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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현장 지키지만…중증응급 의사들 "한계 넘으면 떠날 수도"

박하정 기자

입력 : 2026.08.15 08:13


▲ 의사들

대학병원 중증·응급 분야 의사들이 사명감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 속에 소진(번아웃)이 심화하면서 이탈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구조적 역경 속에서 자발적 잔류하는 중증응급의료 전문의들의 내적동기 탐구'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연구진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3곳에서 중증·응급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의 16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했습니다.

면담에 참여한 전문의들의 전공은 외상외과, 흉부외과, 산과, 소아신장학과, 소아심장학과, 응급의학과, 소아응급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등으로 평균 전문의 경력은 17년이었습니다.

이들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 그에 비해 낮은 보상, 사법 리스크 등 진료 환경을 둘러싼 어려움을 일제히 토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소 10명은 있어야 하는데 4명이 하고 있어 누구 하나 먼저 죽을까 걱정이다", "최소 수 시간, 길면 며칠을 계속 붙어 있어야 하는데 혼자 하려니 잘못되면 환자가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계속할 수 있을까 싶다", "대학병원 의사에게 월급에 비해 요구되는 의무가 너무 많아 아무도 안 하는 것" 등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중증 의료 수가가 너무 낮아 한계에 부딪혔다거나, 최선을 다해 진료했는데도 결과가 안 좋다고 환자 측으로부터 소송·분쟁이 제기될 수 있다는 사법 리스크 부담 지적도 일관되게 제기됐습니다.

그럼에도 면담 참여자들은 '환자의 위급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의사'라는 자부심, 실력에 대한 유능감과 결과에 대한 성취감, 위급했던 환자의 회복을 보는 보람, 중증·응급의료의 가치 등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언제든 떠날 가능성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입니다.

보고서는 이를 '조건부 잔류'라고 정의했는데, "중증·응급 전문의들이 역경 속에서 내적 동기로 자발적 잔류를 하고 있지만, 이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이 내적 동기로 임시로 메우고 있다는 경고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재의 중증응급의료 체계는 개인의 사명감이나 성장욕구를 정책의 대체로 사용하고 있다"며 "의사의 내적 동기는 현장을 지탱하는 힘인 동시에, 그 힘이 소진되면 한꺼번에 붕괴로 전환될 수 있는 취약성을 갖고 있어 장기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증·응급의료 인력 정책 방향이 '사명감 있는 의료진 확보'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속가능한 근무 환경과 보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