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트럼프 '한미훈련 축소' 속내는…대북대화 동력 확보 여부 주목

배준우 기자

입력 : 2026.08.17 18:22

NYT "트럼프 발언 놀라워"…한국 정부, 진의 파악 주력


▲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을 시작한 1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군용 차량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라는 북한이 반길만한 메시지를 급작스럽게 내놓으면서 실제 대북 대화를 위한 동력으로 연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을 향해서는 불만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메시지를 함께 내놓은 탓에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출 화법이 발동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SNS에 올린 글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내가 매우 좋은 관계"라며 한미 연합훈련을 가리켜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미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다는 점도 공개했습니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이 '침략 훈련'으로 규정하고 그간 극도로 경계하며 비난해온 대상이기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거나 북한과 협상하려 할 때 좋은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한미 양국은 북한과 대화 여건을 조성하려고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축소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한반도 안정·평화의 중대 요소에 손대는 방안을 두고 한미가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는 것인지는 다소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놀랐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스타일대로 한국 정부와 충분한 협의 없이 연합훈련 축소를 일방적으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대북 억제력과 북미 대화 재개 여건 조성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며 미국과 연합훈련 축소 여부를 논의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은 그동안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와 연합연습 및 훈련에 대해 긴밀히 조율해왔다"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구체 사항에 대해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 대화로 이어짐으로써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개시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페이스메이커로서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연이어 북한을 향해 대화 제의의 취지를 담은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했다는 점에서 대북 관여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6·25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제안하며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다자 종전 논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종전 선언을 연상케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종전 선언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동력을 다시 살리고자 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일각에서도 북한의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 없는 선(先)종전 선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당시 하원의원이었던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도 종전 선언에 반대한 인사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오는 9월 유엔총회, 금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방한 계기 미국, 중국과 종전을 비롯한 북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를 경계하는 시각도 상존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과 관련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재차 거론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는 기조 아래 한국 등 동맹의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등에 들어가는 비용에 불만을 표출해왔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에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말했다"라고도 했습니다.

이 두 대목은 한미 간 실제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를 떠나 그간 한국을 향해 누적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노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쿠팡 사태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분위기,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 따른 한국의 대미투자가 아직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등 전반적 한미관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이란전쟁 등 다른 현안과 연결 지어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이에 정부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 등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