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더는 못 참겠어" 무너진 '세계 최강'…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6.08.24 09:00

"240일 연속 바다 위, 곰팡이와 고장난 화장실" USS 링컨함 위기가 드러낸 미 해군의 구조적 붕괴


⚡ 스프 핵심요약

240일 무기항 배치의 대가: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이 약 9개월간 배치되며 식량 부족, 위생 악화, 승조원 극단적 선택 시도 등이 보고됐습니다.

교체 불가능한 항모 함대: 미 해군은 법적으로 11척의 항모를 보유하지만 정비 지연과 인력 부족으로 동시 전개 가능한 함정은 2~3척에 불과하며, 링컨함 교체를 위해 서태평양이 한동안 항모 공백 상태에 놓였습니다.

항모 중심 모델의 종말 신호: 드론과 미사일 기술 발전으로 대형 항모의 취약성이 커지면서, 미 해군 수뇌부는 분산형·네트워크 중심 전력 구조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1. "바다로 뛰어내린 승조원들" - 9개월 배치가 불러온 위기

2026년 8월 초, USS 에이브러햄 링컨(USS Abraham Lincoln, CVN-72) 항공모함에서 한 승조원이 바다로 뛰어내렸습니다. 다행히 헬기에 구조됐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었습니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네이비 타임스와 스타즈 앤 스트라이프스는 여러 승조원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링컨함은 2025년 11월 샌디에이고를 출항한 뒤 당초 2026년 5월 귀환 예정이었으나, 이란 전쟁 지원을 위해 배치가 연장되며 9개월 가까이 바다에 머물렀고, 그중 240일은 단 한 번도 항구에 들르지 않은 연속 해상 체류였습니다.

가디언과 CBS 뉴스는 승조원 가족들과 익명 승조원의 증언을 인용해 "식량과 물자 부족, 고장 난 화장실, 곰팡이 낀 샤워실, 오염된 물, 우편 시스템 차질과 케어패키지 전달 장애"를 보도했습니다. 한 승조원은 "예전엔 함내 매점에서 원하는 만큼 위생용품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구매 수량이 제한되고 위생용품은 거의 없다"고 전했습니다. 8월 6일 샌디에이고 노스 아일랜드 해군기지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는 200여 명의 가족이 참석해 해군 지도부에 답을 요구했습니다.

2. 민주당 질의서 vs 트럼프의 "충분히 길지도 않다"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8월 12일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와 해군 대행 장관 훙 카오에게 공식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질의서는 "배치 연장 경위, 위생·보급·주거 문제, 피로·사기·정신건강 평가 지표, 안전사고·의료문제·징계 건수, 그리고 현재 항모 수요가 해군의 지속 가능한 운용 한계를 넘는지"를 물었습니다. 블루멘탈 의원은 "링컨함의 장기 배치는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과 맞물려 특히 중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8월 14일 기자들이 "배치가 너무 긴 것 아니냐"고 묻자 트럼프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전혀 길지 않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길지도 않다"고 답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도 "상황이 완전히 왜곡됐다"며 보도를 일축하고, "모든 함정, 모든 승조원, 모든 함장에게 매 순간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군 대변인은 "링컨함에서 자살 충동이나 시도가 증가했다는 관찰은 없다"고 밝혔으나, 작전 보안과 환자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구체적 데이터 제공은 거부했습니다.

3. 정비 지연과 조선소 병목 - 교체할 항모가 없다

링컨함이 9개월씩 바다에 묶인 것은 전쟁 때문만이 아닙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 해군은 법적으로 11척의 항공모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AP 통신이 인용한 전문가들은 통상 동시에 전개 가능한 항모는 2~3척에 불과하다고 분석합니다. 나머지는 정비 중이거나 승조원 훈련이 필요하거나, 둘 다입니다.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은 2015~2019 회계연도 기준으로 항모와 잠수함 정비 계획의 75%가 지연 완료됐고, 항모는 평균 113일 지연됐다고 밝혔습니다. 주된 원인은 계획 이후 드러나는 예상치 못한 추가 작업과 조선소 인력·역량 부족이었습니다.

미 해군 해상시스템사령부(NAVSEA)도 자국의 4개 공공조선소가 노후 시설 때문에 핵추진 항모와 잠수함 정비·현대화에 비효율적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국방 분석가는 AP 통신에 "우리는 앞으로 몇 년간 '정비 빚'을 갚아야 할 것"이라며 "항모들이 조선소에 줄을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즉 링컨함의 장기 해상 체류는 전방 작전 결정만이 아니라, 후방 정비 인프라의 구조적 취약성이 전방 작전 기간을 밀어올린 전형적 사례입니다.

4. 서태평양 공백과 중국에게 준 "신호"

링컨함 교체를 위해 USS 조지 워싱턴(USS George Washington)이 중동으로 향하면서, 서태평양에는 한동안 미 항모가 사라졌습니다. 조지 워싱턴은 2024년 11월부터 일본 요코스카에 전진 배치된 미국의 유일한 일본 주둔 항모였습니다. AP 통신은 "중국이 당장 대만을 침공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더 이상 항상 현장에 있지 않다는 신호를 지역 동맹국들에게 전파할 기회가 됐다"고 분석가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렉 폴링 동남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태평양이 서반구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를 하고 있다"며 "중동에서 빠져나오겠다던 목표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훈련과 압박을 계속하고 있으며, CSIS의 미사일 위협 자료는 중국의 접근거부·지역거부(A2/AD) 교리가 탄도·순항미사일로 미 항모와 전방기지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정리합니다. 즉 미 항모는 "없어도 되는 상징"이 아니라 여전히 억지의 시각적·정치적 자산이지만, 동시에 점점 더 고가치·고취약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미 해군의 전력 과부하로 인한 서태평양 항모 공백은 동북아 안보 지형에도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칩니다. 한반도 유사시 미 해군 증원 전력의 신속 전개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한국 등 지역 동맹국들로 하여금 미 우산에 대한 의존을 넘어 자체 해상 방어력 및 다층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를 가속화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5. "항모는 단독 중심축이 아니다" - 미래 전장의 재설계

퀸시연구소의 마이클 스웨인은 "드론과 미사일 기술이 발전하면서 항모는 더 쉽게 표적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P는 미 해군 수뇌부가 지휘관들에게 "항모 대신 더 작고 새로운 함정과 다른 자산을 쓰도록 설득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항모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항모가 더 이상 단독 중심축이 아니라 네트워크화된 여러 타격·정찰·지휘 자산 중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 해군 전문지 프로시딩스와 관련 논의는 분산해양작전, 무인기 중심의 미래 항모항공단, 그리고 대형 항모전단의 집중도를 낮추는 방향을 반복 제기해 왔습니다. 링컨함 사안은 바로 그 전환이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항모 중심 모델이 높은 작전 수요를 감당하려다 생기는 마찰을 보여줍니다. 승조원 처우 악화는 증상이고, 진짜 병은 미 해군의 구조적 과부하입니다.

6. 정신건강은 전투준비태세의 일부

의원들이 해군에 요구한 질문을 보면, 관심은 단지 "배 안이 불편했는가"가 아닙니다. 서한은 피로, 사기, 정신건강, 안전사고, 의료문제, 징계문제, 준비태세 지표를 함께 요구합니다. 이는 미 의회가 이미 이 문제를 인도주의 문제가 아니라 전투효율과 사고위험 문제로 보고 있음을 뜻합니다. 미 국방보건국(DHA) 웹사이트 Health.mil에 따르면 30일 이상 배치되는 군인을 대상으로 DHA4·DHA5 정신건강 평가를 실시하며, PTSD 및 기타 행동건강 문제를 식별해 개인·부대 준비태세를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미군 제도 자체가 정신건강을 전투준비태세의 일부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선행연구도 같은 결론을 향합니다. 미 해군 함정배치 인원을 다룬 연구들은 배치 전 이미 PTSD·우울 위험신호가 있는 인원을 조기에 식별하지 못하는 문제, 그리고 배치 전·중·후 스트레스, 수면, 우울 증상 사이의 유의한 연관성을 지적해 왔습니다. 보다 최근의 질적 연구 요약도 예측 불가능성, 가족과의 단절, 회복 기회의 부족, 신체적·정서적 소진을 해상배치의 핵심 부담 요인으로 제시합니다. 따라서 링컨함 사안은 예외적 일탈이 아니라, 장기 해상배치가 어떤 방식으로 승조원 기능을 떨어뜨리는지에 대한 기존 연구를 현실에서 재현한 사례에 가깝습니다.

7. 링컨함은 귀환하지만, 문제는 반복될 것

링컨함은 8월 중순 이후 조만간 귀환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같은 문제는 다음 항모에서, 그리고 그다음 항모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비 인프라와 인력 파이프라인의 병목이 해소되지 않으면, 가동 가능한 항모 부족은 계속될 것이고, 전방 배치 기간은 다시 늘어날 것입니다. 의회 청문회에서는 해상근무 공백이 약 2만 석 수준이라는 문제의식이 반복되며, GAO는 정비 지연과 조선소 역량 부족을 지속적 구조 문제로 봅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장병 처우 악화"만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장병 처우 악화가 항모 운용체계의 구조적 과부하를 가시화한 사건입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항모는 단지 더 오래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비 주기 압박, 승조원 소진, 인도태평양 공백, 동맹 불안, 미래 전장 적합성 논쟁을 한꺼번에 불러옵니다. 미 해군이 냉전 이후 축적해온 구조 문제가 전쟁 압박 속에서 노출된 순간. 그게 지금입니다.


Deep Dive Q&A
Q1. 미 해군은 왜 11척의 항모를 보유하고도 2~3척만 전개할 수 있나요?

A. 항모는 배치·정비·훈련의 순환 주기를 돌기 때문입니다. 통상 한 척이 배치 중이면, 다른 한 척은 정비 중이고, 또 다른 한 척은 승조원 훈련 중입니다. 문제는 정비가 계획보다 평균 113일 지연되고, 조선소 인력과 시설이 부족해 병목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보유 척수"와 "즉시 배치 가능한 척수"는 같은 말이 아니며, 링컨함처럼 교체 시기를 놓치면 배치 기간이 무한정 늘어나게 됩니다.

Q2. 링컨함 사태가 한국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A.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서태평양 항모 공백은 한국을 포함한 지역 동맹국에게 미국의 우선순위가 중동에 다시 묶였다는 인상을 줍니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 훈련과 압박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 항모 부재는 중국에게 심리전·정치전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미 해군의 항모 운용 한계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자체 해군력 강화와 다층 방어 체계 구축을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신호로 읽힙니다.

Q3. 항모 중심 모델이 바뀐다면, 미래 해군 전력은 어떤 모습일까요?

A. 미 해군 수뇌부와 전문가들은 "분산해양작전"과 무인기 중심의 네트워크 전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항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항모가 더 이상 단독 중심축이 아니라 여러 타격·정찰·지휘 자산 중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드론, 소형 함정, 잠수함, 미사일 플랫폼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분산된 전력을 형성하고, 항모는 그 네트워크의 한 노드로 기능하게 됩니다. 이는 고가치·고취약 자산인 항모를 적의 표적에서 벗어나게 하면서도, 전체 전력의 유연성과 생존성을 높이는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