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겨울왕국' 엘사가 '렛 잇 고(Let It Go)'를 부르며 손을 뻗는 순간, 극장 전체에 섬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 찰나에 엘사의 의상이 얼음왕국 여왕의 드레스로 바뀌었다. 객석 곳곳에서 터진 환호와 박수는 이 공연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그대로 증명했다.
13년 전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영화를 무대로 재현한 뮤지컬 '겨울왕국'의 한국 초연이 지난 13일 서울 샤롯데씨어터 무대에서 막을 올렸다. '겨울왕국'은 2018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웨스트엔드와 일본, 호주, 독일을 거쳐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났다.
'겨울왕국'은 아렌델 왕국의 부모를 잃은 두 자매, 얼음과 눈을 다루는 힘을 지닌 엘사와 그런 언니를 지켜보며 자란 안나의 어린시절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습을 그린다. 즉위식 날 마법이 드러나며 두려움에 홀로 왕국을 떠난 엘사와 영원한 겨울에 갇힌 아렌델을 구하고 언니를 되찾기 위해 크리스토프, 스벤, 올라프와 함께 여정에 나서는 안나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룬다.

원작과 비교하면 뮤지컬은 두 자매의 스토리에 더욱 집중한다. 무대 위 배우들은 엘사가 느끼는 두려움과 동생을 향한 사랑, 안나의 언니에 대한 그리움과 결핍 등이 촘촘하게 그려낸다. 단단한 실력을 가진 아역 배우들은 초반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다. 이후 등장하는 엘사 역의 정선아와 안나 역의 최지혜는 마법보다 더 강렬한 자매애를 밀도높게 연기한다.
이 작품의 정점은 단연컨대 1막 마지막을 장식하는 '렛 잇 고'다. 무대 전체를 뒤덮는 영상 프로젝션과 조명, 안개 효과, 크리스털과 눈가루가 어우러지며 익숙한 장면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해냈다. 엘사의 변신과 함께, 손짓에 맞춰 벽과 바닥 곳곳에 얼음·눈꽃 무늬가 투사되는 장면은 라이브 무대만의 속도와 입체감으로 다시 만들어낸 '렛 잇 고'였다.
캐릭터 구현 방식도 눈에 띈다. 순록 스벤은 배우가 직접 탈을 쓰고 연기하는 형태로, 눈사람 올라프는 인형을 조종하는 방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라이온 킹'으로 잘 알려진 토니상 수상자 마이클 커리가 디자인을 맡은 두 캐릭터는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올라프를 맡은 정원영 배우의 능청스럽고 순수한 연기는 '겨울왕국'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포인트다.

동생 안나가 언니의 저주를 풀고 되찾기 위한 자매애의 서사가 팽팽한 긴장감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라이온 킹, 알라딘을 만든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 제작진이 빚어낸 압도적 스케일과, 원작의 감성과 넘버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무대다.
어린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안다. 그 시절 엘사의 푸른 드레스를 입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는 것을. 13년 전의 감동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절반의 성공이다. 한여름 극장을 아렌델 왕국 한복판으로 만든 이 무대는,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왜 여전히 유효한지를 새삼 증명해 보였다.
한편 뮤지컬 '겨울왕국'은 내년 3월 1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 뒤 부산 드림씨어터로 이어질 예정이다.
* [틱틱붐]은 뮤지컬 '렌트'를 남기고 요절한 비운의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 '틱, 틱... 붐!'에서 따온 코너명입니다. 공연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전하겠습니다.
(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