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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검사 지휘로 착수한 검찰수사관 수사, 검사 수사 개시로 봐야"

장훈경 기자

입력 : 2026.08.18 09:25


▲ 대법원

검사의 지휘로 검찰수사관이 착수한 수사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보고 이를 지휘한 검사가 직접 기소하면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공무원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지자체 공무원이던 A씨는 2016년 '민간공원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주겠다'며 설계용역대금 명목으로 관련 사업 관계자로부터 6천800만원을 받았습니다.

2022년 대구지검에 A씨에 대한 고발장이 제출되자 검찰수사관은 B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2024년 8월 사건을 C검사에게 송치했습니다.

이후 검찰수사관은 사건을 수사하던 중 A씨의 또 다른 금품수수 혐의를 발견했습니다.

A씨가 자녀 2명을 등산로 보행용 매트 납품업체에 위장 취업을 하게 시킨 뒤 업체 대표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8천300여만원을 받은 혐의였습니다.

검찰수사관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한 뒤 앞선 사건을 송치한 C검사에게 사건을 넘겼고, 검사는 A씨를 추가 기소했습니다.

1·2심은 검사의 공소 제기가 적법하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검찰수사관이 수사 과정에서 발견한 별도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하는 검찰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2심도 이러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씨의 형을 유지했습니다.

검찰청법 4조 2항은 검사가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데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는 예외로 합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은 검찰청법 4조 2항의 '수사 개시'는 검사가 범죄에 대한 최초 수사를 개시해 1차 수사를 담당한 경우를 뜻한다고 봤습니다.

검찰수사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보조할 뿐 사법경찰관과 같은 독자적인 수사 개시 권한이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검찰수사관이 수사에 착수했더라도 검사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검찰수사관의 수사를 지휘한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직접 기소한 것은 위법해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은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사건은 검찰수사관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검사의 수사지휘 하에 이뤄졌다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검찰수사관이 범죄를 수사한 후 검사에게 송치했더라도 검찰청법 4조 2항의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된 A씨의 뇌물 혐의 등에 대한 공소제기를 파기 사유로 보고, 나머지 혐의와 하나의 형이 선고된 점을 고려해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착수한 수사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첫 대법원 판단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