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망권 논란 발생한 한남동 고급 주택가
재벌가 간에 주택 조망권을 둘러싼 분쟁이 또 발생했습니다.
A 회장이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짓는 고급 주택이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B 회장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고 나섰습니다.
오늘(15일) 재계·법조계에 따르면, B 회장은 자기 집 앞에 짓고 있는 A 회장의 주택이 주변 다른 주택보다 높이 솟아올라 한강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지난 5월 14일 서울서부지법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A 회장은 현재 B 회장이 살고 있는 집과 붙어 있는 나대지 바로 앞 부지에 연면적 2천14.19㎡, 약 609평의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 단독주택을 짓고 있습니다.
공사 기간은 지난해 4월 4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입니다.
실제로 A 회장의 주택 신축 현장에서는 공사 중인 주택의 철골 콘크리트 구조가 인근 주택보다 한두 층 정도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B 회장 주택 옆에서 한강 쪽을 바라보면 한남대교와 한강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처분 신청을 심리한 재판부는 A 회장의 주택 신축으로 B 회장 주택의 한강 조망권에 일부 제약이 생기는 사정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A 회장 주택이 B 회장 주택의 정면이 아닌 대각선에 위치한 만큼 조망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신축 주택의 골조 공사가 이미 완료돼 공사 중지의 실익이 없다며 지난달 27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B 회장 주택 옆에서 바라본 A 회장 신축 주택 공사 현장
B 회장은 가처분 신청에서 A 회장 건물의 건축 관련법 위반 가능성과 건축 허가 과정의 하자 등 문제점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는 본안 소송에서 확정돼야 한다며 별도 판단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B 회장 측은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에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A 회장 집에 대한 건축 허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A 회장이 짓는 주택은 경사지에 위치해 있고 집의 앞뒤로 도로가 있습니다.
B 회장 측은 '대지에 접한 도로가 둘 이상일 경우 가장 넓은 도로를 기준으로 건축물 높이를 산정해야 한다'는 건축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합니다.
높은 지대에 있는 좁은 도로를 기준으로 건축 허가를 받아 건물 높이를 위법하게 올렸다는 것이 B 회장 측의 입장입니다.
또, A 회장 측이 건물 지표면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성토'를 한 데 대해 행정 당국의 개발행위 허가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B 회장은 A 회장의 주택 바로 뒤편에 있는 나대지에 자신의 주택을 새로 지을 예정입니다.
주변 주택보다 높게 지어진 A 회장의 집으로 인해 앞으로 지어질 본인 주택의 조망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될 수 있다는 점도 항변합니다.
B 회장 측은 A 회장의 집 부지에 2022년 11월 용산구로부터 약 27억 원에 사들인 도로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당시 용산구는 해당 도로 부지 일부의 용도를 '대지'로 변경한 뒤 인접 토지 소유자인 A 회장 측에 팔았습니다.
A 회장 측 구조물이 점용하고 있고 통행량이 많지 않은 막다른 골목인 점 등을 고려해 행정재산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치했다는 것이 용산구청의 설명입니다.
용산구 관계자는 "도로 등의 행정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어 용도 폐지 후 매각 절차에 따라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B 회장 측은 용산구가 A 회장 측에 도로 부지를 넘긴 점에 하자가 있는지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B 회장 측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가처분 신청부터 다시 판단해 달라며 법원에 항고장을 냈습니다.
A 회장 측은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공사의 법적 정당성과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용산구청에 적법한 것으로 확인받아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B 회장은 앞서 2009년에도 자신의 주택 정면에 지어지고 있던 C 회장의 주택에 대해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적 분쟁을 벌인 바 있습니다.
당시 서울서부지법은 C 회장 주택이 들어서면 B 회장의 한강 방향 조망권이 차단될 것으로 보고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이후 C 회장 측이 신축 주택의 높이를 낮추기로 하면서 갈등이 종결됐습니다.
이보다 앞선 2005년에도 두 재벌가 회장들이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 조망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 이목을 끌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