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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위장이혼까지…'특수학교 입학전쟁' 이면의 '잔혹한 현실' [취재파일]

박수진 기자

입력 : 2026.08.19 09:25|수정 : 2026.08.19 10:09

뉴스토리 <그들만의 입시 전쟁, 특수학교 맹모삼천지교> 취재 후기 ①


취재를 하다 보면 차마 보도에 다 담을 수 없는 현실들이 있다. 기자의 욕심으로는 이 내용이 들어가야 현실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나겠단 생각이 들지만, 어렵게 취재에 응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할 수는 없어서다. 특히 방송은 어떤 방식으로든 취재원의 정보(목소리나 얼굴)가 아주 최소라도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그렇다.

'특수학교 입학전쟁' 취재를 하며 그런 딜레마를 왕왕 느꼈다. 다양한 종류의 장애, 발달 지연 등으로 인해 특수교육이 필요한 자녀를 위해 부모들은 실낱 같은 희망을 찾아 평생 지켜온 삶의 터전을 포기하기도 하고, 가정을 깨뜨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불법 또는 편법을 감수하기도 했다. 고민을 하다가 내려놓은 사례들이 많았다. 하지만 알아야 할 현실인 것은 분명했다. 방송으로는 담을 수 없었던 '특수학교 입학전쟁' 취재 뒷이야기를 취재파일로나마 전해본다. 사례자 또는 제보자는 모두 익명으로 기재했고,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정보는 가능한 배제했다. (▶관련 기사: [뉴스토리] 그들만의 입시전쟁, 특수학교 맹모삼천지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삽화입니다. (사진=AI이미지)  

'위장전입'으로 입학에 성공했지만, 그에겐 자녀가 하나 더 있었다

비수도권에 있는 특수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지역은 특수학교 배치의 제 1기준이자 사실상 절대적 기준이 '근거리 배치'였다고 한다. 학교와 가깝게 살수록 입학에 유리하단 뜻이다. 한 예로, 원서 접수를 한 복수의 아이들의 주소지가 같은 빌라였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입학을 위해 이주를 해온 가정들이 같은 건물에 집을 얻은 것. A 씨의 자녀도 이런 이주 과정을 거쳐 입학에 성공했다. 하지만 특수학교 배치가 확정됐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입학 전 실사가 진행되는데, 실제로 해당 거주지에 사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실사단이 찾아간 주소지에 A 씨 가족은 살고 있지 않았다. 주소지만 옮긴, 말하자면 '위장전입' 이었다. A 씨의 자녀는 결국 특수학교 입학이 취소됐고 일반학교로 가야했다. 실사가 끝나기도 전에 A 씨는 왜 서둘러 주소를 다시 옮겼을까. A 씨에겐 다른 학교에 입학해야 할 자녀도 있었다. 그 입학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또 한 번 주소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것. A 씨는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맹모(孟母)'가 되었다. 위장전입을 한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원래 살던 곳에 특수학교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A 씨가 살던 지역은 도시 크기에 비해 특수학교가 부족한 대표적인 곳이다.
 

"미리 이사 왔는데, 지원자 부모 중 '위장이혼'이 있다네요"

수도권에 사는 B 씨는 자녀의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미리 이사했다. 내년도 초등 입학을 앞두고 얼마 전에 원서도 접수했다. 미리 학교 근처로 집까지 옮겼으니 '근거리 배치' 기준에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B 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같은 학교에 원서를 넣은 지원자 중 '한부모가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좀 의아했다. 국립특수교육원이 전국에 배포한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배치 매뉴얼에서도, 각 교육청과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부모가정'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는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정을 묻자 B 씨는 이렇게 답했다. "몇 년 전까지 한부모가정이 우선순위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위장이혼이 너무 많아서 문구만 삭제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번에 같은 학교 지원자 중에 위장이혼한 가정이 있다고 들었다." B 씨를 대신해 해당 지역 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그런 기준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B 씨에게도 그 이야기를 전했지만 B 씨는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러면서 "혹시 이번에 떨어지면 (취학) 유예를 하면서 이혼까지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다시 가야할지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입학 원서 접수는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이르면 입학 전년도 6월부터 시작된다. 결과 발표는 보통 10월, 11월에 이뤄진다. 일반 학교 입학이 전년도 12월에 취학통지서를 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특수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는 결국 공교육 밖으로 밀려났다

서울에 사는 C 씨의 자녀는 특수학교 유치부에 다녔다. 유치원을 다닐 나이에 이미 발달장애로 장애인 등록도, 특수교육 대상자로도 선정되어 있던 것. 하지만 다니던 특수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장애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초등 1학년 입학을 앞두고 있던 C 씨는 더 이상 그 학교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아이를 보낼 학교를 찾지 못하는 시작점'이 될 거라고는 그땐 생각하지 못했다.

C 씨가 살던 지역엔 자녀의 장애 유형과 맞는 특수학교가 없었다. 가장 가까운 지역의 특수학교는 1학년 학급이 1개뿐이라 선발 인원은 6명에 불과했다. 이곳은 인근 4개 자치구의 아이들이 몰리는 곳이었다. 결국 떨어졌다. 중증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C 씨의 자녀는 당시 다른 아이들보다 불안도가 100배가 높다는 진단을 받았고, 스스로를 해하기도 남을 해하기도 하는 폭력성도 높았다. "특수학교 탈락 소식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C 씨는 말했다.

자녀를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잠시 보내기도 했지만, 결국 열흘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당시 배정됐던 학교는 특히 인력 충원이 잘 되지 않아 선생님 한 명당 아이들 수가 정원보다 많은 곳이었다. 학교를 열흘도 채 가지 않았는데 아이의 불안도가 크게 높아졌었다. 개별화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아이의 안전한 학습 환경도 보장되지 않았다. 당시 우리 아이에게 학교가 해주는 교육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C 씨 자녀는 공교육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C 씨는 자녀를 3년째 홈스쿨링 중이다. 현재 법 규정상 학교를 무작정 안 보낼 순 없어서 모 학교에 이름만 올린 채 가진 않는다. '정원 외 학생'인 셈이다. C 씨는 최소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홈스쿨링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학교를 찾지 못한 것이 결국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2017년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학교' 설립 관련 주민토론회에서 장애 아동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모습. 

특수학교만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만,

위장전입을 하고, (확실하지도 않는 정보에) 위장이혼까지 하는 현실. 고위 공직자 청문회나 아파트 청약 불법 당첨자 사례에서나 보던 단어들이 특수학교 입학 현실에서 이렇게 공공연히 등장한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이 부모들에겐 인생을 걸 만큼 간절한 일이지만, 세상은 냉정하고 무관심했다. 특수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무릎 꿇고 삭발을 하며 울부짖어야 아주 잠깐 쳐다봐 주는 게 부모들이 경험한 세상이었고, 결국은 '각자도생' 알아서 살아남는 길을 택한 셈이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시각, 청각, 지적, 지체, 정서·행동, 자폐, 의사소통, 학습, 건강장애 및 발달지체, 그밖에 두 가지 이상의 장애> 중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하는 경우, 특수교육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진단·평가된 사람을 말한다. (즉, 장애나 발달 지연이 있어도 진단과 평가를 거쳐 선정된 경우에만 특수교육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특수학교나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지원할 수 있다. 특수학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만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통합교육의 일환으로 일반학급에서 특수학급을 상황과 필요에 따라 병행하며 지낸다. 일반학급에서 주로 생활하다 특정 과목 때만 특수학급에 가기도 하고, 특수학급에서 주로 지내다가 일부 시간에만 일반학급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 2025년 기준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중 약 60%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재학 중이고, 25.7%가 특수학교에 다닌다. (일반학급에 다니는 비율도 16.2% 정도다.)

기자가 만난 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어머니는 '특수학교 안 되면 (일반학교) 특수반 가면 되잖아'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가장 듣기 싫다고 했다. 두 가지 때문이다. 일반학교 특수반이라고 해서 다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수학교를 보내려는 부모의 마음을 "유난을 떠는 것처럼" 여기는 시선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 모르고 하는, 악의 없는 말인 걸 알지만 그렇게 쉽게 말할 때마다 늘 상처를 받는다. 아무도 모르는 입시전쟁을 우리는 울면서 하고 있다."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서울을 떠나 강원도, 제주도 등 지방으로  이사를 가는 가정들도 늘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속초의 특수학교로 등교하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   

준비되지 않은 통합교육이 낳은 '특수학교 맹모삼천지교'

우리나라는 통합교육을 지향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규정하는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 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학급도 사실 말이 특수학급이지 학교 안에선 섬이다 섬.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오히려 낙인이 되어 있고 또는 혐오가 조장되어 있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통합교육의 일환으로 특수학급이 확대는 되었지만 인식이 우선되지 않은 '물리적 통합'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지능이 높은 편이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명확한 10대 중학생 딸을 키우는 어머니는 특수학교를 찾아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이사를 왔다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일반학교에 가면, 들러리처럼 앉아 있다가 점심만 먹고 오는 거예요.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게, 그게 통합교육은 아니잖아요?"

현 정부는 국정과제로 20개의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2024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에 늘어난 특수학교는 단 1곳이다. 서울에는 25개 자치구가 있고 특수학교는 사립 포함 32개다. 언뜻 보면 충분하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25개 자치구 가운데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자치구가 현재 기준 8곳이며, 공사가 진행 중인 2개 자치구를 제외해도 6곳은 아직 계획도 없다. 대한민국 헌법 31조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과연 기자가 만난 부모와 아이들은 헌법이 보장한 '균등한 교육권'을 보장받고 있는 걸까.

이 자리를 빌려, 인터뷰에 응한 많은 특수교육 대상자 가정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다가 신상을 공개하고 취재에 응한 가족도 있었고, 치료 센터와 재활 병동에 직접 촬영 협조까지 구한 부모님도 계셨다. 그분들이 그렇게까지 발 벗고 나서준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이런 사실이 더 많이 뉴스에 나오게 해주세요. 그래서 더 많이 알게 해주세요."

마음을 울리는 간절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