒷북으로 대피 문자가 발송된 셈입니다. '문자를 일일이 보내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 이렇게 회의론을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대피 문자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문자를 보고 피해 가야겠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죠. 그래서 우리가 반복적으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난 문자를 보내는 겁니다. 발송이 왜 늦어졌나 저희가 통영시청에 물어보니 통영시청은 현장 당시에서의 판단이 어려웠다고 저희 취재진에 털어놨습니다.
[통영시청 관계자 : 새벽에 (비가) 그렇게 많이 올 거라고는 아예 예상을 못 했던 거죠. 저희가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웠으니까.]
산림청은 1시간 간격으로 각 지자체들에게 산사태 정보를 알려줍니다. 어디가 특히 위험하고 어디가 특히 어떤 측면에서 얼마만큼 위험한지 이런 것들을 정보를 보내주고 그것을 토대로 각 지자체가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죠. 통영시는 이 지자체의 판단 과정에서 자신들의 판단이 늦었다고 인정한 겁니다. 좀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그 당시 새벽에 그렇게 비가 많이 올 줄 몰랐고 당직 근무에 투입되는 모든 공무원들이 산사태에 정통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상황 판단 회의를 열어서 행정 절차를 거쳐서 재난 문자를 발송할지 산사태 주의보를 울릴지 결정해야 하는데 새벽 4시, 5시 그 새벽에 이런 회의를 여는 게 그렇게 쉽고 빠르지 못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공무원의 해명이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이미 부상자가 인명피해가 발생한 시점에서 그런 식으로 판단이 늦어졌다고 해명하는 게 취재진 입장에선 선뜻 납득되지는 않았습니다.
2. "산사태가 아니라고?"…
주민들 분통
거제 사례도 살펴보겠습니다. 거제 옥포동에서는 인근에 산이 무너져서 토사가 쓸려 내려와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한 명이 돌아가시고 두 명이 다쳤습니다. 이곳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게 산사태냐 아니냐를 두고 시청 안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겁니다. 우리가 볼 때는 저렇게 흙이 무너져 내렸는데 저게 산사태가 아니면 뭐냐 이런 생각이 들고 주민들도 황당해하셨지만, 조금 행정적으로는 복잡한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자, 거제시청 안에서는 그 토사 붕괴를 '산사태'라고 이야기하는 부서와 '법면 유실'이라고 이야기하는 부서가 있었던 겁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법면 유실이 뭐냐면 이 법면이 경사면이라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경사면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 유실됐다는 뜻인데 산사태나 법면 유실이나 사실 경사면이 무너져 내리면서 흙과 돌이 흘러내리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뭐가 다르냐? 산사태는 산지나 임야 같은 자연 지역에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자연지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이건 자연재해로 분류되고 그 복구와 배상의 책임이 국가나 지자체에 있습니다. 그래서 산림청과 개별 지자체가 복구에 나서는 거죠. 반면, 법면 유실은 인공지대에서 발생한 겁니다. 누군가 인공적으로 산지를 깎고 건물을 올리기 위해서 기반 작업을 해 둔 땅을 흔히 대지라고 하는데 이런 대지 같은 인공 지역에서 발생한 법면 유실은 통상 그 책임이 소유주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거죠. 그래서 복구책임이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민간으로 향하게 됩니다. 산을 관리하는 과 입장에선 이건 법면 유실이다, 인재다라고 주장을 한 것이고. 건축물을 관리하는 과에선 이건 산사태다, 자연재해다라고 주장을 했던 거죠.
[거제시청 A 관계자 : 모든 원인 행위나 이런 게 산사태랑 지금은 관련이 없는 거고, 우리가 볼 때는 산이지만 대지 내에서 일어난 주택 옹벽 붕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거제시청 B 관계자 : 제가 볼 때는 당연히 인근에 있는 임야도 같이 이렇게 무너졌죠. 대지(부분)만 딱 잘라서 이렇게 무너진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잖아요, 그게. ]
결국 법면 유실로 결론이 났죠.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 예전에 건설사가 산을 사고 한 번 깎아놨던, 인공적인 땅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이게 결국 책임의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민한 것은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게 산사태인지 법면 유실인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영상 많이 보셨겠지만, 옹벽이 무너지면서 뒤에 산에 토사가 쓸려 내려왔기 때문에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건 당연히 산사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 몇 주째 집에 못 들어가시는 주민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그 책임을 갑자기 피해를 입은 주민들한테 관리비를 내는 형태로 나눠서 지라고 하면 어떤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인근 주민 : 그건 아니지 그거는 진짜 아닙니다. 이거 보면 전부 산사태라고 하지.]
[인근 주민 : 말도 안 되는 거죠. 말도 안 돼요. 이렇게 하는 게 왜 여기 사람들한테 책임이 있죠?]
3. 산사태냐? 인재냐? 과거에도
사실 이게 산사태냐 아니냐를 두고 싸웠던 논쟁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취재진이 찾아봤는데 2022년 8월에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 비가 많이 왔었습니다. 그때도 옹벽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때도 이것을 누가 치우냐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때도 엄밀하게 행정적으로 산사태는 아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인재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부담을 했어야 하는 문제인데 당시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비, 구비, 그리고 국비가 38억 원 정도 투입이 됐습니다. 그래서 옹벽 복구공사를 진행을 했고 당시 주민들이 낸 돈은 없는 것으로 저희가 확인을 했습니다. 통영과 거제도 지난주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가 됐습니다. 거제시도 저희 취재진에 물론 이게 엄밀하게 보면 배상이나 복구의 책임이 민간에 있기는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워낙 위험하기 때문에 시에서도 도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끝까지 지켜볼 일입니다. 매년 비는 많이 올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산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들은 산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들이 지방으로 갈수록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민들더러 책임을 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겠죠. 우리의 재난 알림 체계와 복구 체계에 어떤 허점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취재 : 김민준,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