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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차로 치고도 "몰랐다"…생각지 못한 결정적 증거

유영규 기자

입력 : 2026.08.24 10:50|수정 : 2026.08.24 17:28


▲ 스쿨존 자료화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차로 치고도 범행을 부인한 80대 운전자가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사고 영상 등으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정문경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기소된 A(84)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해 5월 29일 오후 3시 39분 전북 정읍시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B(11)군을 차로 치고도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교정시력이 '우안 0.03, 좌안 0.3'이라고 적힌 진단서를 수사기관에 내면서 "B군을 차로 친 걸 알지 못했다"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A씨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의 차량 블랙박스는 충격을 감지하면 영상을 자동으로 저장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범행 이후에도 사고 영상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A씨는 B군을 치고 나서 급정거했고 차 안에 타고 있던 그의 부인은 사고를 인지한 듯 창문을 내려 "아가 혹시 다쳤나?"라고 물어봤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블랙박스 영상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사고 조사 보고서 등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으나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블랙박스 영상을 살펴보면 차량이 피해자를 충격한 부분은 운전석이 있는 좌측 앞 범퍼 부분"이라며 "이 사고는 보행자가 튕겨 나갈 정도의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차체의 진동이나 충격음 등 시각 외의 감각을 통해서도 충분히 충돌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당시 11세였고 사고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피고인은 적어도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그 부모에게 연락하는 등 조처했어야 한다"며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거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