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CCTV에 사장 찍혔는데…"나 어떡해" 결국 숨진 알바생

윤성식 에디터

입력 : 2026.08.20 08:27|수정 : 2026.08.20 11:35

동영상

[고 채단비 양-친구 간 통화 / 실제 녹음 (2025.12.28) : 나 진짜 너무 죽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냐 나 이거 어떻게 해 죽고 싶어 어떡해]

성폭행 피해를 신고했던 아르바이트생이 숨진 사건 CCTV가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12월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한 주점에서 일하던 고 채단비 양은 40대 사장을 준강간 혐의로 신고했습니다.

단비 양은 영업을 마치고 진행된 회식 술자리에서 주점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사건 당일 CCTV엔 사장과 대화를 나누다 눈물을 훔치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고, 이후 비틀거리는 단비 양을 사장이 뒤에서 안아 끌고 가는 장면도 담겨 있었습니다.

[고 채단비 양-친구 간 통화 / 실제 녹음 (2025.12.28) : 갑자기 그 흡연실 앞에 19번 자리 있잖아 (되게 구석진 자리) 응 거기로 갑자기 데리고 가서 사장님이 갑자기.. 진짜 그렇게 한 거야 나는 진짜 이거 아니라고 너무 싫다고 했는데 계속 그러잖아 (사장은 뭐라고 그러는데?) 여기 CCTV 없다고 괜찮다고 한 번만 와보라고 그러는 거야]

주점 사장이 故 채단비 양을 CCTV가 없는 19번 자리로 끌고가는 모습
단비 양은 사건 당일 오후 인근 파출소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산부인과에서 검진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건 52일 만에 경찰의 '불송치 통보서'가 날아왔고, 단비 양은 그로부터 3일 뒤 자살했습니다.

[고 채단비 양 친구 : 그냥 무너진.. 처음 봤어요 걔가 그러는 걸. 기다렸는데 불송치가 떠서 단비한테 더 크게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단비 양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평소 주점 사장이 술을 좋아했고, 단비 양에 관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했다고 말합니다.

[주점 아르바이트 동료 : (술 먹으면) 말도 많아지고 남자 여자 아르바이트생 상관없이 스킨십하고 '단비가 진짜 예쁘지, 단비가 진짜 예쁘다' 이런 식으로 자주 얘기했어요. '남자들이 단비 같은 얼굴 좋아하지' 이렇게.]

故 채단비 양의 생전 모습
단비 양은 사건 당일 오후에 받은 채혈 검사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0.085%,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나왔는데, 성폭행이 벌어진 시각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2배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전후로 두 사람이 웃고 대화하며 주점을 이동한 점, 술자리에서 스킨십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안산경찰서 수사 책임자 : CCTV가 제일 객관적인 증거잖아요. 영상 보시면 이거를 기소할 수는 없는데 이건 쉽게 이해가 가는데. 성행위 전부터 회식 때부터 스킨십이 있었단 말이에요. (행위가 있기 두세 시간 전에 접촉이나 터치를 했다는 게 성행위에 동의한 거라고 해석할 수 있는 건가요?) 직원들 진술도 있고 피의자의 진술도 있고 보통 정상적으로 생각할 걸로 판단할 거라고 인식을 했다고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심신상실의 상태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걸 이용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거죠.]

경찰은 단비 양이 신고한 당일을 제외하고는 따로 불러 조사하지 않았는데, 전문가들도 피해자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한 점을 볼 때 부실 수사라고 지적합니다.

[표창원/범죄심리분석가 : 과연 이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이 성폭력 사건에 수반되는 독특한 특징들, 주의해야 할 요인들, 자칫 잘못하면 간과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제대로 알고 있었나.]

[오선희 변호사/전 검사 : 가해자의 말이 맞는 말인지 추가로 검증을 했어야 되죠. 그냥 직관적으로 '어, 말이 다르네. 더 편한 쪽을 선택해' 이러면 수사가 아니게 되는 거죠 그냥 점치는 것 아닌가요.]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유족들이 얼마나 억울하면 고인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겠나", "제대로 수사해서 가해자 처벌해라" 등의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기획 : 윤성식, 영상편집 : 김나온, 화면출처 : 그것이알고싶다 1500회,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