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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인의 정신 건강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특히 요즘 2030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모습과 다른 형태로 나타나면서 주변 사람들은 물론, 본인조차 우울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합니다.
<기자>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우울증 진료 환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우울증 진료 환자 가운데 20대가 약 20만 명, 전체 18.5% 정도로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또한 우울증 유병률 세계 평균을 보면 대체로 중장년과 고령대로 갈수록 높아지는데요.
반면 한국은 15~34세 사이의 유병률이 가장 높은 구간에 몰려 있습니다.
[배종빈/서울더나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실제로 올해 저희 병원에 예약해 주신 분들을 한번 통계를 내보니까 20대, 30대가 전체의 약 65%나 되더라고요. 우리가 보통 흔히 생각하는 우울증은 기분이 가라앉고 잠과 식욕이 줄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모습일 텐데 젊은 환자분들은 사실 조금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요즘 많이 언급되는 '비전형적 우울증'은 전형적인 우울증과는 다른 증상이 나타나 붙은 이름입니다.
'비전형적 우울증'은 오히려 잠과 식욕이 늘어나기도 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기분이 잠시 나아지는 '기분 반응성'도 생깁니다.
[배종빈/서울더나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그래서 주변에서는 '너 좋을 때는 괜찮은데' 하면서 우울증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러나 이 기분이 잠깐 좋아진다고 해서 우울증이 아닌 것은 아닌 것입니다.]
그리고 팔다리가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겁고 몸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한창수/고려대학교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30대 초반에 대기업 직원이었는데 주말이면 침대에서 못 일어나고 밤마다 폭식하고 살도 찌고 심지어 요새 들어서 지각까지 하게 되니까 저한테 온 거예요. 내가 혹시 게을러진 것은 아닌지 성인형 ADHD는 아닌지 이걸 검사해 보고 싶다고 왔는데 비전형적 우울증이었던 거거든요.]
최근 2030 사이 자주 언급되는 우울증 증상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고기능 우울증'.
겉으로 일상을 잘 유지하면서도 내면에서는 만성적인 우울감이 지속되는 상태를 뜻하는데, 고기능 우울증이 공식적인 의학 진단명은 아니지만 요즘 이런 증상을 겪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창수/고려대학교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아침에 정시 출근해요. 발표도 잘해요. 성과도 냅니다. 그리고 동료들과는 필요할 때 웃어요. 그리고 점심도 잘 먹어요. 근데 퇴근하면 현관문을 닫는 순간 방전이 되는 거죠. 이제 음식 먹어야 되면 배달 음식 시키고 그거 먹고 휴대폰 보고 있다가 새벽녘에 잠들죠.]
[배종빈/서울더나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목표를 이루거나 좋은 일이 생겨도 기쁘지가 않고 해야 할 일을 처리하면서 하루를 버티는 것이 반복이 되죠.]
그런데 현대인이 겪는 번아웃과 비슷해 보이는데 어떻게 구분할까요?
[한창수/고려대학교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한마디로 번아웃은 일이 싫어지는 거고 우울증은 삶이 싫어지는 거예요.]
두 모습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해내고 때로는 겉으로 웃기도 하니 주변은 물론 나 자신도 우울증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내 상태를 어떻게 알아차리고, 또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배종빈/서울더나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 그리고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구분해 보라고 좀 말씀을 드립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다 보면 결과적으로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한번 집중을 해보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한창수/고려대학교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혼자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우울 증상은 조금 더 쉽게 와요. 그리고 증상도 깊게 옵니다. 가능하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마음 편한 사람하고 얼굴 보고 밥을 좀 먹는 거. 우리의 뇌세포는요. 사람들하고 관계 맺으려고 발달한 거거든요. 그래서 사람과 함께 있으면 회복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배종빈/서울더나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젊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이 어려움, 고통을 개인의 의지 부족, 게으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시선을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을 받으시는 것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되어요. 치료와 지원이 필요한 건강 문제로 좀 바라봐야 된다.]
[한창수/고려대학교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우리가 배 아프고 머리 아파서 치료받은 걸로 차별받진 않잖아요. 그런 것들에 낙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을 해야 되고요. 그러기 위해서 일터의 문화가 필요합니다. 몸이 아파서 조퇴하고 이러는 거는 굉장히 쉬운데 마음이 아파서 조퇴한다는 말은 아직 좀 다들 서툴러하죠.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